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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가 예산 제멋대로…진도군 ‘배 돌려막기’ 논란

급수선 위한 국가보조금을 차도선에 사용…문제 덮으려 다시 차도선 예산을 급수선에 사용하려 해

전남 진도 = 정성환·조현중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4(Fri)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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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vs 133 신화’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량대첩으로 유명한 전남 진도군이 지금 ‘배’ 논란에 휩싸였다.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정된 사업 외에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시사저널 취재결과, 진도군이 섬 지역 급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3차 도서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급수 운반선 건조사업 목적으로 지원받은 국비를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차도여객선(차도선) 건조에 임의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혈세인 국가보조금이 원래 목적이 아닌 곳에 제멋대로 사용된 것이다. 

 

문제는 진도군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4차 도서종합개발 계획에서 확보한 차도선 예산도 역시 끌어다가 급수선을 건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흔치 않은 ‘배 돌려막기’로 국비가 두 번에 걸쳐 임의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치행정의 원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공직사회에서 일어난 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이다. 도대체 무슨 일로 ‘보배의 섬’ 진도(珍島)에서 배가 뒤바뀐 일이 벌어진 걸까. 

 

애초 진도군이 제3차 도서종합개발 계획에 따라 하조도 급수선 건조사업을 추진한 것은 하조도를 비롯 관내 섬 지역 주민들의 급수난 해소를 위해서다. 진도군의 대부분 섬 지역은 해마다 물 부족난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들 섬 지역의 물 부족 해소를 위해 급수선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낙도지역을 끼고 있는 진도군 조도면을 담당하는 급수선은 ‘전남 707호’다. 이 급수선은 35개 낙도의 물 공급을 위해 지난 1989년, 속력 11노트에 16톤 크기로 건조됐다. 전남 신안과 완도 등 전국의 다른 섬 지역 자치단체들은 수년전 이미 20노트 속도에 30~40톤급으로 바꿨지만, 진도 급수선의 경우 예산부족을 이유로 19년째 운항하고 있다. 이 배는 2014년 세월호 침몰당시 구조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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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 국가보조금 25억여원 임의 사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 돼

 

하지만 워낙 소형인데다 선체마저 노후화돼 파도가 조금만 높은 날이면 외딴 섬 급수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마을 물탱크는 50톤짜린데 급수선이 작다보니 서너번씩 와서 채워야 했다. 이에 모도 등 섬 마을 주민들은 현재보다 두 배가량 큰 급수선만 있어도 모든 섬을 한 시간 이내에 다니고, 물을 한꺼번에 30톤 이상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50톤급 급수선 건조가 절박하다는 얘기다. 

 

진도군은 주민 민원에 신속하게 부응했다. 3차 도서종합개발사업에 조도면 가사도 등에 식수 공급을 위해 40톤급 급수선을 건조하기로 하고 국비 37억5000만원을 확보하고, 올해 말까지 건조를 마친 뒤 내년 초부터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따라서 군민들은 당연히 급수선이 건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진도군의 태도가 갑자기 변했다. 2017년 3월 다목적(급수 등) 건조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최종보고회를 마친 뒤 경기도 시흥시 소재 S조선업체에 발주해 올해 3월29일 차도여객선 건조사업이 준공됐다. 물 부족난을 겪고 있는 섬 지역을 위한 급수선을 건조하겠다는 사업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현재 이 선박은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해상여객선운송 사업 면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로, 6개월째 조도면 상조도 섬등포항에 정박 중이다. 

 

취재진은 11일 오후 3시 20분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차도선에 승선해 뱃길로 30분 거리가 떨어진 창유항에 도착한 뒤 다시 승용차로 20여분을 달린 끝에 비교적 외진 곳인 상조도 섬등포항에서 문제의 선박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한눈에 차량과 승객 운송 겸용 여객선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배에는 여객선임을 알리는 ‘가사페리호’란 푯말이 붙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급수선은 물 저장과 공급시설이 필수인데도, 선내 어디에서도 급수 저장 시설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육지 저장탱크에 물을 공급할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적지 않은 자본이 재투자되지 않고서는 급수선으로 제 기능을 하기엔 불가능해 보였다. 목적에 맞게 사용된 금액은 사실상 ‘0원’이라는 것에 다름없다. 조도면의 한 주민은 “진도군은 다목적 급수선이라고 말하겠지만, 저건 여객선”이라면서 “무슨 영문인지 수개월째 꼼짝 않고 저 모양으로 볼썽사납게 부두에 묶여있다”고 성토했다. 

 

급조선 건조사업으로 내시된 국비 40여억원 중 25억원이 차도선 건조에 투입됐다는 사실을 진도군 역시 인정했다. 진도군 관계자는 “뱃길이 끊긴 가사도 주민의 민원 해결이 발등에 불로 떨어져 차도선 건조를 위해 급수선 건조사업 국비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도군, 국비 전용 덮기 위해 대놓고 ‘배 돌려막기’ 시도 의혹 

 

이 뿐만 아니다. 진도군은 앞서 벌어진 국비 임의사용 문제를 덮기 위해 대놓고 ‘배 돌려막기’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군은 4차 도서종합개발 계획에 다목적 차도선 건조 명목으로 2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올해 사업비 중 6000만을 들여 급수선 실시설계 용역을 맡길 예정이었다. 사실 군청 안팎에선 급수선 건조 예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풍문이 꾸준히 나돌았다. 따라서 군이 부랴부랴 급수선 건조에 나선 것은 3차 도서종합개발계획에 반영된 예산을 빼다가 차도선을 건조함으로써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록 일의 순서가 뒤바뀐다하더라도 궁극적으로 2척의 배만 확보하면 될 것이라고 간단하게 산수를 한 셈이다. 군은 최근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면서 국비 임의사용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이를 중단했다. 

 

지역 관가의 한 인사는 “꼼꼼한 법 준수보다는 조속한 민원해결을 바라는 군수 입맛에 맞춰 국가보조금을 집행하다보니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진도군 관계자는 “판단 착오였다. 관련법과 매뉴얼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엔 무엇보다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 밖에 없었다”며 “나중에 국비를 확보해 배만 채워 놓으면 문제가 없을 줄 알았지,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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