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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치인’ 안철수를 계속 볼 수 있을까

선거 참패 후 비난·회의론 봇물…정치 인생 최대 위기

오종탁 기자 ㅣ 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Fri) 1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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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정계에 입문하면서 했던 말이다. '직업 정치인' 8년차. 좌충우돌하며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지만, 이번만큼 그에게 비판과 냉소가 쏟아진 적은 없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야권의 박원순 후보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한 안철수 후보는 7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큰 차이로 패배했다. 그것도 자신이 후보를 양보했던 박원순 시장을 상대로 한 완패였기에 아픔은 더 컸다. 

 

지난해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도 밀려 3위에 머문 안 후보는 나름대로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것이었다. 결과는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 이은 3위. 앞서 김 후보를 경쟁상대로조차 여기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압박했던 바른미래당이다. 안 후보 패배 외에도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물론, 기초단체장에서도 단 한 석을 못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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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낙선 후 미국행…정계은퇴 관측도  

 

안철수 후보는 6월15일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외동딸인 안설희씨의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해 3~4일 정도 미국에 체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직 사퇴 후에도 선거 당일 투표만 하고 곧장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안 후보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13일 서울시장 선거 낙선 후 안 후보는 2012년과 거의 똑같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은 대폭 줄었고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안 후보가 정치 입문 후 새로운 정치와 제3의 정당을 내세워왔는데, 지난해 대권에 도전해 얻었던 것보다 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며 "'자신의 시대적 소임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안 후보 본인은 성찰의 시간을 거쳐 재기에 도전하고 싶겠으나, 많은 국민들이 '과연 안철수의 시대적 소임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서 만약에 '없다'는 결론을 내게 된다면 안 후보는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향후 국회 내에선 보수 세력 통합이 가시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보수 통합론'을 고리로 한 야권 재편이 모색되면 안철수 후보는 소외될 여지가 많다. 안 후보는 지난 7년간 정치 소신이 모호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번 6·13 선거를 앞두고는 그런 지적이 더욱 거세졌다. 그가 지향한 '새 정치'와 '중도'는 표로 화답받지 못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측의 극심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도 안 후보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반면 대외 연설 등에서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자신감을 표출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이마저도 과장된 발언와 태도로 기존 지지자들까지 당황스럽게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안 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 후보는 본인 좌표를 완전 중도로 설정했다"면서 "처음부터 중도, 극중(極中)주의로 자리매김하면 진보, 보수 양쪽에서 모두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3의 길이라 하는 것은 보수나 진보 쪽에서 확실히 자리잡고 중도로 확장할 때 유효한데, 그러지 않고 곧장 중도로 나서면 어느 쪽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없다"며 "근본적으론 안 후보가 서울시장 낙선이 아닌 좌표 설정 실패 탓에 앞으로의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기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리 불살랐다" 복귀 시도하겠지만 고민 깊을 듯 

 

더 나아가 유시민 작가는 6월1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안철수 후보를 향해 "마음을 비우는 게 어떠냐"며 "안 후보에게 필요한 건 진로 탐색"이라고 밝혔다. 유 작가는 "안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뒤) 처음엔 화려했으나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간적으로 안쓰럽고 안 돼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빗발치는 회의론만 모으면 안 후보에게 남은 선택은 정계은퇴 뿐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근들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안 후보 역시 이미 '건너온 다리를 불사른' 만큼 정계은퇴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당장 당에 복귀해 정계개편을 주도하기는 시기상조란 평이 많다. 그가 당직을 맡고 있지 않고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당분간 야인처럼 지내며 정치무대 복귀 기회를 엿볼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직 양보, 2012년 대선 후보직 사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2016년 국민의당 창당, 2017년 대선 출마, 올해 바른미래당 창당과 서울시장 출마. 안철수의 정치적 도전과 실험을 '실패'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릴 수 있을까. 일각에선 안 후보가 보수당과 진보당의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고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구심이 되는 데 분명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어느새 적잖이 쌓인 굵직한 정치적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부산 북구에 거주하는 김아무개(60·여)씨는 "안 후보가 기성 정치인과 달라 그냥 이유 없이 좋은 느낌이 여전히 있다"며 "실패를 딛고 이제는 좀 민심을 잘 읽어 자신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안 후보는 선거를 하루 앞둔 6월12일 서울 노원구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7년 전 정치에 입문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동안 열심히 낡은 정치와 싸워왔다. 시민들은 제가 변했다고 오해하지만 7전 전 그때 그대로"라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무료로 나눴던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만들어 깨끗하고 투명하게 경영해도 성공할 수 있는 회사 만들어보려 했던 벤처기업인 안철수, 1500억원 사회에 기부한 안철수,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나와 위로의 말을 전했던 그 안철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변하지 않았는지, 안 변한 안철수를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지, 그가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어느것도 확실치 않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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