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되나요? 경기 회복을
  • 이철현 기자 (lsisapress.como.kr)
  • 승인 2005.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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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심리 지표 일제히 올라…“낙관론은 성급하다” 지적도
국내 경기가 ‘L자 형’으로 옆걸음을 칠지 아니면 ‘U자 형’으로 급반등할지를 판가름할 열쇠는 내수다. 올해 초부터 소비와 투자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면서 L자 형에서 U자 형으로 돌아섰다는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주가·금리·심리지표가 일제히 올랐고 실물 지표인 건설지표도 반등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2월 매출은 설 매출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5%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설날을 앞두고 순발행된 화폐공급액이 4조3천5백3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밖에 경기실사지수(BSI)·소비자기대지수·신용카드 사용액·서비스업종 생산지수도 뚜렷하게 나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도 한국 경기 조기회복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낙관론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계 부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가계 부담이 늘고 있고 소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경기 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으나, 지난해 경기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기업 투자가 늘어 고용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과 내수 회복 속도가 수출 둔화 폭을 보전할 수 있을지가 경기 회복 속도를 결정할 변수로 지목된다.

단기 경기를 전망하는 데 가장 유력한 지표는 소비심리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기대지수(90.3)와 소비자평가지수(66.5)는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5.2포인트, 4.3포인트 올랐다. 이 두 지수가 늘어난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또 소비자기대지수가 고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쪽으로 옮겨가며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 월평균 소득 4백만원이 넘는 계층에서만 올랐지만 지난 1월에는 모든 소득 계층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소비 심리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기선행지표로 꼽는 주식 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을 넘볼 정도로 ‘호황’이다. 전반적으로 상장 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종합주가지수가 단번에 940선으로 치고 올라가지 않고 오를 때마다 고점을 다졌기 때문에 단기 조정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벤처 기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코스닥 지수도 50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UBS증권은 2월11일 ‘한국 주식 시장은 35% 저평가되어 있다. 적정 종합주가지수는 1025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주가지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면서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실현 이익이라 할지라도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소비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민간 경제 연구기관들은 ‘신중’

소비와 함께 내수를 구성하는 투자도 크게 늘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본재(기계류·전기전자 제품) 수입과 운수장비(상용차) 투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은 지난 1월1~20일 20.8%(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라 5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운수장비 투자의 핵심 항목인 상용차 내수 판매도 1월 들어 10.1% 늘어나 19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설비투자실행 기업경기실사(BSI) 지수는 1·2월 93으로 연말에 비해 상승하면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월11~20일 중소 제조업체 3백84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상 기업 37.8%가 올해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 경기 불황으로 크게 위축되었던 중소기업의 설비 투자가 나아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당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수출도 선전하고 있다. 올해 1월 수출이 18.7% 성장해 2백25억 달러를 기록하며 경기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고는 환율 하락, 고유가, 세계 경기 하락세라는 삼각파도를 뚫고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이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는 1월 3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은행 같은 공공 섹터와 달리 민간 경제 연구기관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 침체 지속 원인과 탈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경기 회복 가능

가계 부채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소비 여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둔해지고 대규모 사업장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리 해고가 잇달아 실업률이 늘어나면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그나마 소득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외국에 나가 소비하고 있어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추세가 뚜렷하므로 정부가 규제 완화와 경기 활성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실물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경기 활성화 정책은 올해 상반기부터 줄지어 집행된다. 신용불량자 대책은 3월에 최종 방안이 마련되어 시행될 예정이고, 서비스업 대책과 종합투자계획도 실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소·벤처 기업 지원 대책도 구체화하고 있다. 경기부양책에 가까운 경기 활성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심리지표에서 나타난 내수 회복세가 실물 지표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건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이 미칠 해악은 경계하되 경기 활성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까지 정책의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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