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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교과서, 다시 ‘우향 앞으로’

2002년판 중학교 책, ‘종군위안부’ 삭제 등 대폭 개악… 우익단체 출판물까지 가세

채명석 ㅣ 승인 2000.11.2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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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등 네 단체로 구성된 ‘교과서에 진실과 자유를 부여하는 연락회’(연락회)에 따르면, 2002년도부터 사용되는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기술 작업이 18년 전 ‘교과서 파동’ 때보다 훨씬 우경화하여 강제 연행과 종군위안부 등에 관한 기술을 대폭 삭제하고 ‘침략’을 ‘진출’로 개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봄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해 곧 검정을 통과하게 될 2002년도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모두 8종이다. 도쿄서적 등 기존 7개 출판사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우익단체가 새롭게 편찬한 것들이다.

연락회가 분석한 결과 8개 출판사 교과서는 식민 지배에 대한 기술에서 강제 연행, 황민화 교육, 항일 의병 투쟁 등을 삭제하거나 표현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3·1 독립운동에 관해서 B 출판사는 ‘일본 정부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진압했다’는 식으로 독립운동을 마치 폭동이었던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간토 대지진 부분에서도 A 출판사와 B 출판사는 지금까지 병기해 온 ‘조선인 학살’ 부분을 완전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종군위안부에 관해 기술한 곳은 7개 출판사에서 3개 출판사로 줄었으며, 3개 출판사도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위안부 또는 위안시설로 바꾸었음이 밝혀졌다.

‘침략’이라는 표현을 아예 삭제하거나 ‘진출’로 개필하고 있는 것도 공통된 현상이다. 또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도 난징 사건으로 바꾼 책이 많아 중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우려 나타낸 심의위원 경질하기도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우익단체가 신청한 역사 교과서이다. 이들은 지난 봄에 역사 교과서뿐 아니라 공민 교과서도 함께 문부성에 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민 교과서에 일본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실려 있어 언론과 반핵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단체는 1993년 자민당 우파가 조직한 ‘역사검토위원회’의 사주를 받아 대동아전쟁사관과 황국사관에 입각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편찬하고 범국민운동을 벌이기 위해 4년 전 조직된 모임이다.

이들이 편찬하려는 역사 교과서는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표현하는 등 침략 전쟁을 자위 전쟁으로 정당화하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기존 7개 출판사의 교과서 내용이 크게 후퇴한 것도 이들이 편찬하려는 교과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자민당과 보수 우파의 전폭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단체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 시장의 10%를 장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이상, 기존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역사 교과서 내용을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단체가 최근 펴낸 <새로운 교과서 탄생>이라는 책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국의 30개 지방의회에서 교과서 채택 제도의 적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받아들여진 상태이다. 역사 교과서 내용에 우려를 표명한 외무성 출신 교과서 심의위원이 이 단체와 보수 우파 그리고 문부성의 압력으로 경질된 사태도 발생했다.

이정빈 한국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11월6일 도쿄에서 고노 외상에게 “현재의 양호한 한·일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사려 깊은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교과서 검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과서 왜곡 파동이 월드컵 축구 공동 개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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