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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디테일이 부족하다”

[인터뷰] 김경수 한국경제학회 회장 “소득 주도 성장 부작용 관리하고 혁신 성장 동력 키워야”​

김종일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4(Mon) 09:49:44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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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최소한 80점 이상의 점수를 국민들에게 받고 있다. 지난 5월10일로 취임 2년 차를 맞이한 문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80%가 넘는 국정 지지도를 얻고 있다. 그런 문 대통령도 낙제점을 받아든 ‘과목’이 있다. 바로 경제다. 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긍정평가 비율은 47%에 그쳤다. 취임 100일 당시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54%였는데 불과 9개월여 만에 7%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괜찮은 경제’의 기준선처럼 여겨지는 3%대 성장이 2년 연속 가시권에 있고,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진입도 유력하다. 그런데 국민들의 평가는 박하다. 왜 그럴까.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의 성과가 민망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고용 관련 수치는 최악이다. 지난해 실업자는 103만 명,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래 각각 최고치다. 올해 3월 실업률(4.5%)은 17년 만에, 청년실업률(11.6%)은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8조285억원을 일자리 지원에 투입했고 올해도 그보다 12.6% 늘어난 19조2312억원을 쏟아 부은 것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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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노믹스’ 긍정평가 47%에 그쳐

문 대통령은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을 경제 성장의 두 축으로 삼았다. ‘J노믹스’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이런 경제정책은 저성장·양극화 구조를 깨보자는 시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부터 강하게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일자리 양과 질을 높여 가계의 실질소득을 늘려 소비를 살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의 방향은 평가받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고용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내 경제학계 최대 학회인 한국경제학회를 이끌고 있는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확히 이 지점을 파고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는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소득 주도 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 노동층의 소득을 높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 자영업자들의 경영압박을 키워 오히려 고용 감소를 부추길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과 대비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결국 그 정책은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며 “정책의 부작용을 안정적으로 줄여 나가는 게 소득 주도 성장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득 주도 성장에 가려 뒤늦게 시동이 걸린 혁신 성장의 동력을 살릴 것도 주문했다. 그러기 위해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해 고용 잠재력이 큰 벤처·혁신 기업의 성장엔진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혁신 성장을 이끄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이라기보다는 혁신을 독려하고 이끄는 환경의 문제라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혁신의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기업들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성균관대 경제학부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2007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금융학회장,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산업은행 초대 혁신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3월부터 한국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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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년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경제학적으로 보면 큰 도전을 하고 있다.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에 의존해 왔다. 역대 정부 모두 내수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은 절감했지만 결국에는 다 수출에 매달렸다. 수출 주도형 성장모델이라는 현실론과 내수 주도형 성장모델이라는 당위론이 부딪치면 늘 현실론이 이겼다. 지금 정부는 일종의 레짐(regime·체제) 시프트(shift·대전환)를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체제를 바꾸는 일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성과가 드러나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 구조의 방향키를 바꾸는 엄청난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어떻게 진단하나.

“정부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주요 변수다. 최근 몇 개월간 수출 상황이 좋지 않지만, 큰 틀에서는 낙관적으로 평가한다. 향후 세계경제 상황을 같이 고려한다면 수출 상황은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내수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가계부채가 문제는 문제다.”


수출이 반도체 호황 덕을 본 ‘반쪽 성과’라는 지적도 있는데.

“틀린 지적은 아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당분간 호황 국면이 길게 갈 것으로 보지만, 우리 경제의 수출 경쟁력이 과거 같지 않다는 지적은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자랑하던 자동차·철강·해운과 같은 수출 효자 종목들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스마트폰의 경쟁력마저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전통산업들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데 신산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정책들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나.

“소득 주도 성장론에 기반을 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들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몇 년째 소득분배는 개선되지 않고 실질소득이 정체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만큼, 취약 노동층에 초점을 맞추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들이 성장에 기여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잠재력이 손상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가장 떨어지는 지점이 바로 부족한 디테일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소득 주도 성장론은 ‘가계소득→소비→성장의 선순환’을 추구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 노동층의 소득을 높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 자영업자의 경영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물가도 오른다. 이런 부작용이 크다면 소득 주도 성장은 당초에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내지 못할 수 있다. 자칫 낭패도 볼 수 있다. 최저임금 대상자를 고용하는 사업체가 대부분 생산성이 낮고 수익성도 높지 않아 상당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소득 주도 성장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의 이런 양면성은 정부 개입을 불가피하게 불러온다. 문제는 정부 개입이 정책 목표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제도가 고용주로 하여금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지급할 동기를 가지게 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자주 보고되는 예다. 문재인 정부가 조성한 일자리안정기금도 마찬가지다.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은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지원금이 당초 취지에 맞게 쓰이는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에 힘써야 한다. 부정 수급과 누수를 차단하고 마땅히 지원금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찾아 메워야 한다.”


예산 등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쓰라는 얘기 같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지지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정책이 인정받고 성과를 내려면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게 출발이다. 또 중요한 것은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펼치고, 고치고,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거대 담론을 얘기하는 것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혁신 성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 눈에 띄는 게 없다. 소득 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혁신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한데 아직까지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없다.”


혁신 성장을 민간이 아닌 정부가 주도해야 하나.

“공급 측면을 강조하는 혁신 성장은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있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독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성장 전략인 ‘인더스트리 4.0’이 대표적 예다. 강소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연구·개발(R&D) 투자 등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다.”


혁신 성장은 왜 중요한가.

“2017년 타계한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 교수가 생전에 자주 한 말이 있다. ‘혁신 부문이 없다면 중산층은 복지비용을 부담하는 데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혁신 기업이 나오면 고용과 성장은 물론 복지를 위한 세금도 문제없이 충당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복지를 위한 비용을 중산층이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얘기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하지만 혁신 기업들은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성장을 이뤄낸다.”


혁신 성장의 필요조건은 무엇인가.

“보몰 교수는 혁신의 필요조건으로 네 가지를 말했다. 먼저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쉬워야 한다. 또 재산권과 계약권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 파이를 키우는 활동이 증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량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요인들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지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고용 창출을 하는 기업들에 대폭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돈 많이 버니까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지 않고 해외투자를 늘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다.”


산업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통상 선진국의 경험에 따르면, 제조업 성장에 대한 기여가 한계에 이를 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빠르게 대체했다. 이런 흐름이 우리 경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서비스업 발전을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경제 선진화는 요원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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