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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폭력 조직 삼합회, 한국 상륙 노린다

폭력 조직 삼합회, 중국 귀속 앞두고 새 근거지 모색

李政勳 기자 ㅣ 승인 1996.01.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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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국인 곽 아무개씨가 중국에서 손에 넣은 위폐 3만4천여 달러를 가지고 들어오다가 검거되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위조 달러는 홍콩의 폭력 조직인 삼합회(三合會·Triads)가 만들어 중국 삼합회를 거쳐 곽씨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달 서울지검 강력부는 중국에서 제조된 필로폰을 들여온 한 조직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중국 대륙의 현지 삼합회와 연계해 필로폰 1백70kg을 제작해, 한국과 일본에 판매할 목적으로 50kg씩 갖고 들어왔다가 검거되었다. 지난해 7월에도 수원지검은 대만의 대표적 삼합회인 죽연방(竹連幇)의 조직원과 재미 교포가 포함된 필로폰 밀매단을 검거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한국이 삼합회의 주요 활동 무대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 삼합회 조직의 일부가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한국으로 본거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어, 이들의 침투를 막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계 폭력 조직을 가리키는 삼합회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일본계 야쿠자와 더불어 세계 3대 폭력 조직으로 꼽히지만, 그 위세에 비해 알려진 것은 적은 편이다. 삼합회 관련 자료로 첫손 꼽히는 것은 홍순도씨의 소설 <따꺼>이다. 대만과 홍콩을 담당하는 인터폴의 한 관계자는 “소설 <따꺼>의 곳곳에 삼합회의 역사와 인맥이 나오는데 이는 전부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주윤발·유덕화 등이 주연한 홍콩의 갱 영화 역시 무자비한 폭력 집단인 삼합회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삼합회는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와는 밀접했으나, 공산주의와는 ‘불구 대천 원수’에 가까운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만들어 왔다(55쪽 기사 참조). 이러한 과거사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97년 7월1일 0시로 예정된 홍콩 반환이다. 홍콩 삼합회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 아래서 본격적으로 ‘적과의 동침’을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해외로 본거지를 옮길 것인가를 결정할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영화산업과 주점·나이트 클럽 등을 운영해서 축적한 자본을 토대로 위장 사업가로 변신해 대륙에 침투한 홍콩 삼합회는 중국에 자본주의적 병폐를 확산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 결과로 중국이 ‘제2의 홍콩’ 같은 범죄 소굴이 된다면, 한국의 치안은 이들이 주도하는 무기와 마약 밀매, 밀항 때문에 심각하게 위협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의 국제 범죄 전문가들은 중국 삼합회가 조선족의 한국 방문에 개입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항로가 개설된 후 인천이 부산을 따돌리고 국내 최대의 필로폰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는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막노동을 해 꽤 많은 돈을 벌더라도 이미 중국에서 지불한 한국 방문 비용을 채울 수 없게 된 조선족 중에는 삼합회가 관련된 아편이나 필로폰을 대신 운반해 주고 돈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료들과 유착해 영역 확장

국내 정보기관은 95년 여름 북한이 독일로부터 염산에페트린 15t을 수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약품은 감기약 원료로 쓰이는데, 문제는 인구 비례로 추정해본 북한의 연간 적정 소요량보다 수입량이 열배 이상 많다는 데 있다. 염산에페트린은 필로폰의 원료이고, 세계 최대의 필로폰 소비 시장은 일본과 한국이다. 만약 북한이 헤로인에 이어 필로폰을 제조해 외화벌이를 한다면 중간 운반책은 중국 삼합회가 될 것이고, 최종 소비지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삼합회는 과거 그들과 싸웠던 중국 공산 관료들과 유착해 영역을 확산하고 있다. 국제 범죄에는 국경도 이념도 없다. 한국이 제2의 중국이 되지 않으려면 관련국 정보·수사 기관과 공조 체제를 이루어 사전에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권력 그늘에서 자란 독버섯

정치 세력과 운명 함께하며 결사체에서 폭력조직으로 변질

삼합회와 대만의 국민당 정부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삼합회가 중화민국 건국에 관여하게 된 것은, 중국 역사가 삼합회와 같은 비밀 결사체들에 의해 변천해 온 전통과 관계가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는 ‘진승과 오광의 난’으로 멸망했는데, 진승과 오광이 바로 농민 비밀 결사체의 우두머리였다. 한나라는 이마에 누런 두건을 두른 비밀 결사체인 ‘황건적’의 난 때문에 무너져 갔고, 당나라는 ‘안록산과 사사명의 난’으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원나라는 홍건적에게, 청나라는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과 백련교도에게 시달리다 각기 종장을 맞이했다.
유럽 열강이 밀려들던 19세기 초, 홍영(洪英)은 ‘멸만흥한(滅滿興漢·만주족의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한족의 나라를 세우자)’의 기치를 내걸고 비밀 결사체 ‘홍문(洪門)’을 세웠다. 이후 도처에서 비밀 결사체가 생겨나, 19세기 말에는 그 대표적인 조직으로 삼합회·가로회(哥老會)·삼점회(三點會)·천지회(天地會)가 두드러졌다. 서양 세력의 침투가 유난히 심했던 상해에서는 두월생(杜月笙)을 우두머리로 한 ‘홍방(紅幇)’과 장소림(張嘯林)이 이끄는 ‘청방(靑幇)’, 황금영(黃金榮)의 ‘녹방(綠幇)’이 탄생했다.

