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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거부' 장애물 만난 인도네시아 총선

인도네시아, 총선 앞두고 선거 거부 운동 등 긴장 고조

崔寧宰 기자 ㅣ 승인 1997.05.29(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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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골카르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인도네시아 총선에 새로운 변수가 나타났다. 그 첫번째는 야당의 선거 거부 움직임이다. 5월29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총선은 전체 5백 의석 가운데 대통령이 군부 인사를 지명하는 75석을 제외한 4백25석을 놓고 여야 후보가 경합한다. 이번 총선은 정당 별로는 집권 골카르당과 야당인 인도네시아민주당(PDI)·연합개발당(PPP)이 벌이는 3파전이었다.

그런데 제2당인 인도네시아민주당 지지자들은 정부가 전 총재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의 출마를 금하자 총선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군부는 정치 공작에 의해 당수 직이 박탈된 메가와티와 그의 지지자들을 전원 후보자 명단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연합개발당도 5월 초 자카르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정치 집회를 경찰이 금지하자 선거를 거부할 태세이다.

시민들이 선거를 거부할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카르타 시내에는 투표장에 나가지 말라는 출처 불명의 유인물과 낙서가 나돈다. 현지 언론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대학생들이 선거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선거 거부 움직임이 현실로 옮겨진다면 수하르토 대통령으로서는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골카르당 혼자서 선거에 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 나타난 또 다른 변수는 두 갈래로 갈라졌던 야당 세력이 ‘민주 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결집한 것이다. 5월10일 연합개발당 지지자들은 자카르타 시내의 한 집회에서 인도네시아민주당의 전 총재인 메가와티의 얼굴과‘Mega-Bintang’이라는 글자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메가’는 메가와티의 별명이고 ‘빈탕’은 연합개발당의 상징이다. 연합개발당과 인도네시아민주당의 공동 전선이 형성되었다는 증거이다.

야당 연합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메가와티가 96년 6월 총재 직을 박탈당하고 지난 3월에는 선거 출마 자체를 금지당했는데도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적인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의지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민주당은 기독교도 중심의 정당이고 연합개발당은 이슬람교도가 주축이 된 정당이다. 물과 기름 같은 두 야당이 연합하는 것을 보면, 정치를 개혁하고 수하르토의 장기 독재를 끝내야 한다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경제 성장과 편파 보도가 수하르토의 무기

그러나 선거운동 막바지에 나타난 이 두 변수에도 불구하고 집권 골카르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의 투표율은 수하르토가 집권한 이래 9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래서 야당의 선거 거부 주장은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경제 여건도 집권당을 돕고 있다. 수하르토 체제 아래서 인도네시아 경제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96년 상반기에만 2백80억달러어치 외국 투자가 승인되었다. 더구나 수하르토는 67년 권력을 잡은 이래 기아 상태에서 허덕이던 인도네시아를 연평균 7%라는 경이적인 경제 성장국으로 바꾸었다.

무엇보다도 집권당 편인 텔레비전의 역할은 위력적이다. 수하르토 정부는 과거 30년 동안 정부 정책을 선전하는 데 텔레비전을 적절히 이용해 왔다. 특히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텔레비전이 집권당에 유용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야당의 선거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심지어 발포까지 서슴지 않는 경찰이 두려워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인도네시아 총선에서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5월14일 현재 선거운동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이 55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무력 진압과 발포에 대한 공포는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집안에 묶어두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의 텔레비전들은 편파 보도와 집권당 편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자카르타의 일간 신문 <미디어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95년 4~6월 집권 골카르당은 인도네시아 국영 방송사인 TVRI 뉴스 시간에 아흔여덟 번이나 등장했다. 이 기간에 연합개발당은 열 번 나왔고 인도네시아민주당은 쉰 번 정도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결국 골카르당의 승리는 확실한 것 같다. 당초 골카르당은 현재 의석인 2백82석을 훨씬 넘어 전체 의석의 70%인 3백50석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 목표는 선거운동 막바지에 불거져 나온 변수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다. 만약 야당이 예상 외로 선전한다면, 수하르토는 내년 3월의 대선 때문에 총선이 끝난 후 야당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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