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의 낙원, 코스닥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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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거의 확실해 종합 레저 기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 높아져
파라다이스의 '3전4기'는 성공할 것인가. 지난 10월18일 국내에서 유일한 내국인 대상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가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하면서 10월30일 같은 심사를 받을 이 업체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부산·케냐 등 국내외에 카지노를 5개 갖고 있는 파라다이스는 1999년 코스닥 진출을 선언하며 도박 업체로는 최초로 증시에 상장하려 했던 선구자 격인 업체. 당시 사치·향락 업종의 증시 진입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코스닥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되는 등 코스닥 문턱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과 지급 보증을 해결하지 못한 것도 상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한국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파라다이스가 심사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계열사 자금 지원과 지급 보증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강원랜드가 심사를 통과한 덕분에 파라다이스가 등록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지난 9월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강원랜드 상장 문제와 관련해 "위원회 내부에서도 사행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도박장 운영업도 법에 의해 허가를 받고 하는 사업인 만큼 도박장 운영 업체라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낙원 회장, '어둠의 산업' 이미지 벗기 주력


그래서일까. 파라다이스측은 심사를 앞두고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대여금은 거의 제로에 육박할 정도로 회수했다. 지급 보증은 담보를 설정해준 기간을 넘어가면 연장을 안해 해소하려고 한다. 우리는 심사에 통과할 자격 요건을 다 맞추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공모를 통해 모을 자금도 카지노가 아닌 호텔 신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호텔 5개·카지노 5개 ·면세점 3개·골프장 3개·백화점 1개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이 회사의 목표는 강원랜드처럼 '종합 레저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지만, 서울과 수도권에 호텔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약점. 그래서 상장에 성공하면 공모한 자금과 내부 자금으로 수도권에 최소한 호텔을 2개 지을 예정이다.


파라다이스가 코스닥 문턱을 꾸준히 두드리는 것은 1997년 슬롯 머신 로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1년 뒤 8·15 특사로 풀려난 카지노 업계의 '대부' 전낙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자신이 소유한 호텔과 골프장 등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전회장은, 상장을 통해 회사 경영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어둠의 산업'으로 각인된 도박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어한다고 전해진다.


증권 업계에서는 강원랜드에 이어 파라다이스까지 코스닥에 입성한다면 침체에 빠진 코스닥 시장에 뚜렷한 '테마주'가 형성되리라고 기대한다. 카지노 테마가 바로 그것이다. 매매 개시일로 10월25일 혹은 30일이 예정된 강원랜드는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코스닥 등록 기업 중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유력한 후보다.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50%에 이르고 성장률도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동종 업체인 파라다이스가 상장된다면 강원랜드로서는 강력한 우군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올해 초 '보물선 테마'를 이루었던 삼애인더스·현대상사처럼 증시 침체 속에서 주가가 급등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허황된 꿈을 좇는 보물선 인양 사업과 달리 도박업은 수익 모델을 갖춘 '번듯한' 사업인 만큼 증시가 침체할수록 오히려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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