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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미동 ‘골목빨래방’, "세탁기 처음 써봤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문화시설에 공모

부산 = 김재현 기자 ㅣ sisa513@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8(Fri) 1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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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 오전 11시쯤 부산 서구 아미동의 자그마한 1층 건물. 흩날리는 가랑비 속에서도 노인 3명이 이불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있었다. 이곳은 부산 서구청이 ‘아미·초장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만든 ‘골목빨래방’이다. 

 

“팔십 평생에 세탁기 처음 써봤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불 빨래하는 노인들이 연신 미소를 띄며 건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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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문화마을’의 새 희망…이웃 간 정(​)도 살아나

 

‘골목빨래방’ 개설은 이곳 주민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아미동 16통은 일명 ‘비석문화마을’로 불린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일본인들의 공동묘지 위에 비석과 상석 등으로 집을 지어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210여 가구 340여 명이 살고 있다. 묘지 위에 지어진 탓에 대다수의 집이 불과 4평 규모로 작다. 한 집에 들어가 보니 장롱을 제외하곤 겨우 2평 남짓한 공간 밖에 없다. 부엌과 화장실, 다용도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열악하다.

 

마을 한 가장자리엔 아직도 공동화장실이 있다. 세탁기가 있는 집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외에 설치된 탓에 겨울엔 수돗물이 얼어서 쓸 수조차 없단다. 심지어 이불 빨래를 해도 건조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이곳의 주거 환경 개선을 꾀하던 부산 서구청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공모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탓에 오랜 세월 기획만 하던 꿈이 공모로 현실이 됐다. 5월11일 문을 연 ‘골목빨래방’에는 주민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서구청은 주민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이불 빨래’라는 점을 고려해 세탁기 2대와 건조기를 갖춘 빨래방과 샤워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골목빨래방’이 생겼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앞다퉈 냄새 나는 이불을 들고 나왔다. 더러워진 옷과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샤워를 하는 주민들도 보인다. 세탁에서 건조까지 2~3시간 만에 뽀송뽀송한 이불을 안고 가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이곳 세탁기 1회 사용료는 단돈 1000원이다. 이 돈은 전기료와 세제 구입비 등으로 사용된다. 

 

골목빨래방 운영을 맡은 비석문화마을주민협의회 윤지선 회장은 “주민들이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였던 이불 빨래가 해결됐다”며 “옛날 빨래터처럼 사람이 하나 둘 모여드니 이웃 간의 정도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다”고 감격했다.

 

이와 관련, 부산 서구청 창조도시과 허종인씨는 “피란민 이주지역인 아미·초장동은 도심과 가깝지만 도심 속의 섬처럼 생활여건이 대단히 열악하다”며 “골목빨래방을 시작으로 목욕탕과 부엌, 놀이터 등 소규모 공동 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등대가 되기를 꿈꾸는 ‘골목빨래방’, 오늘도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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