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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지구①] 인구 20만 '쓰레기 섬' GPGP

남한보다 15배 큰 플라스틱 쓰레기 섬…바다에만 5조 개 플라스틱 조각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5(Wed) 17: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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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 수심 1만898m에서 발견한 것은 뜬금없게도 비닐봉지입니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무인도는 30년 후 세계 최대 쓰레기장이 됩니다. 수만 년 전의 무공해 공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남극의 눈에서 검출한 것은 유해 화학물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플라스틱입니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갑니다. 세계 바다에 떠도는 플라스틱 조각은 약 5조 개에 이릅니다. 해류가 순환하는 곳에는 아예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생깁니다. 태평양에는 플라스틱 1조8000억 개로 형성된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크기가 남한 면적의 15배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 섬을 국가로 인정해달라고 UN에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이 섬엔 국기·화폐·우표·여권도 있습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 섬의 1호 국민입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오염됐고, 웬만한 나라보다 큰 플라스틱 섬까지 생겼으니 가히 '플라스틱 지구'라고 부를 만합니다. 시사저널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협조를 받아 '플라스틱 지구'를 고발하는 탐사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수차례에 걸쳐 '조선 시대에 플라스틱이 있었다면' '한 주먹도 안 되는 4년 동안 모은 쓰레기양' '쓰레기차가 없는 마을' 등 재미있는 주제로 그 내용을 풀어놓겠습니다.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모자이크 같은 단편의 이야기를 다 끼워 맞추면 플라스틱 지구의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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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 마리아나 해구. 평균 수심은 7~8km, 가장 깊은 곳은 11km다. 극심한 수압으로 잠수정을 타고 둘러볼 뿐이다. 이 심해를 가본 사람은 영화 《타이타닉》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참고로, 달 표면을 걸은 사람 수는 12명이다. 

 

2016년 일본 해양·지구 과학 및 기술국의 과학자들은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했다.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하던 중 수심 1만898m 바닥에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발견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올해 5월13일 무선탐지기 등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해 이 심해에서 비닐봉지 쓰레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도 그곳에서 특수제작한 원격조정 장비로 촬영한 통조림과 맥주캔 사진을 지난해 공개한 바 있다. 영국의 한 연구진은 "중국의 오염된 강에서 잡은 게보다 50배 넘는 독성물질이 마리아나 해구에서 채취한 갑각류에서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주와 칠레 사이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무인도 헨더슨섬은 1988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인간에 의한 훼손이 없는 생태계를 가진 산호초 섬으로 그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약 30년이 지난 현재, 그 섬은 면적 대비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따르면, 이 섬엔 약 3800만 개, 무게로는 약 18톤에 이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다. 이를 조사한 해양학자들은 매일 1만300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 섬에 모여든다고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6월 '남극 지역의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 보고서를 내고 남극에서 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3월 남극에서 눈과 물을 채취·분석한 결과다. 남극 보호 행동가인 프리다 벵쓴은 "남극은 청정 환경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극의 가장 외딴 지역에서도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며 "부표·그물·방수포 등이 빙산 사이에 떠 있었다. 남극 생태계를 보호하려면, 인간의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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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10억 마리에 해당하는 플라스틱 만든 인류

 

이처럼 심해·무인도·남극 등 인간이 살지 않는 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든다. 그만큼 인간은 플라스틱을 많이 생산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어업과 양식업의 미세플라스틱)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약 83억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이는 코끼리 10억 마리 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수염고래 4700만 마리에 해당하는 무게다. 이 생산량은 점점 늘어나 2015년 한해에만 3억2200만톤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졌고, 2050년 그 양은 2배에 이를 전망이다. 플라스틱산업 유럽연맹인 플라스틱유럽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품의 39.9%는 포장재다. 그 외에 건축용(19.7%), 자동차용(8.9%), 전기·전자용(5.8%), 농업용(3.3%) 등의 플라스틱이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버려진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중에 매년 약 1200만 톤은 바다로 흘러간다.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이 해양으로 버려지는 셈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해되지 않고 바다를 떠다닌다. 현재 해양에는 약 5조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1997년 미국인 요트 선수 찰스 무어는 미국 LA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하는 도중에 지도에도 없는 섬을 발견했다. 그 섬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것을 확인한 그는 그 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해양 환경오염 전문가가 됐다. 그의 이야기는 LA타임스에 실렸고, 이 기사는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이 됐다. 

 

그 섬은 '태평양 대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을 의미하는 영어 약자 GPGP로 불린다. 비영리 연구단체 오션클린업파운데이션이 세계의 여러 과학자와 협력해 3년간 GPGP를 조사해 2018년 3월 그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조사팀에 따르면, 섬을 이루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개수는 약 1조8000억 개, 무게는 8만 톤에 이른다. 이는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맞먹는 무게로, 당초 연구진이 예측한 것보다 최대 16배 큰 수치였다. 

 

이 쓰레기 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남한 면적의 약 7배인 70만㎢ 크기의 쓰레기 섬이 2009년 140만㎢로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금은 남한 면적의 15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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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에서도 남한 5배 크기 쓰레기 섬 발견

 

2017년 광고제작자 마이클 휴와 달 데반스 드 알메이다는 UN에 GPGP를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국명을 ‘쓰레기 섬’이라는 뜻의 ‘Trash Isle’로 정했다.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의 전직 부통령 앨 고어는 이 섬의 1호 국민이 됐고, 영화 《토르》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 등 20만 명이 국민으로 등록했다. 이 섬엔 국기·여권·화폐·우표도 있다. 화폐에는 플라스틱 그물에 목이 칭칭 감긴 바다사자와 갈매기, 플라스틱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이 담겨 있다. 화폐의 단위는 쓰레기 잔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더브리(debris)’로 정했다. 

 

해류가 순환하는 곳을 ‘자이어(gyre)’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5곳의 자이어가 존재한다. 바다를 떠다니던 쓰레기는 자이어를 만나 한 곳에 쌓인다. 자이어 5곳 중 2곳에 쓰레기 섬이 형성됐다. 한 곳이 GPGP이고, 다른 한 곳은 대서양에 있다. 미국해양교육협회(SEA) 연구팀은 2010년 미국 동부 앞바다에 엄청난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해양학자들은 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에도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술렁였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지구 전체에 퍼져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 쓰레기 섬의 규모는 50만㎢ 정도로 남한 면적의 5배다. SEA는 미국 동부 연안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그 쓰레기 섬에 모일 때까지 60일이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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