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 올해의 인물' [경제] 이헌재 부총리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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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내수 살리기 기대·책임 한몸에
불황기에는 경제 정책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커진다. 가뭄에 임금이 머리 풀고 기우제를 지냈다는 지나치게 고전적인 해법부터 1930년대 대공황을 벗어나게 한 재정확대 정책까지 거론하면서 경제 주체들은 정부가 ‘내수 침체’에서 벗어날 정책 대안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참여정부 경제 정책을 이끌어가는 이헌재 경제 부총리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경제 분야 올해의 인물로 이헌재 부총리를 뽑은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재정·금융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데다가 대공황 탈출의 이론적 근거를 내놓았던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그림자까지 드리우면서 이부총리가 한국 경제를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밀어붙인 성장우선주의자


이헌재 부총리는 성장우선주의자이다. 올해 내내 ‘경제성장률 5%’라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올인’했다. 기대와 달리 내수가 악화일로를 거듭하자 ‘한국판 뉴딜’로 이름 붙인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이부총리는 또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정책들은 재검토하거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분양원가 공개와 공직자 백지신탁제도를 반대했고, 내년 1월 시행하기로 1년 전에 확정되었던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조처를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경제 분야 2위로 뽑힌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경제 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이부총리와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인사다. 이부총리가 관료 집단으로 구성된 ‘구정부’를 대변한다면, 이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에 속한 개혁파 학자들로 구성된 ‘신정부’를 대표한다. 분배론자인 이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 철학을 함께한다.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 하지만 경제 정책 집행은 이부총리에게 맡기고 있다. 연말 개각에서도 이부총리는 연임이 확실해 보인다. 정책 혼선이라고 비판받으면서까지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가 혼재된 경제팀을 유지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경제 철학과 정책 집행 능력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경제 정책 분야에서 ‘갈등과 긴장 속의 조화와 균형’을 기대할지 모르겠지만, 조화와 균형은 없고 갈등과 긴장만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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