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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단풍 구경, 올 가을에 가능할까

현대, 유람선 취항 계획…북한 태도에 달려

崔寧宰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1998.07.0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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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떼를 몰고 북한으로 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돌아왔다. 사실 현대는 재벌 총수 방북을 막았던 문민 정부 시절에도 북한에 가려고 가장 조바심을 친 재벌이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정주영 명예회장 자신부터 이 기간 내내 대북 사업을 궁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94년 서산 농장에서 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그는 농장 직원에게 “팔지도, 잡아먹지도 않을 소이니 그냥 키워 보라. 단 최고 대우를 해서 건강히 키우라”고 주문했다. 아마 이때부터 그는 북한에 소를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민 정부와 현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터라 그는 대북 사업에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민 정부가 끝나자 정명예회장에게 기회가 왔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산 가족 접촉 신청’을 해서라도 북한에 가려고 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특별히 막을 이유도 없고 해서 갈 수 있었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어 취소되었다”라고 말했다.

정주영씨, 북한과 금강산 개발 집중 논의

정명예회장 일행이 이번에 북에 가서 협의한 사항은 △금강산 개발 △승용차 조립 공장 건설△경원선 복구 △화력발전소 건설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화차 제작, 선박 수리소 건설, 시베리아·극동 지역 공동 개발이 있다. 현대가 북한과 협의한 사업은 대부분 통일그룹이 이미 북한측과 합의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현대의 대북 사업 가운데 가장 덩지가 크고 중요한 사업은 금강산 개발 사업이다. 이 사안은 정명예회장이 89년 1월 북한 당국자들과 협정서까지 체결한 사업이다.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북한도 금강산 개발 전략을 이미 세워 놓고 있었다. 북한은 70년대 후반부터 국제 관광에 관심을 보여 원산·금강산 지구 종합 개발 계획을 세웠다. 북한은 원산을 금강산으로 가는 관문으로 설정하고 일찍부터 이곳을 개발했다. 그래서 현재 금강산으로 가는 관광객은 원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 금강산 주변 도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평양~원산~고성 구간(2백86㎞) 고속화 도로를 연장 개통하고, 원산~고성 철도 노선을 뚫었다. 금강산 권역 일주 도로(1백16㎞)와 내·외금강 횡단 도로(45㎞)도 최근에 완성했다.

그러나 민간 공항 건설 계획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금강산은 국제 관광지로 도약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더구나 숙박 시설과 위락 시설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북한은 92년 홍콩 용역 기관에 의뢰해 금강산 종합 개발 계획을 만든 적이 있다. 계획의 골자는 숙박·레저·공항·유람선 항구·골프장·스키장 같은 관광 시설을 금강산 구역(원산시와 4개 군)에 세운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대로 하자면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했다. 재원도 문제였다. 안에 따르면, 1단계 시설 공사(공항·항만)에 1억8천만달러가 책정되었으나 자본을 마련할 계획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또 채산성을 맞추려면 외래 관광객이 적어도 한 해에 50만명이 찾아야 하는데, 북한이 대외 개방을 하지 않는 한 이 정도의 관광객은 힘들다. 그래서 이 계획은 구상으로 그친 채 현재에 이르렀다.

한국도 나름으로 금강산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금 금강산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그룹만 해도 89년에 처음으로 개발 실무진을 꾸렸다. 그러나 정명예회장의 추가 방북이 좌절되고 여러 가지 변화를 겪으면서 계획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다른 기업도 금강산 개발을 추진했으나 현대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육로·항공기 이용한 관광 당분간 어려울 듯

그나마 일관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성과물을 가지고 있는 곳이 한국관광공사이다. 한국관광공사는 94년에 ‘금강산관광개발전략’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고, 97년에는 ‘남북관광교류기초자료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설악산·금강산 공동 개발 방안을 집중해 다루었다.

금강산을 관광하려면 접근 방법이 가장 큰 문제이다. 금강산은 군사 분계선과 붙어 있기 때문에 남쪽에서 뭍길로 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항공기로 가는 것도 북한 군부가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금강산 곁에는 원산에 군용 공항이 있을 뿐 민간 공항이 없다. 지금부터 공항을 만든다 하더라도 2∼3년은 족히 걸린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물길로 가는 것이다(54쪽 지도 참조). 이마저 북한 군부가 반대한다면, 북한 영해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속초에서 공해로 나갔다가 다시 북한의 장전항이나 원산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한국관광공사 북한부 관계자는 “금강산 개발은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북한의 테크너크랫이 나선다 해도 적어도 4∼5년은 걸린다. 하지만 물길로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그 길 그대로 나오는 방법은 북한이 조금만 의지를 보인다면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대의 금강선 유람선 취항 계획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56쪽 상자 기사 참조).

하지만 현대가 금강산 앞바다에 유람선을 띄우더라도 과제는 산처럼 남아 있다. 수백만으로 예상되는 관광객을 감안해 뭍길과 항공로를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과 끈질긴 줄다리기를 벌여야 한다. 또 골프장·스키장은 어디어디에, 비행장은 어디에 건설하고, 백화점·호텔은 어떤 규모로 짓고, 설계는 누구에게 맡기고, 어떤 회사를 하청 업체로 참여시키고, 건설 인력은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등 수많은 세부 계획이 필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장비나 자재를 나르는 문제도 골칫거리이다. 물론 정회장은 89년부터 복안을 갖고 있었다. 물길과 뭍길로 장비나 자재를 실어나르되 뭍길은 반드시 철원 군사 분계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펴낸 자서전에 ‘89년 당시 북한 당국에 이를 주장해 관철했다’고 적었다. 현대가 이번에 북한 당국과 경원선 복구 사업을 논의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듯하다.
정부, 설악산·금강산 연계 개발 검토

금강산 개발 규모가 이처럼 크기 때문에 현대가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거들 방침이다. 6월17일 문화관광부는 현대가 주도해 금강산 개발을 실현하면, 금강산과 설악산 권을 연계 개발하는 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여,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키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대와 한국관광공사가 긴밀한 협조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와 관광공사 같은 공공 부문이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정부는 설악산권을 금강산 개발 방향에 맞추어 재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광공사와 현대를 중심으로 금강산 개발 컨소시엄을 만들도록 유도할 작정이다.

금강산이 설악산과 이어진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다면 남북한 모두에 이득이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특히 2002년 월드컵을 개발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보고서는 월드컵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18만8천명, 관광 수입은 7천9백6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 관광객을 설악산·금강산 연계 관광 상품으로 흡수한다면 엄청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월드컵 경기 중 하나라도 북한에서 열 수 있다면, 한반도 이미지를 높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중요하다. 금강산 같은 소중한 자연을 개발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현대가 개발권을 따내더라도 이미 국내에 금강산 개발에 관한 연구 성과가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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