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역사’ 찾는다
  • 광주·羅權一 주재기자 ()
  • 승인 199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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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나주 중심으로 국립삼한박물관 건립 움직임
삼국 시대에 가려 학계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마한·진한·변한 등 삼한 시대 역사가 최근 마한 시대 고분 발굴 등 활발한 고고학 연구 성과를 계기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한 시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발굴된 유물을 전시할 ‘국립 삼한박물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고고학계를 비롯해 옛 마한 지역인 전남 영암과 나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고 있어 주목된다.

마한역사문화연구회(이사장 유인학)와 ‘국립 삼한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회장 이현재 전 총리)는 마한의 역사 유적을 찾아 지난 4월8~10일 전북 익산 지역과 나주 만남 고분군, 영암 군서면 왕인 박사 유적지, 나주 다시면 복안리 마한 고분 발굴 현장을 둘러보는 ‘삼한 역사문화 유적지 탐방’행사를 가졌다.

행사 첫날 광주에서 열린 학술 발표회에서 김병모 교수(한양대·고고학)는, 삼한 시대는 철기 문화를 꽃피우면서 한민족사 최초로 나라들이 일어난 시기로 마한 54국, 진한 12국, 번한 12국 등 총 78개 나라 이름이 역사서에 나타나 있다고 말하고, “민족 문화 사상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할 자료를 수집해 전시할 박물관 건립은 꼭 필요하다”라며 박물관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임영진 교수(전남대·인류학과)는 이번 탐방 행사에서 백제인으로 알려진 왕인 박사가 마한인일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임교수는 최근 공개된 나주시 다시면 복암리 고분 3호분 발굴 과정을 소개하면서 “백제와는 형태가 전혀 다른 복암리 고분 석실 구조를 볼 때 마한은 전남 지역 영산강변을 중심으로 6세기 초까지 백제와 병존하며 독자적으로 발전하다 6세기 중엽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삼한박물관건립추진위는 박물관 건립에 예산이 약 4백억원 필요할 것으로 보고, 정부에 국립 박물관급에 해당하는 국고 지원을 건의할 계획이다. 박물관이 들어설 장소는 마한 유적이 집중된 나주시 반남면과 영암군 시종면의 경계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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