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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에 소송 추진 중인 엘리엇, 믿는 구석 있나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으로 손해…전문가들 "FTA 협정문 준수 여부가 관건"

주재한 시사저널e. 기자 ㅣ 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21(Mon) 11:00:00 |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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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7000억원대 손해를 봤다며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고 있다. 소송의 쟁점은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협정문)’ 임무준수 여부, 엘리엇 측의 손해 발생 입증 여부 등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1일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재계는 이번 총수 변경으로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으로 꼽혀온 경영권 승계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승계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양사의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 채비에 돌입한 만큼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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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

 

엘리엇은 4월13일 법무부에 제출한 중재의향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피해액이 현시점에서 미화 6억7000만 달러(한화 약 71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두 회사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주주 입장에서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엘리엇의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 통보다. 정식으로 ISD를 제기할 예정이니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엘리엇의 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ICSID를 통한 중재재판 절차를 밟기로 했다. 다퉈보지도 않고 합의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정부는 5월16일까지 국내 대형 로펌 7곳(김앤장·세종·태평양·광장·화우·율촌·지평)으로부터 입찰 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정부는 회신 내용을 검토해 중재재판을 담당할 로펌을 조만간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박근혜 정부가 한·미 FTA 협정문의 임무를 준수했는지, 엘리엇의 손해 발생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지 등 두 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우리 정부가 ‘자국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투자자 보호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엘리엇의 손해배상 요구는 한·미 FTA 협정문의 내국민 동일 대우(11.3조)와 최소 대우기준(11.5조) 두 가지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내국민 대우 조항은 외국 투자자에 대해 같은 상황에서 내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부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조항은 ‘각 당사국은 자국 내 영역 내 투자의 설립·인수·확장·경영·영업·운영과 매각 또는 그 밖의 처분에 대해 동종의 상황에서 자국 투자자(삼성)에게 부여하는 것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다른 쪽 당사국의 투자자(엘리엇)에게 부여한다’고 규정한다. 한국 정부가 삼성과 엘리엇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FTA 협정문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란 얘기다.

 

두 번째 원칙인 최소대우기준은 ‘각 당사국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 국제관습법에 따른 대우를 적용 대상 투자자에 부여한다’고 규정한다. 대우의 최소기준은 외국인의 대우에 대한 ‘국제관습법상 최소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제관습법은 ‘일반적이고 일관된 국가관행으로부터 결과된 것’이며 최소기준은 ‘외국인의 경제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모든 국제관습법상 원칙’을 지칭한다. 즉,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엘리엇의 경제적 권리·이익 관련 국제관습법상의 최소기준 원칙을 지켰는지를 놓고 엘리엇과 우리 정부가 서로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중재판정 사례에서 국가가 고의로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점이 넓게 인정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국민연금 내부에서 합병에 관한 반대가 있었고,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국가의 고의 의무 해태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소송 두 번째 쟁점은 엘리엇의 손해 입증 여부다. 엘리엇은 약 7100억원을 피해액으로 추산했는데, 산출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향후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보상 금액이 깎일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한 유리한 방식으로 피해액을 산출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한 대형 법무법인 국제분쟁팀장은 “소송을 제기하는 측이 그 손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엘리엇 측의 소송 전략을 보고 추후에 대응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면서도 주식을 스스로 매각했다는 이유로 엘리엇 측의 손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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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ISD 변수로 떠오른 국정농단 재판

 

법조계는 직권남용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국민연금 책임자의 사례가 엘리엇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지난해 11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현재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하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유죄는 엘리엇 측에 유리한 근거가 된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과 박 전 대통령의 1심은 문 전 장관 등의 사례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에 대한 부정청탁을 했다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무죄 부분은 우리 정부에 각각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민사 재판에서도 두 회사의 합병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는 지난해 10월 “삼성이나 국민연금의 의도적인 시세조종 등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된 합병가액이나 합병비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국정농단 재판 결과로 유불리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합병 건을 적폐로 몰아붙인 정부가 스스로의 모순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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