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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제갈량 따라 부유세도 떠나가나

민노당, 윤종훈 정책연구원 사퇴 싸고 논란

차형석 기자 ㅣ cha@sisapress.com | 승인 2005.01.24(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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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부유세를 다룰 능력도, 의지도 없다.” 지난 1월14일 민주노동당의 한 정책연구원이 이런 이유로 사직서를 냈다. 당사자는 회계사 출신인 윤종훈 연구원. 그는 4·15 총선 이후 당에 들어가 민주노동당의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인 부유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한 연구원의 사직이 논란이 되는 것은 그가 민주노동당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회계·조세 전문가인 윤연구원은 참여연대 조세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조세개혁운동을 벌여왔다. 2000년 12월 ‘삼성 이재용씨 편법 상속’을 문제 삼으며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국세청 사옥에 온두라스 대사관이 입주해 있었기 때문에 주변 100m 이내에서는 집회를 열 수 없었다. 그는 한겨울에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이후 시민 100명이 100일 동안 벌인 ‘릴레이 1인 시위’를 이끌어냈다. 그 후로 ‘1인 시위 개발자’라는 말이 뒤따랐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윤회계사는 심상정 의원의 요청으로 당에 합류했다. 총선 직후 심상정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는 윤씨가 ‘잘 아는 사람’이 함께 나와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윤회계사가 택시기사로 일하며 노조 활동을 할 때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알고 보니 심상정 의원의 남편이었다. 총선 이전부터 부유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윤회계사는 이런 인연으로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으로 합류해 부유세 정책을 주도하는 제갈량 역할을 했다.

정책연구원으로 들어간 이후, 윤연구원은 심상정 의원실의 한 보좌관이 표현한 대로 ‘보석처럼’ 두각을 나타냈다. 심의원이 13개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 가운데 10개가 민주노동당이 지난 선거 때 야심차게 주장해온 부유세 관련 법안이었다. 이들 법안은 윤종훈 회계사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민주노동당 법제실장인 김정진 변호사가 인터넷 사이트 진보누리에 ‘부유세 1단계 법안은 한 연구원의 초인적 노력으로 가능했다’고 썼을 정도였다.

윤연구원은 사퇴하는 이유로 ‘정책에 대한 당 지도부의 몰이해’를 들었다. 지난해 11월에 부유세 관련 법안을 최고위원회가 유보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1세대 1주택 세금 문제와 자영업자 간이 과세 문제가 쟁점이었다. 윤회계사는 1세대 1주택자가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게 되어 있는 현행법을 1세대 1주택이라 하더라도 양도 차익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매기게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안을 제출했다. 윤연구원은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기 때문에 주택 거래 신고를 안 해도 된다. 부동산 시장이 불투명해진 한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간이 과세 폐지 문제도 쟁점이었다. 윤연구원은 간이 과세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연간 매출 2천8백만원 미만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자는 안을 제출했다. 자영업자 간이 과세 제도를 페지하자는 것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사안이기도 했다. 윤연구원은 “양도 차익 2억원 이상을 얻는 국민은 약 1% 정도다. 그런데 중산층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한 차례 유보되었다. 자영업자 간이 과세 제도를 없애자는 것도 중소 자영업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유보되었다”라고 말했다.“당 지도부의 정책 몰이해에 실망”

결국 한 차례 유보되고 나서 두 번째 회의에서 통과되었지만 윤연구원은 “당 지도부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너무 빈약하고, 정책을 결정할 때 개인이 속한 정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부유세에 대해서 만큼은 당이 총력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윤종훈 연구원은 “당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특정 분야를 봐주기 시작하면 조세 형평성 논란 때문에 도미노처럼 이해 당사자가 반발해 걷잡을 수 없다. 세금은 원칙대로 걷고, 그 돈을 취약 계층을 위해 쓰는 것이 옳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 때 있었던 사례를 들었다. 1988년 참여연대가 전문직에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것을 반대했다. 윤연구원은 “변호사들이 가장 반대할 내용이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변호사들이 주요 직책을 맡았고, 재정도 변호사가 많이 담당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관철되었다. 자기가 손해 나는 정책을 추진하니까 참여연대의 조세 정책에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윤씨가 사직하게 된 데에는 열악한 민주노동당의 재정 상황도 한몫 했다. 정책연구원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주기 힘들고, 외부 ‘선수’들을 수혈해 부유세 전문 태스크 포스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등학생·중학생 두 자녀를 둔 윤연구원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윤연구원은 “경제 문제도 한 요인이다. 희망이 없는데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윤연구원이 사직서를 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당원 게시판에서는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파에 대한 비판과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현재 당 지도부에게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함께 올라왔다. ‘전문직’ 윤연구원의 비판을 곱게 보지 않는 글들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당내 정파 갈등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윤종훈 연구원이 그동안 정파 갈등에서는 한 발짝 비켜서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당의 대표적 정책인 부유세 도입에서 논란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당이 정책 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해 치러야 할 성장통이기도 하다.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는 구호를 외치는 싸움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부유세·무상 교육·무상 의료 같은 새 의제를 생산하는 능력은 취약한 면이 있다. 한정된 역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사직서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윤연구원과 면담하고 나서 “중요한 정책 과제에 대한 당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2005년에 부유세 의제화 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윤연구원은 “한 달 정도 인계인수를 할 시간을 갖겠다. 탈당은 안 한다. 앞으로 외곽에서 결합해 당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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