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두고 韓·中·美 ‘변호사 삼국지’ 펼쳐진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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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북한과 중국 법조인 간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 로펌(law firm)의 실체가 공개되면서(‘[단독]‘평양판 김앤장’ 北 로펌 실체 공개’ 기사 참조) 북한이 경제 개방을 염두하고 ‘투자전문 변호사’를 양성, 이들을 앞세워 외자(外資)를 유치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연 북한을 굴리는 경제와 법, 두 개의 바퀴는 어떤 식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될까. 

 

법무법인 바른 북한투자팀 소속의 최재웅 변호사는 “당장 대북제재 하에서 북한이 ‘대박시장’이 될 수는 없더라도 미래에는 남북 법조인들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막후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동포 변호사와 미국 변호사, 한국 변호사들이 북한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변호사는 이른바 ‘중국통’이다. 중국 인민대에서 중국법 석사학위를 받고 중국 현지 로펌에서 근무했다. 올해 7월부터는 통일부 ‘교류협력 법제도 자문회의’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10월2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최 변호사를 만나 북한 법조계의 최근 동향과 전망 등을 물었다. 

 

10월25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최재웅 변호사가 북한의 법 체계와 변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기자

 

“北 변호사, 룰 알려주는 역할 맡을 것”

 

북한 변호사들의 중국 왕래가 잦아졌다. 이유가 있을까.

“북한 변호사들을 만났던 중국 변호사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생각보다 글로벌하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살다왔거나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북한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북한 변호사들이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은 외자를 끌어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결국 (북한 변호사들이 중국을 찾은 것은)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북한은 폐쇄국가다. 타국 로펌과의 교류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

“실시간 소통이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변호사끼리 모바일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협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당장 이메일(e-mail)을 사용하려면 당국의 허락부터 얻어야 한다. 1980년대 후반 중국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다만 현 시점에서의 문제일 뿐, 북한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업무 처리 방식은 얼마든지 빠르게 보완·진전될 수 있다.”

 

북한 변호사들의 능력이나 경력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굳이 북한 변호사를 고용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어떤 잣대를 대느냐에 따라 분명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변호사는 법뿐만이 아닌 룰(rule)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 나라의 주의해야할 관습 등을 짚어주는 것이다. 특히 남북한 언어의 동질성이 있지 않나. 경협 수준이 높아진다면 북한 변호사들의 역할이나 위상도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 변호사, 법률용어 같이 정리해야”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중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의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시장을 두고 중국의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 미국 변호사 간의 삼국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과 신의주 간 고속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전개하다고 치자. 여기에 참여하고 싶은 각국의 기업들을 대리하기 위해 여러 로펌들이 들어갈 것이다. 특히 중국에는 양국 언어가 가능한 중국 동포 변호사도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남북 변호사들이 협력할 지점이 있을까.

“현재 대북제재 아래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남북한 법률용어정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남북한의 언어는 같지만 특정 법률용어나 정의들이 다르다. 언어의 85%가 유사해도 나머지 15% 탓에 오해를 낳을 수 있고, 이 부분이 남북한 교류의 ‘함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남북 법조인들이 만나 기준을 잡아줘야 한다.” 

 

북한 ‘법조시장’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북한은 코앞의 대박시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천민자본주의처럼 ‘기회를 엿보다 털어먹고 나오자’라는 식의 접근방법을 가져서도 안 된다. 미래에 남북한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우리의 배후시장으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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