중국 결사체의 특징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결사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과 조직 간의 연대가 잘 된다는 점이다. 중화민국을 건국한 손문은 홍방 소속이었다. 손문은 각 결사체를 규합해 거대 조직 ‘동맹회(同盟會)’를 만들어, 1911년 중화민국을 건국하는 신해혁명을 일으켰다. 당시 손문에게 자금을 댄 사람은 홍방의 친구 송요여(宋耀如)였다. 송요여는 훗날 손문의 부인이 된 송경령, 장개석과 결혼한 송미령 자매의 아버지였다. 이런 연유로 홍방은 국민당 세력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다.
중국 개방 후 대륙으로 역수입

신해혁명에 참여한 결사체에는 건국에 참여한 공로로 아편 장사와 매춘업이 보장되었다. 이때부터 결사체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폭력 조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장개석이 ‘낮의 총통’이었다면 두월생은 ‘밤의 황제’가 되어 정치 권력과 폭력이 결합하는 ‘권폭 유착(權暴癒着)’이 이루어졌다. 장개석은 두월생에게 별 둘을 달아주고 ‘무임소 장군’ 대우를 하면서 30만에 가까운 홍방 세력을 사병화(私兵化)하는 데 성공했다.

1차 국공합작(國共合作)을 성사시켜 일제와 싸움을 벌이던 장개석은 27년 돌연 국민당 내의 공산주의자를 일소하겠다며 대규모 ‘청당(淸黨) 운동’을 벌였다. 4·12 정변으로 불리는 이 운동은 피비린내 나는 숙청으로 현실화되었는데, 여기에 홍방과 녹방 세력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국민당 특무(비밀 경찰)들은 푸른 옷을 입고 다녀 ‘남의사(籃衣社)’로 불렸는데, 장개석은 두월생의 부하를 남의사 조직원으로 대거 영입해 공산주의자들을 처단했다.

장개석에게 쫓기던 모택동은 대장정이 성공해 기사회생하자 역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륙 곳곳에서 국민당의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가 내려지고 오성홍기가 휘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당의 패배가 분명해져 가던 47년 대만판 인종 학살이라 할 수 있는 2·28 사건이 일어났다. 대만 사람들이 대륙에서 쫓겨오는 본토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데 불안을 느낀 국민당 세력이, 양담배를 판매하던 대만 노파와 경찰관이 충돌한 것을 빌미 삼아 대만인 수천 명을 학살한 것이다. 2·28 사건 당시 두월생 휘하 세력은 국민당의 방조 아래 대만인들을 살육하는 데 참여했다. 이러한 정지 작업 덕분에 장개석은 저항을 받지 않고 대만으로 도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월생은 대만으로 갈 처지가 아니었다. 상해가 공산당에 함락되던 49년 4월 그는 모택동에게 “상해를 중립 지역으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공산화는 곧 우익 테러 세력에 대한 사형 선고임이 분명해졌다. 다급해진 두월생은 영국이 지배하는 홍콩으로 도망갔다가 51년 아편 중독으로 사망했다.

홍콩과 대만으로 쫓겨온 폭력 조직은 권폭 유착의 문화 속에서 조직을 재건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과거 한 비밀 결사체의 고유 명사였던 삼합회가 폭력 조직을 통칭하는 보통 명사로 바뀌었다. 그러나 삼합회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권폭 유착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홍콩과 대만 경찰은 주기적으로 소탕 작전을 펼치며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등소평이 중국을 개방한 이후 삼합회는 대규모 자본을 들고 대륙으로 진출해 호텔업 등 각종 사업을 벌였다. 홍콩과 대만 삼합회의 대륙 진출은 중국에 유사 삼합회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홍콩·대만 삼합회와 연계한 대륙의 삼합회 중에는 중국 당국의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강력해진 조직도 나왔다. 국내 정보기관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90년 10월 중국의 한 산악 지역에서 삼합회 조직이 중국 공안부(경찰) 요원 천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도 소탕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합회가 중국 대륙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공안 당국을 비롯한 실력자들과 권폭 유착을 이룬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은 현재 급속한 산업화로 이농 현상이 일어나 4천만명 이상이 도시 근교로 몰려들고 있다. 대륙의 삼합회는 이 유민들을 조직원으로 흡수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92년 도사구(陶駟駒) 중국 공안부장은 이런 현실을 인정해 “흑사회(黑社會·폭력 조직) 사람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무력으로는 중국이 대만을 정복할지 몰라도, 이미 대만(삼합회)은 경제력(삼합회의 자본과 조직력)으로 중국을 접수했다”는 것이 인터폴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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