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산시당 성추행 논란 확산…피해자 "가해자 출당시켜야"
  • 부산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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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성, 본지와 전화통화…"아직도 가해자 제명 않은 건 잘못"

"온갖 추태를 부린 당원을 그대로 둬선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는 개인의 인격에 관련된 것이므로, 민주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는 조금이라도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70대 후반의 이 여성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 당시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며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면서도 정치적인 논란으로 확산되는 걸 몹시 걱정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고문단 모임이 해체되기 전까지 40여 명으로 구성된 부산시당 고문단의 일원이었다. 고문단 가운데, 여성 고문은 A씨를 포함해 단 2명이었다. 20대 때부터 민주당(1955년 창당된, 현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에 입당한 뒤 평생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온 A씨는 현재도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지난해 말 부산에서 살다가 거처를 서울 아들 집으로 옮겼다.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고문단에 같이 소속돼 있던 후배 당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모욕감에 시달리다가 심장병을 얻어 더 이상 홀로 부산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2월19일 '민주 부산시당, 당내 성추문의혹 대통령 지침도 무시 9개월째 쉬쉬'라는 제하의 세계일보 보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지난 1월 초 당사 앞에서 새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민주당 부산시당 여성 고문, 같은 고문에 성추행 당해

 

본지와 40여분에 걸친 전화 대담에서 A씨는 지난해 자신이 성추행 당한 날짜와 장소까지 정확히 기억해내며 "아직도 당에서 가해자를 제명하고 출당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질타했다.

 

A씨가 같은 당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을 때는 지난해 대선 직후인 5월12일 부산시당 고문단 월례회 직후 오찬장으로 가던 길이었다.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실 인근 한정식집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을 올라가던 중 열살이나 더 어린 고문 한명이 허벅지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이리저리 휘저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당시 벌벌 떨리면서 부끄럽고 창피해 소리치지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집권 여당의 부산시당 고문단에 소속된 60대 당원 B씨가 큰누나뻘인 선배 당원을 갑자기 이처럼 '능멸'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A씨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있었던 당원 행사 이후 부산시당 몇몇 고문들과 낙지전골식당을 찾았다. 이날 식당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얘기 도중 B씨와 언쟁에 가까운 토론을 벌인 게 발단이었다고 A씨는 추론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B씨)는 당시 새누리당에서 당적을 옮긴 인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용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내가 맞받아쳤던 게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때도 토론을 하던 중 기분이 언짢아진 B씨가 손가락을 내 가슴에 닿을 정도로 쭉 뻗으며 지적을 하길래 깜짝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했다. 성추행이 있은 지 한달 가량 지난해 6월 고문단 회의에서 A씨는 자신이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시당 지도부에 문제 당원의 제명 또는 출당을 요구했는데도 관철되지 않는 데 대한 항의였다.

 

이 문제는 가해자로 지목된 당원이 A씨에게 전화상으로 사과하면서 당 내부에서 흐지부지되는 듯하다가 지난해 9월 세계일보의 보도로 이슈화됐다. 이후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의 결정으로, 고문단은 전격 해체됐다.

 

 

민주당 부산시당 "피해자, 당시 처벌 원치 않아 종결처리된 것"

 

잊어진 것으로 치부되던 부산시당의 고문단 내 성추행 사건은 6·13지방선거를 불과 90여일 앞두고 다시 들춰지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9일 세계일보 보도 직후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9개월째 윤리위 제소 운운만 하는 민주당 부산시당은 한 여성을 집단 성추행한 것과 다름없는 공동정범"이라며 "민주당이 과연 미투(#MeToo)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20일에도 한국당과 민주당이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비난과 반박 자료를 쏟아냈다.

 

한국당 부산시당 여성위원회와 부산지방의원여성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 여성당원이 참담한 성추행·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동안 민주당은 이 사실을 은폐한 채 원내대표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백장미 쇼를, 부산시당 여성위원회는 ‘미투 캠페인 지지 퍼포먼스’를 하며 국민을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같은 여성으로서 이 충격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조직적인 은폐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세계일보의 보도와 관련, '허위사실 기사 관련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해당 기사가 나간 이후 피해 여성에게 확인한 결과 보도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며, 기자가 피해 당사자에게 사건 처리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시당은 사건을 인지한 지난해 9월6일 가해자를 윤리심판원에 제소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해 피해여성과 고문단으로부터 사건 발생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청취했다"며 "윤리심판원은 9월16일 회의를 개최해 피해자 본인이 가해자의 사과와 고문단 해체 외에 어떠한 처벌이나 공론화를 원치 않아 불문 종결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가해자로 지목된 부산시당 당원과 연락을 시도하려 했으나, 부산시당에서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민주당 부산시당이 부산외곽고속도로 부실 시공과 관련, 최근 부산시의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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