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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가 이재명 실화? ‘역주행’보다 중요한 사실

《아수라》 다시보기 열풍에 기자도 동참…사회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 강해

오종탁 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5(Wed)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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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했던 영화 《아수라》가 때아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직폭력배 유착' 의혹과 맞물리면서다. 지난 7월21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 지사의 경기 성남 조폭 유착설을 보도하자 진실 규명을 원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아수라》의 등장인물, 설정 등이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평가가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각종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아수라》 다시보기 열풍이 일었다. 많은 네티즌은 "정말 실화 같은 영화였다" "재개봉이 시급하다"는 등 호평을 쏟아냈다. 더 나아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뒤 영화를 보면 사실상 2부작 다큐멘터리다" "실화라고 미리 말했으면 1000만 관객도 돌파했을 것"이라며 영화 속 내용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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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조폭 연루' 의혹에 영화《아수라》 재조명
 
그야말로 《아수라》 감독도 어리둥절해 할 법한 '역주행'이다. 2년여 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관객 259만명가량을 모았다. 정우성·황정민·​곽도원 등 초호화 캐스팅 치고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원색적인 스토리, 잔인한 장면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아쉬움과 함께였다. 그런데 지금은 되레 현실감이 뛰어나다며 재평가되는 상황. 무엇이 그렇게 이재명 지사 의혹과 비슷하다는 것일까. 

 

기자도 이번에 직접 영화를 봤다. 영화제작사 측에서 소개한 줄거리는 이렇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그를 협박한다. 한도경을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돼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낸다.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일각의 주장처럼 '(이재명 지사의) 실화에 가깝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우선 영화의 포커스는 시장과 조폭 사이에 맞춰져 있지 않다. 악덕 시장, 비리 형사, 권력을 남용하는 검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과 그들을 둘러싼 갈등 관계를 주로 보여준다. 시장의 자금줄이자 건설사로 위장한 조폭도 등장하지만, 영화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분은 바로 영화 설정상 디테일한 부분들이다.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허구의 도시는 '안남시'다. 이재명 지사가 6·13 지방선거 전까지 시장으로 있던 성남시를 떠올리게 한다. 장례식장 신에는 근조 화환에 '경원대학교(현 가천대, 성남시 소재)'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화환에는 '민주연합' '인권' 등 단어도 적혀 있어 각각 이 지사의 소속당(더불어민주당)과, 인권변호사 경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장이 개발 반대세력에 의해 테러를 당한 것처럼 위장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장면은 과거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팔에 깁스를 하고 인터뷰한 사실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간 '국제 카바레' 간판이 이 지사와 유착된 것으로 의심받는 조폭 '국제마피아파'와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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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허구"라 설명…영화보다 더 극적인 정치현실도 주목해야

 

통상 영화감독들은 사회 고발 성향이 담긴 작품을 창작할 때 수많은 제보 수집과 면밀한 취재 과정 등을 거친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현실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애쓴다.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다양한 취재 내용 중에서 모티브만 따오는 수준이 된다.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사전에 이재명 지사의 조폭 연루설을 알고 있었는지, 영화에 일부 차용한 것인지, 아니면 전혀 몰랐던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긴 힘들다. 명예훼손 등 법적 문제가 걸려 있어 감독 스스로 가타부타 밝힐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김 감독은 공식적으론 영화 속 이야기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됐다고 전한 바 있다. 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안남시를 《배트맨》 시리즈의 '고담시'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느냐 아니냐를 추측하는 것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러나 《아수라》 역주행 속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작금의 정치 현실이다. '상식적이고 깨끗한 정치'가 공허한 구호로만 떠다닌 지 오래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로도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사건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시대 23년 동안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지방자치단체장은 364명에 달한다. 이재명 지사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한국엔 수많은 안남시와 박성배 시장이 있다. 지자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수많은 '선출직' 정치인들은 비리를 저지르고 추문을 일으켜도 온당한 처분을 받지 않고 뻔뻔하게 다시 등장한다. '시민' '국민'을 등에 업고 SNS·언론 등을 이용한 이미지 포장에 혈안이 돼 있다. 

 

《아수라》에서 악덕 시장 박성배는 반대 측 증인을 빼돌리고 승소한 뒤 법원에서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검찰이 증인도 없이 저를 기소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건 우리 48만 안남 시민의 명예와 긍지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소한 검찰 측과 마주해선 "니가 민선 시장 가슴을 쑤셔?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라고 윽박지른다. 그간 이재명 지사를 비롯한 정치인 다수도 제기된 각종 의혹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여론몰이에 방점을 찍고, 실제로 효과를 봐왔다. 착각과 망각의 합주 속 한국 정치는 곪아가고 있다.          

 

한편 《아수라》는 1년여 앞서 개봉한 《내부자들》과도 비교된다. '이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아수라》와 《내부자들》 엔딩 크레딧에 모두 등장하는 문구다. 《내부자들》역시 상영 이후 영화와 유사한 상황이 터지면서 원작 웹툰을 창작한 윤태호 작가에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게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윤 작가는 상상해서 그렸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다만 윤 작가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란 점을 지적하며, 그 부분을 예리하게 관찰했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속 성접대 장면과 관련해 윤 작가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강남 고급 요정 인테리어를 하시는 분께 자세히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예를 들면 노인들이 다 벗고 놀면서 젊은 웨이터가 들어와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대요. 스스로를 아예 다른 세계 사람으로 설정하는 그런 태도죠. 벌거벗고 앉아서 '이 레코드가 말이야 몇 년도에 무슨 심포니가 연주한 건데 내가 유학 시절에 들었어' 같은 고급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세계와 정서는 우리 짐작을 뛰어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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