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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미군기지 유해물질 낙동강을 위협하다

경북 칠곡 미군부대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치 4.6배 검출

김종일·조유빈 기자 ㅣ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3(Mon) 10:24:15 |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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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캐롤(Camp Carroll)’의 식수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것으로 미군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캠프 캐롤 식수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제시한 권고기준치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캠프 캐롤에서 배출되는 하수가 인근 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미군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캠프 캐롤은 영남 지역 11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신창현 의원실의 도움을 얻어 우리 환경부와 국방부에 미국 측 보고서 등을 제시하며 관련 대책을 문의했지만, 실효성 있는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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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기지 식수 4곳, 과불화화합물에 오염

 

환경 당국은 모니터링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자치단체는 “캠프 캐롤에서 나온 하수가 칠곡 동정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군 측이 자체적으로 정화해 내보내고 있다고 밝혀 캠프 캐롤에서 나온 하수에 대한 모니터링은 별도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 당국은 캠프 캐롤에서 배출되는 하수 통로가 어디인지, 몇 개인지 등 현황 파악도 하고 있지 않았다. 캠프 캐롤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가 위험한지, 위험하다면 어느 정도 위험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셈이다. 한마디로 캠프 캐롤이 오염물질을 완벽히 처리해 낙동강으로 흘려보내는지 아닌지는 미군 측의 선의(善意)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국방부는 2017년 11월3일 수성막포 사용으로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미군기지 실태나 대처 상황 등을 담은 보고서(Aqueous Film Forming Foam Report to Congress)를 작성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총 28쪽 분량으로,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된 식수가 기지 주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평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수성막포는 화재 진화에 용이해 군대나 소방시설에서 소방용 거품 등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최근 들어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본토와 해외 등 전체 미군기지에서 사용 중인 515개 식수 시설 중 19개 식수 시설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미 환경보호청이 제시한 권고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19개 기지에는 캠프 캐롤과 캠프 워커 등 대구 인근의 주한 미군기지 2곳과 경기도 의정부 인근에 위치한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등 총 4곳이 포함됐다. 문제가 된 19개 기지 중 4곳, 전체의 21%가 한국 내 미군기지로 조사된 것이다. 

 

과불화옥탄산(PFOA)·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같은 과불화화합물(PFC)은 카펫·조리기구·등산복 등의 표면 보호제로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로 국제사회에서 신종 유해물질로 꼽힌다. 군(軍)과 소방 당국 등에서는 화재 진압용 물질로 자주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적으로는 잘 분해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어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과불화화합물은 체내에서 안정성이 높아 PFOA와 PFOS의 경우 인체에 대한 반감기는 3.8~5.4년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반감기란 생체 내에서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즉 과불화화합물은 한번 섭취하면 체내에 상당 기간 자리 잡고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 오염에 美 ‘적극’ 韓 ‘느긋’

 

