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문제 인물 3인 조직책 임명
  • 徐明淑 기자 ()
  • 승인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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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책에 유명인 위주 14명 선정…야권 “문제 인물 이진삼·김도언·정형근 씨 임명 참을 수 없다”
“유명 인사가 아니면 유권자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 그 점을 십분 고려했다.”

지난 9월19일 발표된 민자당 14개 신·증설 및 사고 지구당 조직책 선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민자당 고위 당직자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신임 조직책 면면을 보면, 민자당의 `‘유명인’ 전략은 분명히 드러난다. 최영한(예명 최불암)·이덕화·맹형규 씨 등 텔레비전 스타에서부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고위직 출신 인사들까지, 일단 대중의 ‘눈과 귀에 익은 인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 인사에 대해 ‘악명도 명성인가’라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특히 야권은 이진삼 전 육군 참모총장(충남 부여), 김도언 전 검찰총장(부산 금정을구), 정형근 전 안기부 제1차장(부산 북구)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대적인 정치 공세를 벌일 계획이다. 한마디로 권력형 비리, 정치 사찰과 테러, 편파 수사에 관련된 인물을 조직책으로 선정한 민자당의 행위는 국민 여론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이진삼 전 육참총장은 JP의 태풍권 안에 놓인 충청권 전지역을 향한 고단위 처방이라는 것이 민자당 수뇌부의 주장이다. 강삼재 민자당 사무총장은 ‘이진삼 카드’에 대해 “적진 깊숙이 투입해 적의 전열을 흩뜨리는 전략이다. 민자당내 충청 지역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에 미리 쐐기를 박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민자당 지도부는 ‘충청권이 낳은 군 최고 지휘부 집안’(동생 이진백 전 정보사령관)을 향한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이진삼씨가 지역에서 나름의 신망과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전형적인 무골로 정평난 이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직계로 꼽히는 ‘9·9 인맥’으로 정보사령관 시절 정보사의 정치 테러 사건을 직접 지시한 장본인이다. 당시 국방부는 이런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상무대 비리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JP의 심장부에 이진삼 카드를 들이민 것은 ‘악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자당이 가장 취약한 지역을 뚫기 위한 돌파용 카드가 이진삼 전 육참총장이라면, 김도언 전 검찰총장과 정형근 전 안기부 차장은 김대통령의 아성을 탄탄하게 지키기 위한 방어용 카드로 선택됐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전직 검찰총장이 아니더라도 당선될 수 있는 부산 지역에 이들을 공천한 것은 득표력 때문이다. 측근들만 배치할 경우 자칫 한두 석을 잃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정 경험이 많은 인물을 골랐다”고 주장한다.

정씨의 경우, 검찰과 안기부에 몸담으면서도 미국 미시간 대학과 서울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은 학구파이자 실력파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2월 정차장이 ‘지자제 선거 연기 문건’ 파동에 연루돼 사표를 제출하자, 안기부 관계자들은 대북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를 잃었다고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야권, 국회서 ‘3인방’ 맹공 별러

그러나 92년 대통령 선거 때 용공 조작 시비, 지자제 연기 문건 등으로 정씨와 ‘질긴 악연’을 맺어온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진영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우롱이자 야권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씨의 경우는 ‘정치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이라는 훨씬 심각하고 본질적인 쟁점이 따라붙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검찰에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운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라다녔다. 야권은 지방 선거 이후 전개된 검찰의 정치권 사정에 대해서도 ‘표적 사정과 편파 수사’라는 의혹을 끈질지게 제기해 왔다.

그런데 민자당은 옷을 벗은 지 한 달도 채 안된 전직 검찰총장에게 집권 여당의 조직책을 맡김으로써 ‘정치 권력과 검찰의 관계’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스스로 증폭시킨 셈이다. 한 재야 법조인은 “검찰은 막강한 권한 때문에라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비록 전직이라고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막강 검찰을 휘둘러온 검찰 총수가 곧바로 집권당의 조직책으로 나간 일은 전에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는 사법부가 판사 출신 변호사를 일정 기간 봐주는 ‘전관 예우’보다도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일이다”라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검찰 수사에 불만을 가져온 국민회의측은 이번 국회에서 ‘전직 검찰총수에 대한 민자당의 전관 예우’를 검찰 수사의 정치성과 형평성 문제를 부각할 호재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자당의 ‘유명인’ 전략은 4월 총선에 앞서 정기국회에서 호된 예비전을 치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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