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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운영 방식, 민주주의 역행하는 ‘개혁군주론’”

[인터뷰] ‘文정부=청와대 정부’ 비판하는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구민주·김종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4(Fri) 14:00:00 |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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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부’는 지금 정치권에서 가장 뜨겁게 토론되는 담론 중 하나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권한이 집중돼 내각과 의회가 허수아비에 머물러버리는 구조를 의미한다. 강한 청와대를 꾸려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활발히 인용되고 있다. 관료조직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고 각종 정책 논의마저 정체된 지금, 민주당 정부와 책임총리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로선 꽤 신경 쓰이는 지적일 수밖에 없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한된 임기를 가진 대통령제에선 지금처럼 막강한 청와대가 합리적 통치 방식 아니냐는 주장도 세게 맞선다. 오히려 청와대 규모를 지금보다 더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처음 제기한 정치학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임기 1년4개월 지난 문재인 정부의 운영 방식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를 향한 박 학교장의 경고는 단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개혁군주론’에 가깝다”며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저서 《청와대 정부》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선한 박근혜’라는 파격적인 비유를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면서 박 학교장은 현재 청와대에 압도당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의회의 역할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야말로 가장 풍부하고 합법적인 제도와 권한을 갖고 있으며 민주주의에서 단연 가치 있게 사용돼야 할 ‘시민적 도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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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부’가 왜 문제인가.


“‘청와대 정부’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일단 청와대는 정부가 될 수 없다. 이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처럼 대통령비서실이 하나의 부서가 돼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건 민주정부론이 아닌 일종의 개혁군주론에 가깝다. 법률에 의한 조직인 내각이 잘 운영되도록 해야지, 청와대가 그 역할을 다 하려 하는 건 ‘거짓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법에 근거하지 않은 권력자의 주변 조직은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 된다.”


여당의 비협조, 관료조직의 저항 등 대통령이 재임 중 부딪칠 수 있는 불확실성들을 고려할 때, 대통령 주변으로의 집권화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선 ‘여당의 비협조’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여당처럼 대통령에게 협조적인 여당이 있었나. 굴종적인 수준이다. 그리고 그동안 여당에 집권당으로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기회를 한 번이라도 준 적 있었나. 그러지 않고 이들이 비협조할 거라고 단정 짓는 건 맞지 않는 얘기다. 관료의 저항 때문에 청와대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말이 안 된다. 민주화 30년을 거치며 관료들은 야당이 정부가 되는 것도 받아들였다. 오히려 유능하고 힘 있는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관료들은 정무직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관료사회를 책임 있게 운영해 주길 바라지, 어공에 조직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정부가 대통령 말도 잘 안 듣는다’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의 말이 화제가 되지 않았나. 현실이 이러니 청와대가 주도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주장도 있는데.


“분명한 건 관료제는 지휘되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지휘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지 관료제에 책임을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그 기능을 못 하면 ‘늘공’들인 직업공무원들만 이렇게 욕먹게 되는 거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지적할 게 있다. 관료들은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릴 이유가 없다. 부처 장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고서를 올리는 게 맞다. 청와대 비서실은 그걸 받아 볼 아무런 권한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기본적으로 다르다고 전제하지 않나.


“착한 전제정(專制政)이 자유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건 정치의 기본이다. 착한 사람이 나쁜 제도를 정당화시키면 그때부턴 대책이 없다. 또 누군가에 대해 착할 거라고 전제하는 건 정부를 만드는 원리에도 어긋난다. 정부를 만든 원리는 인간은 천사가 아니고, 따라서 공권력이라는 위험을 합리적 의심 하에 묶어두자는 것 아닌가. 그저 민주적 원리에 벗어나더라도 효과적인 운영 방식만 찾으려 한다면 정부를 만든 이유가 없어진다. 근대국가의 정부론을 폈던 존 로크 등 많은 학자들이 무덤에서 뛰어나올 얘기다.”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집행부(EOP)’라는 거대한 정책부서의 도움을 받아 관료를 효과적으로 지휘·통제한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미국의 국정운영 방식은 대통령제 민주주의가 퇴행한 결과다.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대통령 집행부 자체가 미국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개인에게 권한을 위임했지 대통령 집행부에 위임한 적이 없다. 미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대통령 집행부의 정무직은 한 명 한 명 기본적으로 청문회를 거친다. 

