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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동북아 새판 짜려는 트럼프 욕심 과하다”

[인터뷰] 창립 20주년 맞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김홍걸 대표 상임의장

송창섭·이민우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3(Mon) 14:01: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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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민화협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1998년, 통일을 열망하는 전 국민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자는 취지에서 결성된 단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민화협 출범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랬기에 민화협은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화려한 영광만 있었던 건 아니다. 보수정권에서 민화협의 위상은 ‘유명무실’ 그 자체였다. 그랬던 민화협이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상임의장이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다. 국내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인 북한 쪽에서 볼 때도 ‘화해와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 의장은 최상의 대화 상대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인 7월19일 북한은 김 의장을 비롯, 5명의 민화협 인사들의 평양 방문을 허락했다.

 

남북관계에 있어 민화협의 등장은 화해의 물꼬가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사저널이 김 의장을 만난 것은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8월30일이었다. 서울 마포 민화협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김 의장은 “10월 중 금강산에서 남북 인사들이 만나는 대규모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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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을 기념해 북측과 함께 진행하는 게 있다고 들었다.  

 

“일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안 운동을 북쪽과 합의해서 하고 있다. 또 조만간 금강산에서 민화협 주체로 남북 각계각층 인사들이 만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시기는 언제인가. 

 

“10월 안에 하자고 했는데 경우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행사 규모는. 

 

“우리 쪽에서 최소 200여 명 정도 가려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금강산에 있는 시설이 오래되고 유지·보수가 안 돼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계기로 현대아산 측에서 사람들을 많이 파견해 고쳐놨기 때문에 행사를 여는 데 지장은 없다.”

 

 

트럼프 북핵 자신감으로 중국 압박 


최근 북·미 관계가 어려워져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상당히 복잡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즈니스맨답게 조금 계산법을 바꾼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보단 사업가 기질이 강하다. 그러니 국무장관이 가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뒤집어버리는 거 아니겠는가. 국제외교 관례상으론 있을 수 없다.”


트럼프의 계산은 뭘까.

 

“작년에는 북한이 계속 미사일과 핵실험을 하다 보니 빨리 손을 써야겠다는 위기감이 있었겠지만 금년 들어선 북핵 문제가 잠잠해지니 서두를 게 없다고 판단하는 거 같다. 그동안 저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조금 빗나간 것 같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좀 나니 자신감이 생겨서 이번 중간선거를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슈로 치르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북핵 문제는 미·중 갈등의 종속변수처럼 옆으로 밀린 상태다. 사실 중국이 비핵화를 방해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핵화 방해꾼처럼 만들어 놓으면, 나중 비핵화 문제가 잘 해결될 경우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굴복시켰다고 자랑할 수 있다. 반대로 지지부진하면 중국이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리로선 난감하다. 지금 트럼프가 대만과의 양안(兩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중국의 체제 문제와 직결된 거다. 과거에도 중국은 그럴 경우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 최악의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를 상당부분 푸는 강수를 둘 수 있다.”


미·북 간 갈등의 절충점은 없나.

 

“미·중 간 무역전쟁을 결부시키면 우리로선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종전선언에 어떻게든 중국을 배제시켜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미국 주도로 새롭게  짜려고 하는데 그건 욕심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일이 안 된다.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6·12 또는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까.

 

“그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배를 탔다. 누가 먼저 뛰어내리거나 배를 뒤집을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둘 다 다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불량국가 이미지를 벗을 수 없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정은·트럼프, 돌아올 수 없는 한배 탔다”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개혁·개방 의지가 엿보였는가.

 

“하루아침에 북이 변할 수는 없다. 다만 상당히 주민 생활 향상에 공을 들인다는 느낌은 받았다. 평양 밖으로 나가 시골로 가면 아직 어렵겠지만 옛날 고난의 행군 때처럼 굶어죽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북측 인사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번에 평양에 갔을 때 북측 민화협 회장인 김영대 의장(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보수 혹은 중도 성향의 사람들도 남북교류에 참여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구나. 남쪽 사회에 대한 이해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고 들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서 뭐라 하면 너무 몸을 사린다는 거다. 과거 부시 정권은 취임 1년 만에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개성공단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도록 하지 않았나. 왜 그런 노력은 못 하느냐는 불만이다.”  


민화협 위상을 높이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나.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부문에서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은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새로운 법안을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민화협에 대한 북측의 생각은 어떤가.  

 

“재일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안 문제를 북측이 우리와 협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문 작성도 만수대 의사당에서 정식으로 했다. 그 직후 일본 조총련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남한 사람이 공식 방문한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 것 같나. 

 

“어떤 특정 어록은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 이 시대에 햇볕정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햇볕정책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면, 한반도 정세를 끌고 나가는 데 있어 우리가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햇볕정책이란 단순히 ‘뭘 퍼주면 북이 우리 말을 잘 듣겠지’라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연구한 끝에 적극적 외교가 답이라고 결론 내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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