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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도 피 마 르기는 마찬가지

지역구·비례대표 사이 오락가락, 옛 동지와 정 면 충돌…“노쇠한 정치권의 회춘용” 시선도 부담

金鍾民 기자 ㅣ | 승인 2000.01.2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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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공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치권에 참여한 이른바 ‘젊은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역시 공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제일 크다. 지난 6일 조직책 신청을 마감한 민주당의 경우 일찍부터 젊은 피 수혈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공천 경쟁에 뛰어든 젊은 인사가 많다.

우선 당초 예상과 달리 새로운 선택을 한 경우가 눈에 띈다. 노동계 대표로 영입된 권용목씨는 비례 대표를 원했지만 이번에 울산 중구 조직책으로 선정되었다. 당이 지역구 출마를 권하고 있으나 아직 본인은 결심을 못한 상태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씨는 지역구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 지역구를 정하지 않고 조직책 신청을 해 비례 대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인호 변호사는 당이 서울 강남 지역에 나서기를 원했지만, 보수적인 강남 지역이 젊은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일 것으로 보고 경기도 일산으로 신청서를 냈다. 신당 발기인으로 참여해 주목되던 운동권 출신 벤처 기업가 장영승씨는 출마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너무 많아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는 쪽이다.

시험대 오른 젊은 피

젊은 피들 사이의 경쟁도 눈길을 끈다. 서울 동대문 을에서는 운동권 출신 유기홍·양재원·허인회 세 사람이 모두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을 지내고 민화협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씨는 지역에 40년 넘게 살아 왔다는 점과 청년운동의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재원씨는 재야운동 경력이 젊은층에,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은 보수층에 호소력이 있으리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인회씨는 1년 전부터 지역에서 활동해 온 점과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양 동안 갑에서는 경제 전문가 이승엽씨와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종걸씨가 경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어 공천 심사 과정에서 당 차원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과 경쟁 마다 않는다

현역 의원과 경합하는 지역도 적지 않다. 민청련 의장 출신으로 국민정치연구회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장준영씨는 전남 보성·화순에서 현역인 박찬주·한영애 의원과 경쟁하게 되었다. 20여 년의 재야 활동 경력과 김근태 의원의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태일씨의 매제로 녹색교통연합에서 시민운동을 하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임삼진씨는 서울 강서 갑에서 지역 시민단체의 지원을 발판으로 신기남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조직책 신청을 마감한 한나라당은 아직 영입 인사들이 드러나지 않아 양상이 단순한 편이다. 우선 한나라당 외곽 청년 조직인 ‘미래를 위한 청년 연대’(미래연대) 출신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연대 공동 대표로 당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부겸씨는 공천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경기도 군포에서 민주당 유선호 의원과 본선에서 겨룰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관악 갑 조직책으로 선정된 김성식씨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과 특유의 기획력을 무기로 삼아 자민련 이상현 의원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미래연대 공동 대표로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고진화씨는 이회창 총재측이 영등포 갑에 투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젊은 피의 대표 주자 격인 김민석(영등포 을) 의원의 인접 지역에서 맞불 작전을 펴려는 것이다. 김덕룡 부총재 계보로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 온 권기균씨와 교통 정리 하는 것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미래연대의 여성 공동 대표인 한의사 정지행씨는 활발한 방송 및 강연 활동과 의료개혁시민연대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여성 비례 대표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영입한 인사로는 이회창 총재 측근인 진 영 변호사가 서울 용산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역인 서정화 의원은 비례 대표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권익현 의원의 사위로 재경부 공무원 출신인 임태희씨는 수도권 신도시 중에서, 분당 본병원 원장인 김본수씨는 분당에서 공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옛 민주당 때 이부영 의원 보좌관을 지낸 정태근씨는 성북 갑에 출마를 권유받고 있으나 아직 결심을 굳힌 상태는 아니다.

자민련에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조선일보> 기자를 지낸 심양섭 부대변인이 경기도 군포에서,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인천백화점 사장을 지낸 김윤수씨가 경기도 파주에서 뛰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미영 부대변인은 여성 비례 대표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민주노총 조직국장 출신인 이상현 대변인이 노원 갑에서,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노회찬씨가 강서 을에서, 울산 북구청장 조승수씨가 울산 북구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그밖에 무소속으로 나서는 젊은 피들도 있다. 전남대 삼민투위원장 출신인 강기정씨는 광주 북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회의 박광태 의원에게 도전할 계획이며, 전대협 의장 출신인 송갑석씨는 광주 동구에서 국민회의 이영일 대변인과 본선에서 맞붙게 되었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동준씨는 동작 을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창조적 반란이 필요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참신한 인물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여야 각당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젊은 사람을 많이 공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재승 기획단장은 최근 발표된 2차 조직책 명단에 젊은층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제 10% 정도밖에 발표하지 않았고, 발표된 곳 가운데 젊은 인사들이 경합하는 지역이 별로 없었다. 앞으로 개혁 정당 면모가 충분히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해 젊은 피를 공천할 여지를 넓히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회창 총재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시금석으로 젊은 층 영입을 강조하고 있다.

여야 모두 선거를 의식해 젊고 참신한 인물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 인물들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서울 서대문 갑에서 거물 김상현 의원과 민주당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상호씨는 과거 학생운동 경력만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사람에게는 걸어 온 길이 중요하다. 과거 민주화운동에서 보여준 도덕성과 헌신성을 지금도 지켜갈 수 있다는 믿음을 유권자에게 보여주면 마음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15대 총선에서 당시 3선이던 신한국당 심정구 의원에게 천여 표 차이로 아깝게 패한 민주당 인천 남구 갑 박우섭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지구당후원회에 2천여 명이 넘는 지역구민을 모으는 등 지역구 다지기에 성공한 젊은 피로 꼽히고 있다. 박위원장은 “젊은 사람이 경쟁력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만 주어지면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라며 이번 선거에 기대를 걸었다.

또한 여야의 젊은피들이 국민의 관심에 비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다가는 젊은 피가 노쇠한 정치권에 ‘회춘용’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당사자 대부분은 이러한 지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에 참여한 한 젊은 인사는 “우리가 당을 만드는 주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의명분이 분명하다면 공천에 연연하지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변호사는 “젊은 사람들의 창조적 반란이 필요하다. 비록 정치 현실은 답답하지만 새로운 세력이 태동하고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력 있는 젊은 피

여야의 젊은 인물 영입이 너무 지명도나 간판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정책 전문가로 의정 활동에 기여해온 이름 없는 젊은 피들에게도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3대 때 평민당에 입당해 12년 동안 예결위 담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국민회의 정책위원회 곽해곤 전문위원과, 역시 10년 가까이 민주당과 국민회의를 거치면서 정치관계법 등의 입법 활동에 기여해 온 이상환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여야를 통틀어 대표적인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그밖에 유선호 의원 보좌관 조현우씨, 청와대 민정행정관 윤호중씨, 김홍신 의원 보좌관 김서용씨, 김문수 의원 보좌관 차명진씨 등이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정 활동에 정통한 젊은 피이다. 많은 수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정책 전문가를 비례 대표 방식으로 발탁하는 것이 정책 정당화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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