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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주택 뜨고 도심 가게 추락

주5일 근무에 업종·직종 따라 희비 엇갈려

신호철 기자 ㅣ eco@sisapress.com | 승인 2002.06.17(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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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자료
주말에 가족과 함께 매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대형 쇼핑몰 들은 어린이 놀이방(위) 등 편의 시설을 늘리고 있다.


시중 은행 서울 본점에서 일하는 김은중(가명) 차장은 8년 전부터 양평에 땅을 가지고 있었다. 귀동냥으로 주5일 근무제가 곧 도입된다는 말을 들은 그는 전원 주택이 인기를 끌겠다 싶은 생각에 올해 1월 그 땅에 주말용 전원 주택 3채를 지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공사 중인 전원 주택은 6월 말이 되어야 완공되는데 벌써 9월까지 예약이 마감되었다. 그는 애초 예상 수익을 월 2백만∼2백50만 원으로 잡았지만, 지금은 3백만∼3백50만 원으로 올렸다.


항공업·테마 여행 알선업 ‘주목’


금융권을 시작으로 주5일 근무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자 업종 별로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구별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산업은 전원주택업이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일하다 금요일 오후부터 지방 전원 주택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원 주택 중개업체 드림컨트리 한기봉 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주말에만 거주할 사람을 위한 전원 주택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아직 이르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사원 4명을 동원해 땅을 고르고 건축을 시작했다. 7월 초 강원도에 완공 예정인 이 단지에 현재 2백70명이 예약했다. 주5일 근무 시행을 앞둔 한 은행 직원들은 10여 명이 단체로 전원 주택을 구입할 의사를 밝혀왔다. 여럿이 사면 한 사람당 3천만원 정도 내고 20평짜리 전원 주택을 구할 수 있다.


그린홈넷 정훈록 이사는 “주말용 전원 주택은 기존 출퇴근용 전원 주택에 비해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한다. 방이 클 필요도 없고, 서울에서 가까울 필요도 없다. 출퇴근용 전원 주택이 직장에서 1시간∼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하는 데 비해, 주말 주택은 3시간 거리에 있어도 된다.


전원 주택을 얻기보다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은행 영업부 이시영 대리(31)는 앞으로 토요일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꿈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떠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되면 괌이나 사이판 등 해외로도 나갈 수 있다.” 이처럼 토요일 여가를 여행하며 보내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여행업도 주5일 근무제 덕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항공업계와 테마 여행 알선업이 주목된다.





시사저널자료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운동(위 왼쪽) 등 레포츠 산업과 전원 주택업이 호황 을 누릴 것이다.


가족 단위 여행을 주선하는 ‘감동을 주는 여행사’ 박정기 실장은 남들이 하루 더 쉬는 덕분에 여행사는 하루 더 일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일요일 당일 코스와 토요일 무박 2일 코스가 주종이었지만, 최근 토요일 당일 코스와 금요일 무박 2일 코스를 묻는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올해 여름 휴가 전에 토요일 코스를 1개에서 3개로 늘리고, 금요일 출발 여행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박실장은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단기 여행은 죽고 장기 여행만 뜰 거라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마 토요일 하루 레저를 즐기고 일요일에는 집에서 쉬는 라이프 스타일이 보편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여행사는 주5일 근무 효과만으로 테마 여행 매출이 60% 이상 늘어나리라고 예상했다.


가족 여행에는 레포츠가 동반되곤 한다. 스포츠 시설 사업과 용품 사업도 각광받는 업종이다. 골프장 위치에 따라 주5일 근무 특수는 차이가 난다. 남서울골프장 조민성 대리는 “우리는 서울과 너무 가까워서 딱히 주5일 근무제 덕 볼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는 다르다. 이곳은 금요일 오후부터 찾아오는 손님을 대비해 6월1일 야간 전용 홀을 개장했다. 오크밸리 조덕선 과장은 “골프업계에서는 주5일 근무제로 인한 매출 신장 효과를 30%로 잡고 있다”라고 말한다. 숙박업이든 레저 산업이든 서울과 2∼3시간 떨어진 곳에서 주5일 근무 효과는 극대화한다.


레포츠가 금융 상품화한 것도 있다. 우리은행은 5월20일부터 ‘레포츠 예적금’이라는 상품을 내놓았는데, 시판 8일 만에 수신고 6천억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 금융 상품은 레포츠 시설을 이용하거나 용품을 구입할 때 최고 65%까지 할인 혜택을 받고 스포츠 상해 보험에 자동 가입된다.


가족을 동반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별도 시설을 갖추는 곳도 많다. 유아 시설이 대표적이다. 남대문 메사에는 유아 놀이방이 있어서 장시간 가족 동반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중국어 학원인 이얼싼어학원은 원내에 극장·노래방·유아 동화방을 만들어서 가족끼리 체험 어학 공부를 할 수 있게 꾸몄다. 김충식 사장은 “과거에는 주말반이 평일반의 보조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주말반을 주축으로 키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토요일반을 신설하고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주5일 근무제 때문에 죽는 업종도 있다. 먼저 주말에 도심이 텅 비는 공동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서울 을지로 은행가 골목에서 20년 동안 음식점을 해 온 김애자씨(50)는 불만이 많다. 김씨는 “토요일 손님을 못 받으면 적자가 뻔하다. 밤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라고 말한다. 주5일 근무가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다며 아무 준비를 하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근처에서 중국요리점을 운영하는 허인묵씨(45)는 “아파트촌에서 중국요리점을 하는 친구가 장사가 잘 된다고해 고민중이다. 가게를 주택가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요일 오전 결혼식 시대 준비하라”


주5일 근무에 따라 영업 형태가 달라지는 곳도 있다. 예식업의 경우 지금까지는 일요일 예식이 주였지만, 주5일 근무제가 되면 달라진다. 은행회관 안광운 실장은 “예식업자들이 모여 토론했는데 토요일 예식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전했다. 대개 오후 1시부터 시작되던 토요일 예식을 일요일처럼 11시부터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이라고 간주할 수는 없지만 종교계도 주5일 근무제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교회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때문에 주일 예배 참석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헌금도 줄 것이다. 한때 기독교계는 ‘주5일 근무는 하나님이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한 교리에 어긋난다’는 한 목사의 칼럼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발 빠르게 주5일 근무제에 적응하는 레저업계처럼, 교회도 주일 예배를 토요일 아침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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