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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사이 훈풍에 ‘연평도의 눈물’ 마를까

[맛있는 힐링, 옹진 섬(끝)] 풍랑·전쟁의 상처에 평화의 새싹…북한 땅 훤히 내다보여

인천=구자익 기자 ㅣ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0(Thu) 17:00:42 |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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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9월17일 추석날 아침. 괴물급 태풍 ‘사라(SARAH)’가 한반도를 덮쳤다. 사라는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전국에서 무려 37만3459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849명이나 숨졌고 206명이 실종됐다. 다친 사람도 2533명에 달했다. 연평도에도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조기잡이에 나섰던 어선 3000여 척 중 대부분이 부서졌고, 수많은 어부들이 사망했다. 이 재난은 가수 최숙자가 1964년 발표한 노래 《눈물의 연평도》의 배경이 됐다.

 

‘눈물의 연평도’는 남북 간 충돌로도 이어졌다. 1970년 6월5일에는 연평도 앞 공해에서 우리 해군 방송선이 북한군에 납치됐다. 현재까지 함장 정수일 중위와 승조원 20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1999년 6월15일 벌어진 ‘제1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 장병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서는 치열한 격전 끝에 윤영하 소령 등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0년 3월26일에는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으로 제1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천안함(PCC-722)이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2010년 10월23일 연평도 포격으로 서정우 하사 등 해병대원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맛있는 힐링, 옹진섬’의 마지막 탐방지는 바로 이 ‘눈물의 연평도’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이면 당섬선착장에 있는 연평바다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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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기’ 사라진 섬에 ‘꽃게’가 자리해

 

연평도에서 조기잡이가 시작된 것은 조선 인조 때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로 전해진다. 당시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구하러 가다가 연평도에 머물렀는데, 먹거리를 구하려다가 조기를 잡았다. 조기잡이는 가시나무를 엮어 그물을 만든 후 갯벌에 심어 놓는 방법을 이용했다. 밀물을 따라 들어온 조기가 썰물 때 가시나무 그물에 걸리게 한 것이다. 이를 연평도 어민들이 따라 하면서 조기잡이가 성행했다. 연평도에서 조기가 잘 잡혔던 이유는 환경적인 이점 때문이다. 연평도 근해는 갯벌이 넓어 대륙붕이 잘 발달돼 있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역이어서 수온도 적당하다. 또 한강과 예성강, 임진강 등에서 민물이 바다로 유입되기 때문에 수초와 플랑크톤이 많다. 이는 조기의 산란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이 때문에 연평도는 자연스럽게 조기파시(波市)가 형성됐다. 전성기는 1920년대부터다. 조기잡이 배 3000여 척이 몰려들기도 했다. 연평도 조기는 뱃살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참조기’다. 겨울에는 제주도 남서쪽이나 중국 상하이 동남쪽에서 월동하고, 봄이 되면 난류를 따라 북상하기 시작해 5월쯤이면 연평도 근해에서 산란한다. 몸길이는 30~40㎝이고, 한 번에 3만~7만 개의 알을 낳는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참조기를 보기 힘들다. 태풍 사라가 연평도를 뒤흔들고 난 후부터 참조기가 줄어들었다. 요즘에는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참조기가 간간이 잡힌다. 참조기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적고 손질도 간단하다. 특히 연평도 참조기는 적당한 수온에서 풍부한 플랑크톤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생선살에서 우러나는 단맛의 풍미가 진하다.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매운탕이 신의 한 수다.

 

참조기가 사라진 바다에는 꽃게가 자리를 잡았다. 어획량은 들쭉날쭉하다. 중국 어선들이 불법으로 우리 영해에 몰래 들어와 싹쓸이해 가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모래 채취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꽃게 산란장이 모래 속이기 때문이다. 꽃게는 6월에 잡히는 암게가 가장 맛이 좋다. 연평도는 갯벌이 잘 발달된 만큼 갯벌낙지도 적잖게 잡힌다. 옹진군은 연평면의 순덕숯불갈비(낙지육개장·연포탕·낙지전골·낙지볶음)를 ‘청정옹진 7미(味) 맛집’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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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의 자랑 가래칠기해변

 

연평도에 들어서는 길에는 맨 처음으로 제1연평해전 전승비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당당하다. 15분쯤 더 걸어 들어가면 연평도다. 연평도는 도로를 따라 일주하는 데 2시간30분쯤 걸린다. 트레킹하기에 적당한 작은 섬이다. 섬 곳곳에는 전쟁과 포격의 흔적이 남아 있다. 북한의 도발을 잊지 않기 위한 시설도 있지만, 전사하거나 산화한 우리 청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도 많다. 마을 한복판에는 북한의 포격으로 무너져 내린 민가를 그대로 유지해 놓은 안보교육장이 있다.당시의 생생한 포격 현장을 볼 수 있다. 도로 곳곳에는 연평도 포격 현장을 설명하는 표지도 설치돼 있다. 또 제2연평해전에서 산화한 6명의 해군 병사를 추모하는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연평도 포격 전사자 위령탑도 마련돼 있다. 남북 정상들이 조금 더 일찍 만나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망향전망대에 올라서면 북한 땅이 보인다. 북한 부포리가 10Km 남짓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을 때는 북한 땅이 훤히 보인다. 승용차를 타고 북한 땅을 밟아볼 날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조기파시의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등대공원과 2층짜리 조기역사관이 그곳이다. 등대공원은 조기잡이 어선들의 길잡이였다. 1960년 3월 처음으로 점등했지만, 1974년에 국가안보 목적으로 일시 소등했다가 1987년 4월 등대로서의 용도가 폐기됐다. 조기역사관은 연평도 역사와 함께하는 조기어장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층에 올라서면 연평도의 제1경 ‘가래칠기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래칠기해변 뒤에는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병풍바위도 보인다. 낙조(落照) 사진대회가 열릴 만큼 주홍빛 바다와 하늘이 아름다운 빠삐용절벽도 황홀경이다. 굵은 자갈과 작은 자갈, 부드러운 모래가 3단으로 형성된 구리동해변은 연평도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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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진군 제공·시사저널 구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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