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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ㆍㆍㆍ>번역한 강정인 교수

<자율적 테크놀로지와 정치 철학> 옮긴 서강대 강정인 교수

박성준 기자 ㅣ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0.04.2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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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계의 중견 학자인 서강대 강정인 교수의 공부법은 ‘모범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정치 사상을 가르치는 그는 무엇보다 서양 정치학계, 특히 정치 사상 분야의 연구 성과를 정직하게 소개하는 데 열성을 보여 왔다.

〈마키아벨리의 이해〉(1993년) 〈홉스의 이해〉(1993년) 〈군주론〉(1994년) 〈로크의 이해〉(1995년) 〈통치론〉(1996년) 등 강교수가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번역해낸 책들은 서양 고전과, 그에 대한 주석서에 집중해 있다. ‘기본을 익히는 데’ 필수인 알짜배기 책만을 골라 번역해온 그의 작업 방식은 분명 ‘창조적 변용’을 남용하는 국내 정치학계의 일반 경향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가 늘 고전 또는 고전적 주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의 손으로 옮겨진 〈자율적 테크놀로지와 정치 철학〉(아카넷)은 대표적인 증거물이다. 미국에서 기술·정치 분야에 관한 한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랭던 위너가 쓴 이 책은 첨단 주제인 기술 문제를 다루었다. 서양의 근대 지성사에서 이른바 이상 사회를 실현해 줄 것으로 칭송되었던 기술 문명을, 이 책은 ‘고삐 풀린 망아지’ 또는 ‘현대판 바벨탑의 신화’라는 이름으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강교수는 일찍이 미국 유학 시절 위너를 접했다. 하지만 강교수가 위너를 다시 주목한 때는 1990년대 초반 ‘탈산업 사회와 정치’라는 이름으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마르쿠제·엘륄 등 기술 문명에 대해 비판적 안목을 지닌 서양의 주요 논자들을 읽는 동안 눈길이 자연스레 이들을 집대성한 위너에게로 돌아갔던 것이다.

강교수가 기술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인간의 많은 행위가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에 매개되면 될수록 인간은 부도덕해지는 것이 아니라 비도덕적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교수는 이를 ‘기계의 인간화, 인간의 기계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그는 또 걸프전 사례를 들면서, 기술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불감증이 특정 인간(또는 집단)의 부도덕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정치학자로서 강교수가 기술 문명과 관련하여 주목하는 또 하나의 경향은 ‘기술 표준화’이다. 핸드폰·인터넷이 보편화하는 최근 추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표준화한 기술은 그 기술에 대한 사용이 강제되는 순간부터 스스로 정치 권력을 ‘창조’하고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기술의 정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을 돌아보라’고 권고한다. 그 다음 위너의 책을 읽으면, 현대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식론적 러다이즘’(기계파괴주의-기술 사용을 의식적으로 중단한 뒤 삶을 성찰하는 태도)을 제안한 위너의 주장을 한국 사회가 왜 주목해야 하는지 자명하게 드러난다고 강교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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