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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씨가 지목한 북한군 ‘제73광수’가 나타났다

‘제73광수’는 5·18 당시 시민군 지용씨…항일정신 선양 호남 부호 지응현 선생 친손자

광주 =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3(Wed) 17: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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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객 지만원씨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한 ‘광수’ 561명 중 ‘제73광수’가 나타났다. 그는 5·​18 당시 시민군이자 일제시대 항일 선양과 호남 농촌지도자 양성에 힘써온 호남 부호의 후손으로 밝혀졌다. 극우인사들이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의 허구가 또 한번 밝혀진 셈이다. 5·18기념문화센터 임종수 소장은 5월23일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해 헬기사격을 목격한 지용(池龍 남·76세. 광주시 서구 금호동)씨는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한 붕남(鵬南) 지응현(池應鉉) 선생의 친손자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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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증언, ​지용씨대(代)​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집안 

 

호남의 부호로 손꼽힌 지응현 선생은 1910년 조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자 애국정신과 반일사상을 선양하고자 1924년 고려말 충신 등을 모신 사당인 병천사를 건립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 있는 병천사는 정몽주·지용기·정충신·지여해·지계최 등 고려 말과 조선 인조 때 충신 5명의 선현을 배향한 사당으로 1979년 시 유형문화재 11호에 지정됐다.

 

지응현 선생은 농촌지도자 양성 등 후학 양성에도 힘썼는데 농업을 부흥해 민족의 역량을 기르고자 응세농도학원을 세웠다. 응세농도학원을 모태로 덴마크식 축산농업지도자를 양성하는 수의학교를 건립하는 등 육영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광주와 전남에는 지응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송덕비가 17기 남아있다.

 

그의 집안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광주 서구 쌍촌동의 대건신학교(현 카톨릭평생교육원)와 동구 지산동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 서구 금호동 상무초등학교 부지를 기증했다. 지용씨의 친형인 지갑종(91)씨는 영국 로이터통신 종군기자로 한국전쟁을 기록했고,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벨기에·룩셈부르크·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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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73광수로 지목된 지씨는 19일 오후 2시께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해 임종수 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지만원 책자에 나오는 ‘광수 73’이라고 밝혔다. 38년여간 시민군 참여 이력을 함구하고 지내오던 지씨가 과거 목격담과 경험담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로 한 것은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북한 특수군으로 낙인찍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센터에 따르면, 이틀 전 그의 딸은 카톡에서 지만원씨가 ‘제 5광수 리선권’으로 지목한 5·18사진 속에 함께 있던 ‘제73광수’가 아버지의 젊었을 때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보고 이를 알려왔다. 카톡을 받아 본 지씨는 같은 성당 교우이며 ‘5·18영창특별전’을 열고 있는 임 소장을 찾아 “사진 속 인물이 나”라고 알렸다. “이따위 황당한 사진을 올린 사람이 누구며, 광수가 무슨 말인가 알고 싶어 왔다. 열이 무지하게 끓어 오른다”며 지씨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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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때 사업체를 운영했던 지씨는 소총에 장착한 대검으로 청년들을 찌르는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을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해 광주항쟁에 참여한 시민군 출신이다. 당시 지씨는 38세의 가장이었다. 대학 시절 레슬링을 익히는 등 건장한 체구를 지닌 그는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와 함께 도청을 지켰고, 5월26일 밤 계엄군이 들이닥치기 직전 도청 근방에 있는 집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렸다가 계엄군의 진압작전 때문에 도청으로 돌아가지 못해 큰 화를 면했다고 회고했다. 

 

항쟁이 끝난 후 지씨는 지명수배 1호로 수배되자 5월29일께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했다. 항쟁당시 여수에서 선박관련 사업을 하고 있던 지씨는 사업으로 다져놓은 인맥과 재산 덕분에 사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씨는 38년 동안 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5·18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사업에만 몰두하며 지냈다. 자신의 친형 지갑종씨가 전두환·노태우 군부정권 당시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고 광산 석재채굴을 하던 자신의 사업에도 불이익이 올까 염려돼 침묵으로 일관해왔다고 센터는 전했다.

 

 

지용씨, 자신을 ‘73광수로 지목한 지만원씨 고소 방침

 

지씨는 헬기 기총사격에 대해서도 중요한 증언을 했다. 센터 임종수 소장은 “지씨가 ‘도청집단 발포가 있던 21일 이후 22일이나 23일쯤 낮에 헬기 기총사격도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불로동 다리를 지나던 중 헬기가 도청 전일빌딩을 향해 수십발의 총을 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지씨는 헬기 기체의 생김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M-16소총 등 개인화기가 아닌 헬기에 거치한 기관총으로 사격했던 상황을 또렷하게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장소는 전일빌딩으로부터 600m가량 떨어진 지점이었다고 지씨는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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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씨는 23일 지만원씨를 고소하는 심경과 1980년 5월 경험담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이날 열기로 했지만 언론의 큰 관심이 집중되면서 계획을 미뤘다. 지씨는 자신을 북한군 ‘광수73’으로 날조한 지만원씨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5·​18기념재단, 민변 등과 협의해 민·형사 고소를 할 계획이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지용씨는 대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온 명망가 집안 출신​”​이라며 “그의 항쟁 참여 이력은 5·18이 기층민만의 항쟁이 아닌 모든 시민의 항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 “지용씨 아내 또한 주먹밥을 나르는 등 지씨 집안 모두 5·18 때 항쟁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극우인사들이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의 허구가 또 한번 밝혀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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