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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어린이에게 더 위험한 ‘어린이 통학버스’

영유아 체격 커지는데 버스 규격 그대로 “너무 좁아 아이들이 짐짝처럼 느껴져”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4.13(Fri) 14:00:00 |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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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통학버스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한 안전설비를 장착해야 한다.’ 법제처가 정의한 어린이 통학버스의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런데 정작 노란색 어린이 버스가 아이를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이들 체격은 커지는데 버스 규격은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급정거를 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사저널은 4월5일 서울의 한 교육기관이 운영하는 39인승 어린이 통학버스에 들어가 봤다. 차량 모델은 현대차의 준중형 버스 ‘카운티’였다. 버스 안에는 3~7세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모두 예외 없이 2점식 안전벨트(허리만 지나가는 벨트)를 매고 있었다. 안전벨트 장착은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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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키는 큰데 머리받침대 없는 현실

 

그런데 이 버스엔 머리받침대가 없다. 받침대 설치가 국토부가 규정한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에 따라 좌석 위는 가죽시트로 평평하게 덮여 있다. 이는 어린이 버스에서 문제가 된다. 아이들의 앉은키가 커서 머리가 좌석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국공립유치원의 한 원장은 “7살짜리 아이는 대부분 목이 올라온다”면서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면 목이 뒤로 꺾이지나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가 본 한 남자아이는 아예 어깨부터 좌석 위로 올라와 있었다.

 

어린이 버스가 급정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법규상 속도제한 장치가 달려 있고, 다른 차량의 앞지르기도 금지된다는 등의 이유다. 그럼에도 어린이 버스기사 임호준씨(60)는 “불가피하게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있어 아이들이 위험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경력이 11년째라는 임씨는 “키가 큰 아이는 (앞좌석 뒷면에 달린) 철제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힐까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부산 연제구 사립유치원 원장 윤아무개씨는 “차량이 앞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아 신경 쓰인다”고 했다.

 

의자가 너무 좁아 위험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령의 어린이 버스 좌석(엉덩이가 닿는 자리) 규격은 가로·세로 각각 27cm 이상이다. 부산 사상구 어린이집 원장 김아무개씨는 “아이들이 벨트를 제대로 안 매면 미끄러지거나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좌석 폭이 넓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좌석 간격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자가 보니 키가 1m 남짓한 아이들은 무릎과 앞좌석 사이의 간격이 충분했다. 다리를 뻗지 않는 이상 앞좌석에 닿지 않았다. 반면 비교적 몸집이 큰 6~7세 아이들은 상황이 달랐다. 대구 달서구 사립유치원 원장 오아무개씨는 “특히 겨울엔 가방에 외투까지 놔둬야 하니 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부령에 따르면, 어린이 버스 앞좌석 등받이와 뒷좌석 등받이 사이의 최소 기준거리는 46cm다. 그리고 2010년 통계청 기준 7살 남녀 아이의 평균 ‘앉은 엉덩이-무릎 수평길이’는 39.5cm다. 앉았을 때 무릎과 앞좌석의 간격이 7cm도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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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버스 써도, 차량 개조해도 ‘불법’

 

게다가 8년 사이에 한국인 평균키는 전체적으로 커졌다. 즉 아이들의 여유 공간이 더 줄어들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심지어 다리를 벌리고 앉거나 비스듬히 앉는 아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호 심리학 박사는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너무 많을 경우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린이 버스가 이처럼 좁은 것은 성인용 버스와 크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 카운티의 경우 어른이 타는 영업용 모델은 25인승이다. 어린이용 모델은 이보다 14석이 더 많은 39인승이다. 그런데 차량 자체의 길이와 폭은 똑같다. 다른 승합차 ‘자일대우 레스타’는 어린이용 모델이 64인승이다. 또 관광용 모델은 33인승이다. 두 모델 역시 길이·폭에서 차이가 없다. 당연히 어린이용의 좌석 간격이 좁을 수밖에 없다. 취재 중에 만난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버스가 너무 좁아 아이가 짐짝처럼 느껴진다”는 표현까지 썼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어린이 버스(25인승 이상)가 전국에 1만 대 이상 돌아다니고 있다.

 

부산 중구 사립유치원 원장 이아무개씨는 “학부모님들은 노란색 버스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실상은 정반대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와 관련,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치원에서 성인용 관광버스를 구입해 아이를 태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위법이다. 현행법은 6세 미만 영유아가 차를 탈 때 카시트를 의무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일반 버스에 아이를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일반 버스도 안전 문제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버스에 달린 성인용 안전벨트가 아이의 체형에 맞지 않아서다. “어린이용 카운티를 운행 중”이라는 김아무개씨는 3월27일 기자에게 메일을 통해 “아이에게 (성인용) 3점식 벨트(가슴과 허리를 감싸는 벨트)를 채우면 허리만 막고 상체는 따로 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슴을 덮는 벨트가 아이의 머리 위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이의 앉은키가 커서 가슴 벨트가 목 부분을 지나갈 땐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몸이 앞으로 쏠릴 때 목이 압박당할 수 있어서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 자료집’ 따르면, 어린이 버스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13세 미만 아이는 2015년 총 70명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8명은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했다.

 

안전성을 확보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어린이 버스 운영업자들이 돈을 들여 차량을 개조하면 된다. 단 어린이 버스를 소유하지 않은 유치원·어린이집·학원은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다. 버스 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개조 절차도 간단치 않다. 먼저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다음, 개조하고 검사를 받은 뒤, 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법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15년 보고서를 통해 “버스 운영 문제를 개별 교육시설의 문제로 두는 상태에선 안전 문제 개선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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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본지 취재 들어가자 “개선하겠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4월6일 “우리는 정부 기준에 따라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일 뿐이지 안전 기준을 제시하는 단체가 아니다”며 “안전에 대한 부분은 정부가 여론을 수렴해 제조사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새 기준을 제시하면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당연히 거기에 맞춰 차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수의 유치원 원장들도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데 입을 모았다. 낡은 안전 기준을 아이들 체형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좌석 규격과 그 간격에 관한 기준은 2012년 이후 바뀐 적이 없다.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자 정부는 그때서야 ‘문제 인식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 교통물류실 고위 관계자는 4월6일 “아이들 안전과 직결된 문제니만큼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서 제도 개선과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 지금까진 왜 어린이 버스가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것일까. 국토부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어린이 버스 안전기준은 국내에서 단독으로 만든 게 아니라 유엔 자동차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한국만의 기준을 특별하게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기준에 맞추느라 아이들 안전을 소홀히 한 건 본말이 전도된 행위란 질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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