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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 특집] ① 2만원대 1GB 200분, 논란인 이유

공공성과 기업 재산권 두고 정부·이통사 간 팽팽히 대립…공은 이제 국회로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7(Thu) 08:00:00 |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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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주식통(住食通, 주거·음식·통신)이다.” 

5월11일 열린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통신이 국민의 필수재가 된 만큼 통신비 인하는 국민의 실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지금까지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저가 요금제 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리기 위해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요금제는 최근 통신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현재 3만원대 요금제에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2만원대 요금으로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다. 보편요금제를 담은 법안이 최근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면서 정부와 이통사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자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의 75%가 가계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4월30일부터 닷새간 전국의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가계 이동통신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자의 월 평균 휴대전화 통신비는 5만원에서 10만원이 38.6%로 가장 많았고, 10만원 이상의 통신비를 내는 응답자도 5%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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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 통과한 보편요금제, 이통사 반발 거세 

 

그러나 보편요금제가 통신비 인하의 해법이 될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보편요금제의 규개위 통과도 다사다난했다. 보편요금제는 통신비 인하를 주장해 왔던 시민단체·소비자단체의 아이디어로,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처음 윤곽이 짜여졌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이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통업계 1위이자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T에 보편요금제를 의무 적용하는 것으로, SKT가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할 경우 2·3위인 KT와 LG유플러스도 이에 맞춰 요금제를 손봐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이동통신비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위해 구성된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4월27일 열린 규개위 회의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의가 시작됐지만, 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규개위 측은 통신서비스의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이동통신비 경감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데, 보편요금제가 이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이통사는 “통신사업자들이 이미 계층별 요금제를 출시해 보편적인 통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마당에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발상은 과잉 규제”라며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퇴행하고 경쟁력이 사라져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5월11일 위원들은 알뜰폰 사업자, 이해관계자인 SKT와 정부 추천 참고인, 과기정통부의 의견을 듣고 최종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SKT는 “싼 요금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동의하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여전히 “보편요금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보편요금제는 규개위를 통과했다. 

 

이통사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통사는 정부가 사실상 요금제를 결정하는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고, 정부가 추진해 왔던 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통사는 여전히 통신요금 인하를 기업의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겼으면 한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5월23일 박정호 SKT 사장은 ‘월드IT쇼(WIS) 2018’ 개막식에서 “통신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회사가 스스로 하는 노력을 알리고, 시장원리가 작동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속도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8만8000원)를 출시한 LG유플러스를 필두로, KT도 5월30일 8만9000원에 속도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요금 경쟁에 돌입했다. KT는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월 3만3000원에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저가요금제 ‘LTE베이직’도 새로 선보였다. 기존에 있던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에 비해 데이터를 3.3배 제공하는 셈이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대신 자율적으로 저가요금제를 출시함으로써 그동안 지적됐던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업계는 KT를 시작으로 저가 요금제 구간에서 이통사 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통신비 인하에 나서면서 정부가 강제적으로 도입할 명분을 잃게 되면 보편요금제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보편요금제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와 이통사가 떠안을 부담에 대한 판단도 극명하게 다르다. 통신업계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보편요금제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를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 중 약 60%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실시된 선택약정 할인 폭 상향으로 인해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새롭게 적용된 취약계층 추가 지원으로 인한 부담을 감안하면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줄어드는 매출이 연간 3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3사 모두 이동통신 분야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정부의 계산은 차이가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라 한 단계씩 요금제 수준을 내릴 경우 발생하는 매출 감소분에 비해 이용자 편익은 연간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사 연간 매출은 7812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기업 이익 감소보다 소비자의 인하 혜택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보편요금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판단도 상이하다.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업계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요금인가제 폐지를 꼽았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대신, 고가 요금제에 대한 이통사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SKT는 요금상품을 새로 출시하거나 요금제에 변동이 생길 경우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했다. 인가제가 폐지되면 SKT는 신고만으로 새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보편요금제 이외에도 고가 요금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통업계는 인가제를 폐지하는 것도 이통사들이 더 싼 요금제 경쟁을 하게 하려는 의도이며, 이통사에 결국 손해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그에 맞춰 전체 요금제와 요금구간을 재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보편요금제 도입이 또 다른 요금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보편요금제를 선택하게 되면서 영업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이용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도 요금인가제, 공공자원 주파수 라이선스,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 등 정부가 요금을 틀어쥘 수 있는 구조”라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어려워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며, 결국 이용자들의 후생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서민에게 필요한 요금 선택지 줘야”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통업계가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GB다. 어차피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것”이라며 “음성 200분에 데이터 1GB를 사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통신비 인하가 꼭 필요한 서민층에게 요금의 선택지를 하나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편요금제의 규개위 통과는) 통신비 인하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며 “통신사들도 보편요금제를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보편요금제 관련 개정안은 법제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상반기에 국회 법안 제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통업계의 반발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본회의 통과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5월23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경쟁해 보편요금제 못지않게 빨리 변화가 되면 좋을 수도 있지만, 일단 보편요금제가 (국회로) 넘어갔으니 국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 

 

※ 관련기사

[보편요금제 특집] ② “통신 서비스는 국민 필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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