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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끝까지 공개하지 않은 ‘3건의 문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추가 문건 공개 파문 확산…3건 비공개 이유는?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6(Mon) 17: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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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와 언론, 시민단체를 망라한 ‘로비 작업’을 벌이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그 대가로 지불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7월31일 추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군에 기무사가 있다면, 3부 중에는 사법부가 있었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들릴 정도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정의를 내팽개친 모양새가 됐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법부의 판결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에 ‘법의 권위’는 근본부터 무너져버렸다.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퍼지게 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법원이 뒤늦게 문건을 추가 공개한 것을 두고서도 현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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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문건 내용 파문 확산

 

법원은 7월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미공개 문건 196개를 공개했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미공개 문건 내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문건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머지 문건 공개를 결정했다. 

 

당초 법원은 문건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6월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 가운데 98개 원본만 공개하며 “(나머지 문건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제3자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7월31일 추가로 공개된 문건이 몰고 온 충격은 컸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필두로 입법부인 국회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민단체에까지 광범위하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응 전략’ 문건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김도읍·이한성)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해철·서기호) 등을 상고법원 반대파로 분류하고 접촉 방법, 대응 전략, 지역구 현안 등을 상세 기술했다. 또 정치 현황 분석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이춘석 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한 결과도 문건으로 만들었다.

 

언론을 통해서도 상고법원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도 있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는 설문조사와 좌담회, 칼럼 등을 이용하자는 구체적 제안이 담겼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를 정해 놓고 문항을 설계하고 기간을 조정하는 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한 정황도 있다. 반면 한겨레를 비롯해 상고법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일부 언론사는 분리·고립시켜 반대 여론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5년 3월 작성한 ‘조선일보 첩보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한명숙 사건 등 주요 사건에 관해 선고 예정 기일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상당한 호감 확보 가능”이라고 적었다. 방송사도 법원행정처의 타깃이었다. 주요 방송사에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를 부탁하기 위해 방송사 간부를 접촉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2015년 6월 작성된 문건에는 지상파 보도본부장과 접촉해 ‘긍정 답변’을 받았고, 종합편성채널 사회부장에게는 ‘메르스 진정 후 우호적 보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치열하게 상고법원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음에도 국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2014년 작성된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엔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대법원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법원이 추가 문건을 공개했지만, 끝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문건들도 있다. 그중에는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문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원이 아직 숨기는 것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7월31일 법원은 추가 문건을 공개하면서도 3건의 문건에 대해서는 끝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대 국회의원 분석, 상고법원 비판 글을 외부에 기고한 차성안 판사 관련 문건,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법원행정처 근무를 거부했던 이탄희 판사 관련 문건 등이다. 법원행정처는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아직 숨기는 것 있나” 김명수 책임론도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 법원이 해당 문건들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확보한 ‘제20대 국회의원 분석’(2016년 7월27일 작성) 문건에는 국회의원들과 관련된 민·형사 사건의 판결문, 해당 재판부의 재판장과 주심 판사 이름, 사건 요지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여기에는 당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건도 포함됐다. 특히 서영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관련해서는 ‘영장 서영교.pdf’라는 파일도 첨부됐다. 의원들의 영장 관련 정보까지 챙겨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내부의 정보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무적 판단 미스로 개혁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부를 상대로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송기호 변호사는 “법원 조직이 굉장히 보수화돼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이 ‘내부 조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 정의당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서기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관과 법원장, 고법 부장판사로 구성된 차관급 이상 사법부 고위 인사들은 여전히 양승태 시절 선임된 인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법원의 ‘셀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 아닌가. 늦었더라도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순리인 듯싶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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