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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상가 붕괴 공포에도 “허가 절차 어려워 보강공사 못해”

전국에 노후건물 수두룩한데, 리스크·제도 허점 탓에 손도 못 대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9(Fri)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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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은 벽돌건물 소유주인데, 철거도 보강공사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용산 상가건물처럼 무너져내릴까 겁나네요." 

 

노후 조적조(돌·벽돌·​콘크리트 블록 등으로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드는 건축) 건물을 보유한 정아무개씨(41·남)는 용산 상가건물 붕괴 사고에 가슴을 쓸어내린 뒤 최근 건축구조기술사를 찾았다. '구조 안전 확인서'를 떼 구청으로부터 보강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서다. 당초 건물 설계자에게 문의했더니 자신은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해당 작업의 리스크도 크다며 거절했다. 이어 설계자가 건축구조기술사를 찾으라고 조언해주면서도 "아마 건축구조기술사도 노후 조적조 건물은 기피할 것"이라 말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실제로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 안전 확인서 발급에 난색을 표했다. 정씨는 "답답한 마음에 전방위로 알아보다 보니 접촉한 건축구조기술사가 20명에 이르렀다"며 "하나 같이 대답은 '노(No)'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안전을 위해서 시행하려는 보강공사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용산 건물처럼 무너지기라도 하면 어쩌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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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노후건물 "보강공사는커녕 서류 준비조차 힘들어"  

 
용산 상가건물 붕괴 사고 이후 노후 조적조 건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정작 보강공사를 하려고 하면 허가 절차를 밟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붕괴 위험과, 이에 따른 책임 소재 때문에 허가를 도와줄 전문가를 구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낡을대로 낡은 노후 조적조 건물이 워낙 시한폭탄 같은 데다 일손도 부족해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노후 조적조 건물 주인들 입장에선 돈을 들여 안전하게 보강조치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제보자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3일 서울 용산구의 4층짜리 상가건물이 갑작스레 무너진 뒤 전국에서 노후 조적조 건물 보강공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 세입자와의 계약 관계 등 때문에 철거는 못하고 대신 보강공사에 나서려는 건물주들이 많다. 건축법은 건물주가 건물 대수선(보강공사)에 착수하기 전 구조 안전 확인서를 허가권자(지방자치단체)에 제출토록 규정해놨다. 보강공사 시 기존 건축물 하중이 바뀌므로 구조 안전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구조 안전 확인서는 건물 설계자나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에게 의뢰해 비용을 지불하고 뗀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조적조 건물들 가운데선 건축 당시 설계, 구조 안전 등에 관한 고려가 세밀하지 못했던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건물주들은 구조 안전 확인서 작성을 주로 건축구조기술사들에게 요청한다. 국가기술자격법에 의거해 자격이 부여되는 건축구조기술사는 건축 설계·​분석·​시험·​시공·​감리·​평가·​진단 등 기술 업무를 수행한다. 쉽게 말하면 건축(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이나 보강공사 때 구조 안전을 확인하는 게 주업무다. 

 

문제는 건축구조기술사들이 노후 조적조 건물 보강공사를 위한 구조 안전 확인서 발급 업무에 난색을 표한다는 것이다. 노후 조적조 건물에도 여타 건축물 보강공사와 똑같은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건축구조기술사 입장에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봐 기준에 맞출 지' 난감한 일이 많다. 게다가 구조 안전 확인서를 떼어줬다가 보강공사 중이나 이후 자칫 붕괴 사고라도 나면 건물주와 더불어 건축구조기술사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노후 조적조 건물주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리모델링업체에 무허가 보강 공사를 맡기는 경우도 생긴다. 무허가 보강공사는 사고 발생 시 징역·벌금형까지 받을 수 있는 등 처벌 강도가 훨씬 높다.      

 

 

건축구조기술사 수 늘리고 제도 보완할 필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는 게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관계 전문가가 구조 안전성 검토를 통해 노후 건축물에 대한 사용 제한이나 철거 또는 보강공사를 적극 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건축구조기술사 등이 (노후 조적조 건물) 구조 안전 확인 업무를 기피하면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축구조기술사들의 조적조 건물 기피를 제재하려는 계획은 책임 떠넘기기 혹은 미봉책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구조 안전 수요에 비해 태부족인 건축구조기술사는 찾는 곳이 많아 항상 바쁘다. 특히 지난해 2월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일거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밖에 시행령은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151.25평) 이상의 건물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높이가 13m 이상인 건축물, 처마 높이가 9m 이상인 건축물 등도 내진 설계 의무 대상에 포함됐다. 2층 이상 5층 이하 건물은 설계를 맡은 건축사가 내진 설계도 하고 '구조 안전 및 내진 설계 확인서'를 허가권자에 제출해야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6층 이상의 건물은 내진 설계에 보다 전문적인 건축구조기술사들이 건축사를 돕는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이 도처에 쌓인 일반적인 일감을 놔두고 '문제 많은' 조적조 건물을 상대할 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너무 크다.
 
결국 노후 조적조 건물 보강공사에 한해 구조 안전 확인서 발급 기준을 완화하거나, 붕괴사고 등 문제 발생 시 해당 건축물에 대해 구조 안전 확인서를 발급했던 건축구조기술사들의 책임 소재를 다소 줄여주는 등 보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건축구조기술사가 태부족인 현실도 개선이 요구된다. 2016년 기준 전국의 건축구조기술사는 10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건축사 수는 1만3000여명에 달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건축사 대비 건축구조기술사 비중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건축물 재난 안전 관리 기본 방향 수립(2016)' 보고서를 보면 서울 건물 6개 중 1개는 수명이 다했거나 노후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건물 중 내용연수 대비 사용연수가 90% 이상인 건축물은 10만5982개동에 이른다. 서울 모든 건물(62만여동)의 6분의1 수준이다. 이 중 상당수가 조적조 건물이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대도시 구도심에서도 재개발·재건축 요건을 맞추려고 방치해 둔 노후 조적조 건물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건물은 용산과 같은 돌연 붕괴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연히 지진에는 완전 무방비 상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 사고에서 사망자가 없었지만 다른 노후 조적조 건물이 무너졌을 때도 인명 피해가 없을 거라곤 결코 장담할 수 없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데, 만약 지진이라도 나서 노후 조적조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진다면 사망자가 수천, 수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 그 때 가서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이 겨우 나올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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