환경부는 국내외에 식수에 대한 과불화화합물 수질기준 항목을 설정한 국가가 없다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마시는 식수에 대한 과불화화합물 기준은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권고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과불화화합물 중 PFOA를 ‘Group 2B’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고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환경부는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식수가 암을 유발하는가’라는 신창현 의원실의 질문에 국제암연구소의 이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느슨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경 당국의 규제에 따라 PFOS 등의 성분이 담긴 과불화화합물 관련 제품을 단계적으로 생산 중단해 왔다. 특히 환경보호청 산하 물관리국은 2009년 ‘식수안전법’을 통해 과불화화합물 관련 건강권고문을 마련했다. PFOS는 200ppt, PFOA는 400ppt로 허용 범위를 제한했다. ppt는 ‘1조분의 1’이라는 뜻이다. 즉 200ppt가 기준이라면 1조분의 200 이하의 과불화화합물을 섭취해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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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16년 과불화화합물 관련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며 더 강화된 관리를 시작했다. 환경보호청은 식수안전법에 과불화화합물 관련 평생 건강권고치 기준을 발표하고 식수의 PFOS와 PFOA의 개별 및 통합 농도가 70ppt를 넘지 않도록 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70ppt라는 새로운 기준은 식수안전법의 권고 사항일 뿐 필수적이거나 강제력을 지닌 기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해당 오염 식수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군 환경 복원 프로그램’ 전략 아래 PFOS와 PFOA 표본 추출과 분석 및 정화 등 작업에 2016년 12월31일 기준 약 2억200만 달러(약 2300억원)를 지출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PFOS와 PFOA 유출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정화 작업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작업 완료에 드는 비용 추정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물 환경 전문가인 이태관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미국이 권고기준치를 강화한 이유는 ‘만에 하나’에 대한 인식을 우리와 다르게 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만 명 중 한 명이 나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관련 기준 설정을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국방부 활동으로 인해 증가하는 과불화화합물 오염에 대처하는 것은 국방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캠프 캐롤과 캠프 워커,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등 국내 기지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의 오염 수준이 미국이 제시한 기준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다. 캠프 캐롤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은 327ppt다. 권고기준치 70ppt보다 4.67배 높다. 주한 미군기지에서 가장 많은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곳은 캠프 레드클라우드(381ppt)로, 기준치보다 5.44배 높았다. 캠프 워커(244ppt)와 캠프 스탠리(169ppt)도 권고기준치보다 과불화화합물이 각각 3.48배, 2.41배 이상 검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캠프 캐롤 등 4개 기지에 각 3800달러(약 430만원)씩의 비용을 투입해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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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염 가능성 있는데 ‘팔짱’만 끼는 정부

 

더 심각한 문제는 고(高)지대에 위치한 캠프 캐롤의 오염된 하수가 칠곡의 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그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은 7월17일 경북 칠곡군청과 칠곡보 사무소, 칠곡군 수도사업소, 왜관 하수처리장 등 관련 기관을 일일이 찾았다. 확인 결과, 캠프 캐롤의 하수 처리 과정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다만 관계자들은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캠프 캐롤이 자체적으로 하수를 정화해 하수관로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군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캠프 캐롤에서 나온 하수는 인근 칠곡 동정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미군 내부의 증언도 있다. 딘 하트만 대위가 1999년 3월 당시 미 공군대학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는 ‘캠프 캐롤의 지하수 상당수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내용(Most of the section drains through canals westward into Naktong-gang, which then flows toward the South Sea)’이 포함돼 있다. 하트만 대위 논문에 따르면, 캠프 캐롤은 해수면에서 최저 100피트(30.48m), 최고 286피트(87.17m) 높다. 또 캠프 캐롤은 기지 북쪽과 동쪽 지역이 남쪽과 서쪽 지역보다 약간 더 높다. 캠프 캐롤의 서쪽에는 낙동강이 위치하고 있다. 

 

이렇듯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해 보면 캠프 캐롤에서 배출된 하수는 동정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캠프 캐롤에서 나오는 하수 통로는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다. 캠프 캐롤의 규모는 100만 평 정도인데, 해당 지자체는 하수 통로가 몇 개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군청 관계자는 “캠프 캐롤 내 처리시설이 있다고 하지만 미군기지는 시설 설치신고 대상이 아니라 정화를 제대로 하는지 관리감독을 할 수 없다”며 “만약 캠프 캐롤에서 오염된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나오더라도 곧 지역주민과 지역공장에서 배출한 하수에 섞이면서 오염물질에 대한 원인 증명을 분명히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캠프 캐롤 근처에 거주한다는 한 지역주민은 “미군들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자국에서처럼 엄격히 오염 정화를 마쳤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이 주민은 “이곳은 과거 고엽제 매립 논란이 있던 곳이라 이런 문제에 다들 민감해한다”며 “미군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자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좀 더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시골이라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며 “경북도나 환경부, 국방부 등에서 좀 더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태관 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왜 우리 환경 당국은 꼭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대응하는지 답답하다”며 “미군기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몰라도 그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에 대해서는 사전에 적극 대응해야 문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관련기사

☞ 미군부대는 치외법권이라 어쩔 수 없다? 낙동강도?​

☞​ “낙동강 검출 과불화화합물, 예상 못한 질병 가져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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