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CEO', 준비 안된 변명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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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씨 인터넷 사업 실패하자 홍보 방향 전환


황태자' 이재용씨를 위한 삼성의 마케팅은 대선 전략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하다. 이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명되기 전까지 삼성은 꾸준히 사전 작업을 펼쳐 왔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은 정·관계와 재계·언론계 등을 대상으로 '이재용 연착륙'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하는 전략적 홍보 활동을 소리나지 않게 전개했다.




주총 이후 삼성은 이씨를 '준비된 CEO'로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은 이씨를 위해 '요인 이미지 통합(PI)' 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별도로 홍보 창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언론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어 그에 대한 정보는 삼성측이 제공하는 것 외에는 전무한 실정. 따라서 삼성전자 주총이 끝나고 각 일간지에 실린 이씨 인물 기사는 천편일률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게이오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한 이씨는 3개 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중국 고문(古文)까지 해석하는 총명한 젊은이다. 삼성이 국제적인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이씨만한 인재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삼성측 논리다.


홍보의 초점이 달라지면서 그 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 이씨가 인터넷 지주회사 'e삼성'을 출범시키자 삼성측은 하버드에서 e-비즈니스를 공부하는 이씨가 인터넷에 무척 관심이 많다는 점을 흘렸다. e삼성은 이씨의 경영자 자질을 입증하는 '화려한 무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측이 이런 사실을 강조한 배경에는 '재벌 3세 승계'에 대한 부정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실제로 당시 한 삼성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보이면 경영권을 승계할 때 자질 시비 등을 차단하며 연착륙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e삼성이 '실패한 회사'로 결론 나자 최근 들어 삼성은 이씨의 주된 관심사가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터 산업과 같은 제조업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측은 이씨가 e삼성을 설립했던 이유가 '인터넷 붐을 타고 퇴직하는 직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7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씨가 밝힌 이유와 다르다. 당시 그는 "삼성의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영업 조직·관리 능력 등이 인터넷 출현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27일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1989·1990년 국제승마대회에서 메달을 딴 메달리스트이다. 골프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소문 난 이씨는 '만능 스포츠맨'인 셈이다. 182cm의 훤칠한 키에 운동에는 만능인 '아름다운 청년' 이재용씨는, 그러나 허리디스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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