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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운도 실력이다…영화 개봉 ‘길일’ 잡기 총력전

극장가 최대 성수기 7~8월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손' 물밑 경쟁 치열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0(Sun) 16:00:00 | 14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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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여름 시장은 축구 경기로 따지면 ‘월드컵’에 해당한다. 월드컵에서 각 나라 최정예 선수들이 우승컵을 향해 자웅을 겨루듯, 극장가에서는 각 배급사 텐트폴(투자배급사의 한 해 개봉 라인업 중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 영화들이 흥행을 위해 진검승부를 펼친다. 이때 중요한 게 대진운이다. 작품(팀) 자체의 재미(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영화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길어봐야 1~2주, 짧으면 3일 만에 영화 흥행 성패가 결정되는 현 시장의 잔인한 유통구조에서 배급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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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와 《택시운전사》로 본 대진운의 중요성

 

대진운의 중요성은 지난해 여름 일주일 차이로 개봉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가장 뜨거운 기대작이었던 《군함도》를 정작 더 뜨겁게 한 건 ‘각종 논란’이었다. 개봉 첫날 2000개가 넘는 과도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국뽕’과 ‘친일’ 논란이 더해져 흥행의 발목이 잡혔다. 《군함도》의 침몰은 《택시운전사》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택시운전사》 역시 한때 1900여 개 스크린을 독식했지만, 《군함도》가 독과점 논란을 미리 흡수하며 《택시운전사》의 충격 완화 역할을 한 것. 《군함도》가 안긴 아쉬움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택시운전사》에 득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겨울 텐트폴 영화였던 NEW의 《강철비》는 배급 때문에 웃고, 배급 때문에 운 경우다. 출발은 좋았다. 입소문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후발 주자가, 아뿔싸, 1440만 관객을 동원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과함께-죄와 벌》이었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기세는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CJ E&M이 배급하는 《1987》까지 가세하면서 《강철비》는 스크린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극장 체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NEW에는 나름의 뼈아픈 기억. 그래도 ‘신의 한 수’였다면 《신과함께-좌와 벌》과의 맞대결 계획을 변경해 개봉일을 일주일 앞으로 당긴 점인데, 여러모로 ‘개봉일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양한 방향에서 보여주는 사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도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을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손’들의 물밑경쟁이 한창이다. 여기엔 경쟁작 현황뿐 아니라 관람 등급, 사전 모니터 시사회 점수, 마케팅 전략 등이 고려된다. 

 

올해 배급시장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과함께-인과 연》(8월1일 개봉)이라는 검증받은 콘텐츠의 존재다. 매해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작품은 있었어도 《신과함께-인과 연》처럼 전편의 흥행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한 한국영화는 없었다. 인지도 면에서 《신과함께-인과 연》은 현재 최고다. 하정우라는 든든한 스타플레이어가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마동석이 가세하며 호감도를 더 높였다. ‘전편보다 재밌는 속편’이라는 소문이, 최근 실시된 모니터 시사회 호평과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개봉일을 공공연하게 알린 영화도 바로 《신과함께-인과 연》이다. 통상 배급은 가장 화력이 강해 보이는 영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올해 대진표는 《신과함께-인과 연》을 기준으로 짜였다. 이보다 먼저 개봉할 것인가, 뒤로 갈 것인가, 혹은 얼마나 시간 간격을 둘 것인가를 두고 배급사들이 머리를 싸맸다는 후문이다.

 

《신과함께-인과 연》을 맞이하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의 《인랑》과 CJ E&M 배급 《공작》의 전략은 ‘쌍끌이 흥행’으로 보인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동원-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인랑》은 7월말, 윤종빈 감독이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과 호흡을 맞춘 《공작》은 8월초 개봉이 유력한 상황이다. 피하기보다 흥행 전선을 형성해 ‘윈 윈(win-win)’ 하겠다는 자신감이 읽힌다. 《신과함께-인과 연》으로서도 《공작》과 《인랑》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한 《부산행》(NEW), 《인천상륙작전》(CJ E&M), 《덕혜옹주》(롯데), 《터널》(쇼박스)이 고르게 흥행을 가져갔던 2016년 여름 시장의 모습이 아마도 이들이 함께 만들 수 있는 최선의 해피엔딩일 것이다. 《암살》(쇼박스)과 《베테랑》(CJ E&M)이 ‘쌍천만’ 흥행을 일군 2015년 여름의 사례 역시 몇몇 배급사들이 꿈꾸는 그림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40만 관객 동원에 그친 《협녀, 칼의 기억》(롯데)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극심한 혼돈을 피해 간 영화도 있다. 쇼박스의 《마약왕》이 그 주인공으로, 개봉을 겨울로 연기했다. 《마약왕》은 올해 7월 개봉이 유력시되던 작품이다. 8월로 개봉을 늦출 수 있다는 소문은 들려왔지만, 겨울까지 훌쩍 뛰어넘을 줄은 몰랐다. 영화 관계자들도 짐짓 놀라는 눈치다. 개봉 연기에 대해 쇼박스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어울리는 영화라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그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해 보인다. 

 

 

올해 대진표, 《신과함께-인과 연》 기준으로 짜여

 

일단 6월말에서 7월초로 개봉일을 옮긴 《앤트맨과 와스프》가 눈에 밟혔을 가능성이 크다.  1100만 명을 동원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후속작품인 데다가, 그 충격적 결말의 열쇠를 쥔 캐릭터로 앤트맨이 거론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어벤져스 4》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마약왕》으로서는 이 영화와 얼마나 개봉 시기를 벌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텐데, 그 사이 《인랑》이 7월말 개봉을 확정하며 고심이 더 커졌을 것이란 후문이다. 8월 중순으로 개봉을 미루는 대안의 경우, 상도의 문제가 걸렸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일찍부터 7월 개봉을 암시해 온 영화가 뒤늦게 8월로 뛰어드는 건 시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모니터 시사에서 그리 높은 평점을 받지 못한 것 역시 개봉 연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서 보다 좋은 만듦새로 내놓겠다는 계산이 깔린 선택일 수 있다. 

 

NEW가 배급하는 167억원 대작 《창궐》 역시 《마약왕》의 행보를 따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훈 감독과 현빈이 《공조》에 이어 의기투합한 영화로 여름 개봉이 일찍이 점쳐졌으나, 후반 작업과 상영관 확보 등을 이유로 내부에서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추석으로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석엔 NEW가 220억원을 투입한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이 일찌감치 개봉을 선점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배급이 연기된다면 겨울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빈자리는 이성민 주연의 스릴러 영화 《목격자》가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개봉일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혹자는 “퀄리티가 좋은 영화는 배급이 어떻든 마이웨이를 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력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여름 영화 시장에서 이는 ‘그렇다고 믿고 싶은’ 운명론에 가깝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급의 특성상, 경쟁작의 변수를 얼마나 통제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게 여름 극장가다. 과연 올여름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일 선정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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