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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제]경제 위기 극복한 나라 ⑤ 멕시코

미국의 금융 지원은 멕시코의 경제 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IMF가 요구하는 긴축과 구조 조정을 성실히 수행한 것도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김종섭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ㅣ 승인 1998.03.05(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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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멕시코 국민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되자 경제가 더 성장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다 95년에 경제 위기가 닥치자 멕시코 국민은 깊은 실망에 빠졌다. 많은 사람이 82년의 외채 위기를 되새기며 다시 10년을 잃을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는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95년 1/4분기부터 96년 1/4분기까지 거의 1년 반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던 멕시코 경제는, 96년 2/4분기부터 다시 생산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1∼2%가 아니라 6%가 넘는 성장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 결과 96년 한 해 동안 5.1% 성장을 이룩했다.

경제 활동이 회복되자 노동 시장에서 고용이 증가했다. 95년 8월 7.6%에 이르던 실업률은 96년 12월 4.1%로 줄어들었다. 제조업에서의 고용률은 외환 위기 이전 수준을 넘었다. 여기에는 임금의 유연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연성이 없었다면 실질 임금은 더 높았겠지만, 임금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을 것이다.

한국, 멕시코에 비해 주변 국가 사정 나빠

96년의 물가상승률은 95년(52%)의 절반 수준(27.7%)에 머물렀다. 물가가 하락하자 이자율 하락이 뒤따랐다. 95년 3월 110%에 달하던 은행간 금리는 96년 말에는 27.6%로 내렸다. 외환 시장도 안정되어, 96년에는 다른 나라 화폐와 비교하더라도 환율 변동 폭이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경제는 97년에도 7% 넘게 성장했다. 그렇다면 인구 증가율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쯤 서민들은 위기 이전의 생활 수준을 되찾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멕시코 사람들은 아직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거시 지표 회복이 개인의 생활 향상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80년대에 외채 위기를 맞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이 재기하는 데 10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멕시코의 이번 경제 회복 사례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하고 노력도 따라야 한다.

멕시코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기 발생 뒤 돈 빌리는 능력을 상실했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진 미국이 국제 금융 지원을 마련했다. 미국의 그같은 역할은 멕시코의 경제 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금융 지원 외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외화가 부족한 멕시코에 광대한 수출 시장을 제공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이 발 빠르게 개입해 멕시코의 위기가 다른 나라로 파급되는 것을 막은 것도 멕시코에게는 행운이었다. 만약 위기가 다른 중남미 국가로 퍼져나갔더라면 수출 시장에서 경쟁을 격화시켜, 멕시코가 95년에 이룩한 33%라는 높은 수출 신장률을 보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멕시코의 경제가 회복된 것은 운이나 외부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멕시코는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긴축과 구조 조정을 받아들여 성실하게 수행했다.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3년 간의 긴축을 요구하며, 따라서 같은 기간만큼의 고통을 의미하기 때문에 반대와 저항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82년에는 이같은 이유로 1년 반 만에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85년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 86년에 국제통화기금과 새로운 프로그램에 합의해야 했고 고통이 훨씬 장기화했다.

동남아 외환 위기를 고려할 때 한국의 사정은 멕시코 위기 때같이 국제적 여건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국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대답은 간단하다. 그러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정부는 긴축과 행정 기구 효율화, 기업은 구조 조정, 노동자는 노동 시장 유연화 감수라는 단순한 해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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