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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직 언론인이 왜 최순실 게이트 증거를 靑에 넘겼나

안종범 前 청와대 수석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입수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7(Fri) 15:16:24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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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언론인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본지 제1501호 이진동 “檢, 현직 언론인의 최순실 사건 비호 덮었다” 참조)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이 언론인을 ‘TV조선의 정석영 부국장’이라고 실명까지 공개했다.  

 

시사저널은 사건 초기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조사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최근 입수했다. 2016년 10월29일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모바일 포렌식(Forensic)을 통해 데이터를 복원했다. 그 결과, 휴대폰에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누군가가 대화한 녹음파일이 들어 있었다. 녹음 시점은 2016년 7월28일, 통화시간은 26분53초였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이 대화가 있기 이틀 전인 7월26일 TV조선은 ‘미르재단이 설립 두 달 만에 대기업에서 500억원 가까운 돈을 모았으며 이를 안 전 수석이 지원해 줬다’는 뉴스를 내보낸다. 훗날 밝혀진 것이지만 당시 TV조선의 취재엔 이성한 전 총장의 도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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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언론인, 안 前 수석 돕기 위해 자료 넘긴 듯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엔 이렇게 나온다. 

 

"검찰: 피의자(안종범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보면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이 불상의 언론사 간부(조선일보로 추정)와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남아 있으며, 이성한으로부터 받은 각서도 저장되어 있는데 이를 보면 피의자는 이성한으로 하여금 미르재단 관련 비리 의혹을 언론사 등에 알리지 말라고 회유한 것 아닌가. 

 

안종범 전 수석: 제가 회유할 이유가 없지 않나. 전혀 아니다. 

 

검찰: 위와 같이 이성한이 제3자와 대화한 녹음파일이 어떻게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될 수 있나.

 

안종범 전 수석: 2016년 8~9월경 언론사 간부가 저한테 ‘이성한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닌다’라면서 그 녹음파일을 주었는데 대충 듣다가 말아서 끝까지 듣지는 않았다.”

 

이 언론사 간부가 TV조선 내부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당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뉴스는 TV조선만 다뤘기 때문이다. 당시 다른 언론사들은 두 재단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가장 빠른 한겨레의 후속보도도 9월20일이다. 

 

그렇다면 이 관계자는 누구일까. 궁금증은 최순실 게이트 취재를 처음부터 진두지휘한 이진동 전 TV조선 부국장(사회부장)이 쓴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전 부국장은 책에서 “7월26일 주아무개 TV조선 본부장이 호출해 방으로 갔더니 경제부장(현 정석영 부국장)이 있었다. 경제부장은 ‘미르재단에서 협찬을 받기로 돼 있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썼다. 실제로 당시 TV조선은 미르재단으로부터 3억원을 후원받을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정 부국장은 이 전 총장과 어떤 사이였을까. 한 전직 TV조선 관계자는 “정 부국장이 대구·경북(TK) 지역 유력인사 모임인 아너스클럽에서 안 전 수석을 만났으며, 안 전 수석을 통해 이 전 총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너스클럽은 박근혜 정권 실세들의 사교모임으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임환수 전 국세청장 등이 멤버로 활동했다. 

 

정리하면 평소 친분이 두터운 안 전 수석을 돕기 위해 정 부국장이 이 전 총장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런 차원에서 녹음파일을 안 전 수석에게 통째로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검찰 문건을 보면 ‘언론사 간부’는 8월16일 또다시 이 전 총장과 대화한 녹음파일을 안 전 수석에게 넘긴다. 8월29일엔 이 전 총장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각서까지 건넸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그 언론사 간부가 보내 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성한이 이런 것도 썼다고 하더라’고 하면서 저한테 보내 주었습니다. 저도 그 각서를 한번 쓰윽 보고 말았습니다.”

 

TV조선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세운 K스포츠·미르 재단을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청와대로 건너간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당시 TV조선은 취재 범위를 안종범→차은택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최순실씨와 친분이 두터운 차은택씨가 공개되면 최씨 행각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27일 TV조선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미르재단 좌지우지’, 28일엔 ‘차은택, 대통령 심야독대 보고 자랑하고 다녀’와 ‘안종범, 미르재단 사무총장 사퇴 종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녹음파일이 전달된 후 전세는 역전된다. 물론 이 두 가지의 연관성이 분명치는 않다. 왜 그럴까. 검찰이 이 언론사 간부와 안 전 수석 간 관계를 정확하게 살피지 않아서다. 이 간부가 의도하진 않았어도 취재 내용이 청와대로 흘러가면서 사건에 연루된 공모자들끼리 입을 맞췄을 수 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에도 이를 의심할 만한 내용이 있다. 

 

“2016년 7월말경 ‘미르’ ‘K스포츠 재단’ 등과 관련된 언론의 의혹보도가 시작된 이후 안종범은 보안상의 이유로 장충기(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와의 직접 통화를 요구. 미르재단 등 출연 부분과 정유연(최순실씨 딸 정유라) 지원 부분에 대하여 말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임.”

 

증거인멸이 본격화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검찰이 류상영 더케이블루 부장의 휴대전화 문자를 분석한 자료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온다. 검찰 조사 자료를 보면, 류상영 부장은 2016년 6월부터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기획안 작성과 사업진행 등을 도왔다. 최씨가 류상영 부장에게 지시해 회사 법인명 변경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고~(고영태씨 지칭) 집도 한 달 내 정리하라구”(8월27일)

“(회사명은) 더운트로 하는 거루”(8월31일)

 

그런 다음 2016년 9월3일 최씨는 독일로 도피했다. 

 

 

책 나오고 한 달 뒤 이진동 前 부국장 사직

 

이진동 전 부국장은 취재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를 2017년 2월 출간했다. 책에는 모회사인 조선일보의 미온적 대응도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책 출간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인터넷에 실린 목차와 실제 나온 책의 목차가 다른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목차와 실제 목차는 몇 군데가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우병우에 집중한 조선일보’(6장 청와대의 반격)와 ‘공수의 극적 반전’(9장 붕괴 전조)이라는 부분이다. 실제 발간된 책에는 ‘조선일보의 오판’(6장) ‘자존심 굽힌 조선일보’(9장)로 돼 있다. 공교롭게도 책이 출간되고 한 달 뒤인 3월 하순 저자인 이 전 부국장은 ‘미투운동’의 당사자로 지목돼 TV조선에서 해고됐다. 물론 책은 1쇄 이후 더 이상 출간되지 않았다. 우연이었을까. 시사저널은 관련 의혹에 대해 묻기 위해 정석영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TV조선 홍보담당자도 “언론의 의혹보도 후 정 부국장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없었으며, 이와 관련해 위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전달받지 못했다”고만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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