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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불상 연구 집대성한 강우방씨

20여 년 불상 연구 집대성한 강우방씨 <한국 불교조각의 흐름> 펴내

李文宰 기자 ㅣ 승인 1995.09.2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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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우리와 가깝다. 그것은 내재해 있다. 민족 문화의 한 원형질을 이루는 정서다. 그러나 불상은 멀다. 불상은 미소짓는 금동이거나 철 아니면 바위인 그 무엇이었다. 독실한 신자가 아닌 일반인과 불상은 서로 묵언 중이었다.

미술사학자 강우방씨(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54)가 최근 펴낸 <한국 불교조각의 흐름>이 돋보이는 까닭은, 위와 같이 불상과 한국인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허물어주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불상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개론서인 것이다. 이 대화는 불교 및 종교 예술과의 대화이며 나아가 우리 전통 문화의 한 핵심과의 만남이다(106쪽 이주형 교수의 ‘서평’ 참조).

20년 넘게 한국 불교 조각에 매달려 온 강우방씨는 연구 자세에서부터 학자적 이력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면이 많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68년 같은 대학 고고인류학과에 편입해 한 학기를 다니다 중퇴했다. 동양미술사에 대한 그의 갈증을 풀어줄 강좌가 당시에는 없었다.

‘불상과 늘 함께 있고 싶어서’ 대학 강단을 포기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간 그는 35세 때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한 뒤, 42세가 되어서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미술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다른 학자들이 밟아온 순서와는 거꾸로였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 것을 알지 못한 채 외국에서 국학을 공부하는 일의 무모함을 경계한 것이다.

강우방씨의 지론은 “미술사학은 작품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과 자료에서 시작하는 학계 일반의 연구 경향을 비켜섰고, 철학·미학·민속학 등 인접 학문을 수용하면서 ‘원융과 조화’로 대표되는 자신의 미술사학을 일으켜 세웠다.

미술사의 첫 번째 요건을 그는 감수성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불상 연구자는 많지만 불상과 교감할 수 있는 연구자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불상 연구의 대전제는 다름 아닌 불교 자체에 대한 이해인데도 연구자들의 불교 공부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나는 언제나 불상 곁에 있으려고 노력한다. 자주, 오래 보면서 감흥이 올 때 글을 쓴다. 그래야 글의 생명력이 나온다. 책에서 시작하는 지금의 연구 풍토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새로운 자료보다 새로운 해석이 중요하다”

불교 조각을 단박에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우방씨는 불교 발생지인 인도의 불상과 그것을 우리에게 전해준 중국 불상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권한다. 그래야 한국 불교 조각의 연원과 독특한 미학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가 생존 당시에는 물론 불상이 없었다. 서기 1세기 이전에는 스투파(탑묘) 문과 난간에 좌석·보리수·발자국 등으로 석가모니의 존재를 상징했다. 강씨에 따르면, 예배 대상으로서의 불상은 대승 불교가 융성하고 불교가 철학에서 신앙 체계로 변모하면서 출현했다.

서기 1세기께 인도 서북부 지역인 간다라와 마투라에서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간다라 불상은 그리스·로마 전통을 따라 유럽인의 형상이었던 데 견주어 마투라 불상은 인도인의 얼굴이었다. 인도 불상은 쿠샨 시대를 거쳐 굽타 시대에서 간다라와 미투라가 결합돼 이상적 조형(굽타 양식)을 완성했는데, 이 모델이 중국과 한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 불상은 수나라 때 절정에 이른다. 강우방씨의 저서에 따르면, 수나라 시기의 불상은 ‘신의 초월적 모습을 반영한 단순한 추상성’이라는 미학적 특성을 갖는다. 이 시대에 나타난 불상의 그윽하고 내면적인 미소가 백제 불상의 미소와 통한다고 강우방씨는 보았다.

삼국 시대 불교 조각의 양식은 각기 뚜렷한 특징으로 분화되었다(왼쪽 아래 사진 설명 참조). 신라는 고구려·백제와 달리 후진적이었다. 강실장은 “후진성에서 오는 경직된 선과 투박한 양감 등 둔중한 미술 양식을 보여준다”고 파악했다. 이같은 양식 차이는 민족성보다는 지역마다 다른 산세나 기후 같은 풍토성에서 기인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풍토성에 주목한 강씨는 또한 고구려 불교 문화가 백제와 신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통일신라가 정치·군사적으로 패권을 장악하지만 문화는 이전과 같이 북에서 남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신라가 후진성을 벗어나 ‘급격하고 새로운 조형언어’를 이룬 것은 삼국을 통일하면서부터였다. ‘완벽한 통일성·예리함·완전성·정교함’을 보이는 것이다. 고구려·백제의 장인들을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강씨는 분석한다.

새로운 자료가 아니라 새로운 해석이 중요하다는 강우방씨는, 이번 ‘개론서’에서 적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독자들에게 일러주고 있다. 일찍이 ‘불교 문화권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품 가운데 하나’인 석굴암을 주목해온 그는, 석굴암 본존 석가여래좌상의 구조의 비밀을 현장의 <대당서역기>에서 찾아냈다. 고려 시대 것으로 알려졌던 전 보원사지 발견 철불좌상의 연대를 통일신라 시대로 끌어올렸고, 출토지에 따라 불상 제작국을 판명하는 ‘과오’도 바로잡았다. 예컨대 양산에서 나온 금동사유상도 백제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일 문화교류사에서 쟁점이 되어온 일본 교토 고류지(광륭사) 목조상에 대해서도 강씨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고류지 목조상은 일본 것이며, 그와 비견되는 우리의 금동 삼산관 사유상 제작국도 신라가 아니라 백제와의 관계에서 규명되어야 한다고 본다(106쪽 사진 설명 참조).

불교 조각을 오래 연구한 끝에 강우방씨는 ‘깨달음’을 얻었다. 불교의 화신(化身) 개념을 높이 평가해온 그는, 그동안 분리와 분별의 원칙에 따라 불상을 보아 오던 ‘시행 착오’를 뛰어넘어 ‘석가모니불이 근본불’이라는 통합의 원칙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불상은 하나(三世諸佛 一切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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