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부터 ‘짝퉁’ 바람까지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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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국·일본· 미국·중국에선 어떤 상품이 잘 팔렸나



2002년 히트 상품을 보면 최근 변화하는 소비 경향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일본·중국 시장에서 히트한 상품들은 한국 시장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히트 상품은 삼성경제연구소 자료, 일본·미국·중국의 히트 상품은 닛케이비즈니스 조사 자료를 참고 했다(오른쪽 표 참조).


지난해 히트 상품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의 소비 경향은 △우리 것 재발견 △글로벌화 △기능·감성 고도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2002년 10대 히트 상품을 조사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한 해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보다는 전통적인 가치를 부각한 상품과 기존 상품을 복합 또는 변형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성공으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고, 붉은 셔츠·태극기·대형 텔레비전 같은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을 받아 한방 관련 제품들도 크게 인기를 얻었다. 정산실업의 ‘백옥생 약초’는 화장품 업계 최초로 <기네스북>의 정통 한방 화장품 분야에 선정되었고, 태평양의 한방 화장품 ‘설화수’는 2002년 매출이 전년보다 43.8%나 뛰었다. 또 기존 핸드폰에서 한 걸음 진화한 컬러 휴대폰, 2001년에 히트했던 DVD 플레이어와 대형 텔레비전 등을 하나로 묶은 홈시어터, 유명 브랜드를 모방한 변형 명품(짝퉁)이 인기를 끌었다.


소비 시장 글로벌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


다양한 외국 상품들이 확산되면서 소비 시장이 글로벌화한 것도 지난해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농산품·의류·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상품이 국내 시장에서 호조를 보였고, 영어 열풍이 거세지면서 조기 유학과 해외 연수가 유행했다. 영어 학습 교재와 도구들이 히트한 것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점점 더 사용하기 편리하면서도 감각적인 즐거움과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감각적이라는 이유로 컬러 휴대폰이 크게 히트했고, 홈시어터는 가정용 필수 오락 도구로 자리 잡았다. 고급 자재와 편의 시설을 한데 모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편하게 외식을 즐길 수 있는 테이크아웃점이 성행했다.


월드컵 바람은 공동 개최국 일본에서도 뜨거웠다. 일본에서는 해리포터와 월드컵 관련 제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한 해였다. 그 이유를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 소비자 시장이 성숙해 유행을 따라가는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메가 히트 상품은 적었지만, 일본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변형 복합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서 시작된 음이온 가전의 유행은 헤어드라이어로 확산되었고, 정지 화면의 카메라 메일이 동영상으로 진화해 인기를 누렸다. 닛산 자동차의 신형 마티도 10년 만에 리뉴얼한 제품이다.


홈시어터 시장이 본격 형성된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미국에서는 가정용 DVD 플레이어 단품이 인기를 누렸다. 100 달러를 할인하는 기종 등 보급형 제품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젊은층 중심으로는 휴대전화용 액세서리와 게임기가 인기를 얻었다. 이색적인 것은 9·11 테러 이후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 이들이 히트 상품으로 꼽혔다.


각종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소비를 이끄는 부유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히트했다. 자가용 승용차와 가구가 다 갖추어진 독신자용 맨션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붐이 한창이어서 브로드밴드(일종의 초고속통신망)와 컴퓨터 게임은 3~5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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