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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검·경 싸움…핵심은 ‘영장청구권’

검찰 “경찰 영장청구권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 겪은 바 있어”…경찰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 방해하면 수사 무력화”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7(Tue) 09:07:17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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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

 

#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 헌법 제16조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검사만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영장청구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경찰은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서 경찰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수사지휘권·형집행권 등 5대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권한 중 일부를 경찰이 가져와야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확립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경찰의 무분별한 영장청구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인권보장 장치”라면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할 경우, 강제수사를 통한 인권유린의 폐해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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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신청 주체는 헌법이 아닌 법률로 규정”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3월20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에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헌안은 “영장신청 주체는 헌법에 규정할 사항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할 사항으로 보고 있는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함”이라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에서 검사 영장청구권이 유지되면 그 논의가 불가능한데, 삭제되면 논의는 개시될 것”이라면서 “헌법에서 영장청구권이 삭제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 주체가 바뀔 것이다. 그 형사소송법에서 영장청구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국회의 몫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이 반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 조항이 없어지면 인권 침해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현욱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는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된 뒤인 3월22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헌법상 검사 영장 청구 조항 삭제에 우려를 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근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 주체를 두고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에 거의 없는 조항이라는 이유로 삭제해야 한다면 전 세계에 남아 있을 헌법 조항이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세계 어디에도 우리처럼 경찰의 영장청구권으로 인해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은 나라는 없다. 이러한 고유의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경찰 역시 법원에 영장을 직접 청구할 수 있었던 1950~60년대 영장 남발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막심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후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구속 등 강제수사는 반드시 검사를 경유하도록 했고, 1962년 5차 개헌에서 이 조항을 헌법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신체구속에 대한 검사와 판사의 이중적 점검제도가 완비됐고, 이 제도로 인해 경찰이 구속한 사건의 불기소율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 검사는 “수사권 조정이 국민을 위한 것이 맞다면 무리한 입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면서 “죄도 없는데 수사기관에 불려 나가 조사를 받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역시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국가기관의 권력 작용인 수사는 그 자체로 인권 제한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수사에 관한 권한, 특히 강제처분에 관한 권한은 필요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이번 개헌안의 내용처럼 검사 영장청구권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할 경우, 영장청구권을 검사 외의 수사기관에 부여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강제수사, 즉 인권 제한의 빈도와 정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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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경찰의 영장 남발로 인권 침해”

 

반면, 경찰은 검찰에 대한 견제를 위해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영장청구권을 비롯한 검찰 개혁의 방향이 검찰 권한의 축소와 견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폴네티앙의 유근창 회장(경남지방경찰청 정보과 경위)은 “당연한 개헌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영장에 대해 헌법에 검사만이 신청권자로 돼 있어 많은 병폐가 있었다. 그 병폐는 검사들의 거대권력이었다”면서 “검찰은 50여 명의 차관급 공무원이 존재할 만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다. 이 권력을 바탕으로 검찰 자신들의 비리를 스스로 수사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검찰이 강제로 송치할 수 있다”면서 “만약 경찰에서 검찰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을 경우 검찰은 언제든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1차적 수사기관인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압수수색”이라면서 “검사가 경찰수사의 압수수색 영장을 방해하면 수사는 무력화된다. 수사를 진행할 방법이 없게 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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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극심”

 

대표적인 경우가 A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이다. 2011년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검찰과 혈전을 벌였다. 당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은 인정됐지만,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가 ‘입건 전 내사’까지 확대되는 등 여러 진통을 겪었다. 경찰은 검찰이 관련된 비리 사건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요구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정보과’를 신설해 검찰 비위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범죄수사과가 공을 들인 사건이 A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경찰이 2012년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 수입 가공업자 김아무개씨가 A 전 서장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또한 경찰은 A 전 서장이 김씨 돈으로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검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해당 골프장을 압수수색하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나 기각했다. 경찰에서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이 사건 담당자였던 경찰 관계자 B씨는 “A 전 서장의 친동생이 현직 검찰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검찰이 경찰의 정당한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전 서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2012년 8월경 해외로 도피하기까지 했다. A 전 서장의 도피 생활은 7개월가량이나 이어졌고, 2012년 4월에 인터폴에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A 전 서장이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마저도 기각했다. 또한 검찰은 김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2015년 3월 A 전 서장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수천만원을 빌리고 8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은 확인됐으나 대가성은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검사님들이 출입했다는 골프장이나 검사 출신 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유독 경찰수사가 왜 그렇게 부실한지 법원까지 가기 어렵다. 영장이 법원까지 가려면 어떻게든 검사 관련 기미를 감춰야 한다”면서 “검사가 차명 계좌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정황이 나오면 특별한 검사를 임명해 경찰의 사건을 가로채고, 높은 검사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담당 경찰관을 수사할 수 없는 곳으로 내쫓기도 한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경찰청장을 지낸 C씨는 영장청구권을 비롯한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경 간 밥그릇 문제가 아닌 사회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C씨는 “권력은 균형을 이뤄야 정의롭게 운영될 수 있다. 권력이 한쪽에 집중되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 김형준·진경준·홍만표·김기춘·우병우 등 검찰 출신들의 부패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면서 “지구상에 대한민국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는 검찰은 없다. 국민을 위해서 검찰개혁,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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