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2월 16일 총리 취임 가능성
  • 李敎觀 기자 ()
  • 승인 199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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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2월16일 유력… 아들 김정남 후계자 ‘훈련’
김정일이 빠르면 그의 생일인 2월16일 국가주석 직을 승계할 것으로 전망되며, 김정일이 국가주석 직을 폐지하고 70년대까지 유지되었던 총리 직을 부활시켜 총리에 취임할 가능성도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같은 정보를 지난 11월 말 북경에서 접촉한 북한 고위 당국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만약 김정일이 총리 직에 취임하면 그는 정무원 수반이 되어 북한을 떠받치는 당·정·군 모두를 법적으로 장악하게 된다. 국가주석 직이라는 한 가지 지위로만 당·정·군을 통솔했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은 이 세 부문을 각각 총비서·총리·군사위원장으로 분리해 장악하게 된다는 얘기다.

김정일의 총리직 취임 가능성은 두 가지 배경에서 깊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의 소식통은 그 첫 번째로, 김정일이 국가주석 직은 이른바‘수령’이라고 불렸던 김일성만이 가질 수 있는 상징적인 지위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김정일이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해 김일성의 권위에 의지하려는 이른바‘유훈통치(遺訓統治)’의 또 다른 시도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두 번째 배경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다. 김정일은 총리 직이 유지되던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경제가 안정되었음을 상기하고, 총리직 부활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총리 직과 경제가 직접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괜찮을 때의 상징인 총리 직을 부활해서라도 경제난을 타개하고자 하는 바람인 것이다. 북한의 경제 부문을 실질 관장하는 인물들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 정무원 경공업부장과 그의 남편인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그런데 최근 김정일의 아들로 20대 중반인 김정남도 경제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김정남은 대외 무역 부문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정남이 대외 무역에 뛰어든 것에 대해 김정일 이후와 연결해 보는 관측이 많다. 즉 김정일이 김정남으로 하여금 정권 유지에 가장 중요한 경제 부문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후일 자신을 계승하는 데 필요한 제왕학을 익히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일성에게서 김정일로 승계된 북한의 권력이 언젠가 김정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김정일이 국가 주석이 되든 총리가 되든 남북 정상 회담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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