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바꾸니 떼돈 굴러오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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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 한국디자인진흥원 지원받아 제품 디자인 개선해 ‘대박’
디자인의 힘은 중소기업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능이 똑같은 제품인데도 디자인을 개선한 뒤 매출이 전보다 10배까지 늘어난 기업도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자금이 부족해 디자인에 투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 디자인팀을 연결해주고 개발 비용의 3분의 2 범위에서 최고 1억원까지 지원하는 디자인 혁신 기술개발 사업을 시행해온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업체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품 디자인을 개선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다.

(주)인터퓨어 티타늄 공기청정기 업체인 이 회사는 디자인을 개선한 뒤 과거보다 매출이 4배 가량 늘었다. 티타늄을 적용해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이 회사 제품은 기능이 탁월한데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세련된 맛이 떨어지는 디자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서대학교 디자인팀의 도움을 받아 탁상용과 벽걸이용으로 겸용할 수 있도록 슬림형으로 몸체를 바꾸고, 집진판을 꺼내기 쉽게 바꾸었다. 새 제품을 내놓자 단박에 눈길을 끌었다.

(주)조양의료기 개인용 조합온열자극기를 출시했지만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는 의료기 디자인이어서 노년층에만 팔렸다. 무겁고 어두운 느낌의 직사각형 제품은 더 큰 시장인 장년층을 유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디자인회사 네오디자인이 새로 개선한 제품은 유선형으로 부드러움을 살리고, 부속품을 보관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편리성과 미감을 살려 새로 태어난 이 제품은 이전보다 7배나 더 많이 팔렸다.(주)프로스인터내셔날 반도체 레이저와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해 혈액 순환을 돕고 세포 재생 효과가 탁월한 개인용 레이저 탈모 치료기 ‘레이모’를 개발했다. 단국대 의학레이저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임상실험을 거쳐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식약청으로부터 의료기 허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휴대하기가 불가능하고 의료기 이미지가 너무 강한 디자인이어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디자인 전문회사 사이픽스는 이 제품을 휴대용 모바일 스타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에 있던 충전기를 내장형으로 바꾸어 제품을 소형화했다. 의료기라는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는 색상과 고급스런 디자인도 가미했다. 변신 후 이 제품은 벨기에 국제발명품 대회에서 과학부장관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서는 GD(굿 디자인) 마크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미용 박람회에 이 제품을 출품했는데, 해외 바이어들이 극찬했다.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국 제품의 5분의 1 가격인 데다 디자인이나 기능은 훨씬 세련되었기 때문. 이후 세계 1백20여 나라 바이어가 한꺼번에 이 제품을 수출하라고 요청해 왔다. 지난해에는 30만 달러어치밖에 수출하지 못했지만, 올해 예상 매출액은 3백만 달러가 넘는다.
(주)트윈세이버 수면환경기업인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베개이다. ‘메모리 폼 베개’라고 불리는 특수 베개로만 지난 한 해 1백80억원을 벌었다. 이 가운데 70%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다. 두상에 맞춘 과학적인 설계 방식을 자랑하는 이 회사의 베개는 평균 가격 16만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지난해 메모리 폼 베개가 유행하면서 모양만 흉내낸 1만원, 2만원짜리 가짜 베개들이 나타나 회사는 위기를 맞았다. 황병일 사장이 생각해 낸 타개책은 더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었다. 과학적인 측정 방법을 동원해 맞춤 베개를 팔겠다는 것이었다. 개인 두상의 형상과 체형, 수면 습관 같은 요소들을 분석해 최적의 베개를 맞추어주는 첨단 수면설계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디자인업체 (주)세울디자인이 세계 최초의 제품인 수면 설계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이 시스템은 트윈세이버의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롯데·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에 비치되었다. 매장에서는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수면 설계 시스템을 이용해 딱 맞는 베개를 찾아 권했다. 과학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맞춤 베개를 권하는 이 회사의 마케팅에 고객들은 자신의 지갑을 기꺼이 열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트윈세이버는 지난해 백화점에서의 매출만 3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의 3분의 1을 디자인에 투자해온 이 회사는 신제품을 계속 내놓음으로써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는다. 해외 바이어들은 세계 1위 기업인 템퍼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트윈세이버를 꼽는다.

(주)에이텍 신승영 사장은 제품 개발 초기 3개월 동안 본인이 직접 LCD 일체형 컴퓨터 플래탑을 디자인했다. 유해 전자파를 최소화하고 절전 효과를 높인 고급 LCD를 이용한 TV 겸용 컴퓨터라는 독특한 기능만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기능만 살린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신사장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소개를 받아 디자인모올에 제품 디자인을 다시 맡겼다. 전문 디자이너에 의해 깔끔한 디자인으로 태어난 플래탑은 출시 두 달 만에 3천4백여 대가 팔렸다. 두 달 동안의 매출액만 70억원이었다.

(주)이자브 디자인회사 디자인뮤는 평범한 디자인인 MP3 플레이어를 젠 스타일의 세련된 제품으로 바꾸었다. 한 손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도록 제품을 소형화하고, 조작 키를 편리하게 배치했다. 두 손을 모두 이용해 조작해야 하는 기존 제품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모든 동작을 엄지 하나로 제어할 수 있도록 LCD 하단에 조작 키를 배치한 것이다. 조작의 편의성을 높이 평가한 ‘엄지족’ 10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판매한 지 4개월 만에 47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주)엑스넷 세계 최초로 비접촉식 IC카드를 이용해 전자 명함을 관리할 수 있고,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처음 내놓은 제품은 화려한 전시장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해 눈에 띄지 않았다. 디자인팀은 화려한 전시장에서는 오히려 단순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는 생각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던 부속품을 직사각형 상자 안에 넣고 겉모양을 단순화했다. 출시 초기 12억원어치밖에 팔리지 않았던 이 제품은 디자인을 바꾼 뒤 1백34억원어치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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