 

지금 우리나라 청와대 비서실에서 누가 청문회를 거쳤나. 완전 자의적인 권력이지 않나. 지난 8월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와 경제정책 관련 간담회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정부에서 만약 김기춘 비서실장이 외교에 나서고 수석들이 정책을 설명했으면 그때 야당이 가만히 있었을까. 난리가 났을 거다. ‘EOP 따라 하자’ ‘청와대 조직 더 키우고 정무직을 대통령 마음대로 뽑도록 하자’는 주장은 청와대 조직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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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정치를 실현하기에 지금 국회가 무능하다는 불신도 깊다.

 

“의회의 권한은 이미 민주적으로 풍부하다. 입법 청원부터 관련 공청회까지 의회가 할 수 있는 제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국회는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국정운영 기회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의회 중심적 제도에서 개혁을 많이 이뤘지, 대통령제에선 많이 못 했다. 의회는 저들에게 맡길까 말까 고민하는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에선 가장 가치 있게 사용돼야 하는 시민적 도구다. ‘권력을 의회에 맡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고민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의회도 역할이 제대로 주어지면 잘할 거다.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 세력들은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대통령이 의회 무시한다 외치고 의회가 왜 중요한지 강조해 왔다.”

 

강한 청와대가 반드시 내각의 약화로 바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 이 둘이 같이 강할 순 없나. 

 

“절대 안 된다. 모든 민주주의론은 정부가 이중일 순 없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기능을 똑같이 갖는 또 다른 병렬 조직을 만드는 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다. 이럴 경우 책임은 누가 지나. 법률적 책임은 내각이 지겠지만 실제 권한은 책임지지 않는 이들이 갖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에 권한을 맡긴 시민들이 정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강한 청와대가 정부의 기능을 하면 할수록 내각의 기능은 멈출 수밖에 없다. 

 

지금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라는 두 경제 컨트롤타워 사이에 불거진 문제도 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청와대가 정부 일을 하려 하면서 생긴 문제다. 이들은 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알리바이를 갖고 싸우고 있다. 김동연·장하성 두 분이 그동안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관련해 사실 뭘 했나. 아무것도 안 했다. 가짜 논쟁, 알리바이 논쟁이었지 진짜 논쟁은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 이중정부는 도저히 민주주의 안에선 있을 수 없고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없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를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내각과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면 우선 내각과 중첩되는 청와대 기능을 없애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동연·장하성이 아니라 누가 와도 문제는 반복될 거다. 청와대 정책 파트를 폐지해야 하고 수석제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본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내각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하는데, 지금은 본인들이 정당과 부처의 기능을 대신하려 하고 있다. 

 

지금 정부에선 장관보다 수석이 높지 않나. 장관은 청와대가 잘못할 때 옷 벗는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는 말도 있다. 관료들은 자신들이 곧 법률에 근거한 집행조직인데 매번 청와대에 보고만 하니까 일하기 싫은 건 당연하다. 저항하는 게 아니다. 관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들을 유능하게 지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밖에선 계속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실제 이를 바꿀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자각적으로 문제를 깨닫고 해결한 적이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문제도 청와대의 제왕적 운영 논란에 대한 소극적 반응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외부에 의한 반격, 실패에 대한 반격을 통해서 강제적으로 변해 왔다. 이 사이클의 피해자는 결국 좋은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이다. 

 

현재로선 대통령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건 지난 대선 때 책임정부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집권 1년 차 땐 적폐청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청와대 정부’를 운영했지만 이제라도 기존 공약대로 정상화하자고 하면 된다. 그러나 제도라는 건 한 번 만들어진 후엔 강한 경로의존성을 갖게 마련이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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