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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손 안 씻는다”…이상일 울산의대 교수 직격탄

[인터뷰]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환자 안전사고 사실 공개해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9(Fri) 12:00: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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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쉬쉬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거나 환자가 해당 사실을 알고 항의하면 합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도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해서 그 사실이 알려진 것이지, 만일 한 명씩 다른 날에 사망했다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병원 내의 감염사고 등 환자 안전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의료인·병원·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자 안전 전문가인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자 안전사고 사실을 공개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병원 내 감염사고의 핵심은 ‘의료인의 불량한 손 위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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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손 위생 실태는 어느 정도인가.

 

“의료진의 손 위생이 감염 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다. 병실과 진료실마다 세정제가 있지만 실제로 손 위생에 신경 쓰는 의료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의사의 ‘손 씻기’ 수행률은 19%라는 2009년 조사결과가 있다. 2012년 세브란스병원이 전국 병원의 의료인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손을 규정대로 씻는 의사는 66%에 불과했다. 조사하니까 그나마 이 정도지 현실은 더 낮을 것이다. 본래 환자 진료 전후에 손을 씻어야 하는 규정이 병원마다 있다. 그러므로 의료인이 손을 씻지 않는 것은 심각한 규정 위반이다.”

 

 

중환자실 감염이 특히 문제인데, 이를 예방할 수는 없는가.

 

“혈관주사, 인공호흡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염이 발생한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혈관감염이며, 그중에서도 ‘중심정맥관 감염’이다. 수액이나 주사액을 주입하기 위해 카테터(연결관)를 정맥에 삽입하는데, 이것이 감염되면 균이 모든 혈관으로 퍼진다. 이대목동병원 건도 중심정맥관 감염 사고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중환자실은 중심정맥관 감염률을 0%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인위적으로 노력하면 병원 감염을 낮추거나 아예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병원은 어떤 방법으로 감염률을 낮췄나.

 

“이른바 묶음 접근법(Bundle approach)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방법을 동시에 시행한 것이다. 예컨대 어떤 소독제를 사용하고, 혈관주사를 사용할 때 멸균 옷과 장갑을 착용하고, 정맥 주사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교체한다 등 구체적인 것들이다. 이후 미시간주 병원들이 묶음 접근법을 도입해 감염률을 기존의 3분의 1로 떨어뜨렸다. 이런 노력은 의료인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중심에 둔 인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려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다.

 

“환자 안전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실태를 조사하려면 환자의 진료기록을 봐야 하는데, 개별 연구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관련 기록을 볼 수 없다. 실태 파악이 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나름대로 연구해 보니 병원 입원환자 가운데 연간 최소 1만2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이대목동병원에서 4명이 사망한 것은 알려졌지만, 나머지 1만1996명은 소리 소문 없이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병원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나.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계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감염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을 텐데도 공개하지 않는다.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인·정부 모두 사고를 덮으려고만 한다. 환자 안전사고를 덮으면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이대목동병원 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근본적 원인을 찾아 공개해야 조금이나마 재발을 줄일 수 있다.”

 

 

환자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정부의 병원인증제도는 도움이 안 되나.

 

“문제는 병원이 인증받을 때만 ‘반짝’한다는 점이다. 조사할 때는 감염 관리 등을 철저하게 진행하지만, 정작 인증마크를 받은 후에는 예전으로 돌아간다. 이를 병원이나 정부 모두 알면서도 당연시한다. 그러면서 사고가 생기면 인증을 취소하느니 호들갑을 떤다. 외국에서는 사고가 생겨도 병원 인증을 취소하는 일은 드물다. 다만 병원은 사고 발생 45일 이내에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대책을 세워 보고해야 한다.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인증을 취소한다. 국내 병원은 중대한 환자 안전사고가 생기더라도 보고할 의무가 없다. 자율보고 조항만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자율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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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법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환자안전법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노력을 한다. 하지만 개선할 점이 수두룩하다. 이대목동병원 사고가 났을 때 환자안전법에 따라 그 원인을 조사할 방법은 없었고, 의료법에 따라 과실을 따질 뿐이었다.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의료인 개인과 병원의 안전관리체계, 정부의 의료정책 등의 문제를 짚고 개선해야 한다.”

 

 

국내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두고 감염사고에 대비하지 않는가.

 

“병원은 의료수가가 낮아서 제대로 감염관리를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주체는 사람이므로 인건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수가를 올리면 감염관리가 제대로 될까. 이 점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감염내과 의사 등 전문가를 보강해야 하는데, 병원은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병원이 감염관리를 해도 수익은 늘지 않는다. 오히려 감염이 발생해야 병원은 검사와 치료로 돈을 벌 수 있다.”

 

 

환자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어떤가.

 

“정부가 마련한 국민 안전 종합계획에 환자 안전 대책은 없다.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 6000명에 대한 대책은 많지만, 병원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는 한 해 1만2000명에 대한 대책은 빠진 것이다. 환자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사고에 대한 경각심 부족이 의료사고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배경인가.

 

“그렇다. 보건복지부와 관계기관은 일제히 대안을 내놓았지만, 눈에 보이는 몇 가지만 땜질하는 식이다. 예컨대 ‘전공의 법’이 시행된 후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했다. 전공의 과로를 덜어 환자 안전을 꾀하는 대책인데,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비는 없었다. 전공의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일 자체가 줄지는 않았다. 오히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봐야 하므로 환자에게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안전본부를 통해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환자안전법을 개정해야 옳다.”

 

 

외국은 환자 안전사고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대표적인 사례가 ‘프란시스 보고서’다. 영국 정부가 각 병원별 사망률을 조사해 2009년 발표했는데, 유독 스탠퍼드병원 사망률이 높게 나왔다. 즉각 조사위원회가 구성돼 2년 넘게 원인을 조사했고 2013년 프란시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백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통해 매우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290가지나 되는 개선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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