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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남편을 위한 법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한강 대표) ㅣ 승인 2002.10.21(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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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피카르디 주에 있는 도시 상리스에서는 때리는 아내가 아닌 매맞는 남편을 처벌했다. 1375년 기록을 보면 매맞은 남편은 머리를 당나귀 꼬리 쪽으로 향한 채 당나귀 위에 올라타 시내를 행진하도록 하는 관습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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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매맞은 남편에게
당나귀에 올라타
시가지를 행진하게 했고 영국에서는 때린 아내와 맞은 남편에게 서로
옷을 바꿔 입고
말 위에 거꾸로 탄 채
돌아다니게 했다.



튜더 왕조와 스튜어트 왕조 때 영국에서도 법원은 때린 아내와 매맞은 남편의 옷을 바꾸어 입힌 채 말 위에 거꾸로 태워 소란스러운 음악과 함께 시내를 돌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이러한 처벌은 철저히 공개해 진행되었다. 이때 시민들은 단순한 구경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 집행자로서 일정한 몫을 담당했다. 왜냐하면 시민의 조롱과 익살, 그리고 즉흥적인 풍자에 따라 형벌의 정도가 사실상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무형의 폭력에 시달리는 남편도



이후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17세기 말에는 화형이 금지되었고, 조롱 등을 포함한 공개 처벌도 불법으로 규정되어 차츰 사라졌다. 마침내 1610년에는 프랑스 보르도 고등법원이 아내에게 구타당한 남자를 증오해 그에게 일주하기 혹은 당나귀 태우기 의식을 강요한 주동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아내가 매를 맞는 것은 당연하고 남편이 매를 맞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라고 보고 처벌한 남성우월주의 역사의 한 단면들이다.



지난 9월25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가정에서 매맞는 남편의 사례가 1999년 1백67건, 2000년 2백18건, 2001년 3백47건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 1백52건이 신고되었다. 여성의 가정 내 지위 향상이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물론 여전히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대부분 어린 자녀이거나 아내이다. 하지만 남편이건 아내건 자녀건 어느 누구도 가정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내의 가정 내 폭력에 괴로워하는 남편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유형적인 폭력 못지 않게 무형의 폭력에 희생되는 남편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9월 초 서울가정법원은 수입이 적다며 20년간 남편을 구박한 아내와의 이혼 소송에서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명문 대학 출신에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중년 가장이 자신을 ‘무능력하다’고 비난하며 돈만 요구해 온 아내와 이혼 소송 끝에 결혼 생활을 청산하게 된 것이다. 판결문에 인용된 사실 관계를 보면, 동창회 모임에서 남편을 성적 불구자로 표현하기도 하고, 더러운 냄새가 난다며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했으며, 식사와 빨래도 수년 동안 전혀 해주지 않는 등 철저히 냉대하며 무형의 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나라는 가정 폭력을 막기 위해 특별법까지 두고 있다. 1997년에 만든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그것이다. 원래 목적은 주된 피해자인 아내와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제 남편들도 이 법의 보호막 안으로 들어가야 될 상황이 도래한 것일까.



이 법들은 ‘가정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가정 폭력이라고 보고 누구든지 가정 폭력 범죄를 알게 된 때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남의 집 부부 싸움이나 자녀의 훈육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아 왔는데 이 법은 이러한 태도를 바꾸어 가정 내 폭력에 이웃은 물론 국가의 공권력이나 가정법원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간혹 언론에 보도되는 피해자의 주거나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조처는 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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