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금융맨 노조 반대 뚫고 ‘안착’할까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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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국민은행장 후보 내정자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54·사진)이 차기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내정되었다. 행장 선임 여부는 오는 10월2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강정원 내정자는 시티은행·뱅커스트러스트·도이치방크 등 외국계 금융기관과 서울은행장을 거치며 국내외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뱅커스트러스트에서 근무할 때에는 직원들의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고 고칠 정도로 꼼꼼했고, 서울은행장 시절에도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벌레였다. 덕분에 그는 덩지만 크고 내실 없는 서울은행을 작지만 내실 있는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뒤 하나은행에 파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금융업계에서 그를 환영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은행장으로서 그가 헤쳐가야 할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주택은행·국민은행·국민카드 등 ‘한 지붕 세 가족’을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벌써부터 강행장 후보 내정에 반발하고 있다. 행장추천위원회가 행장 후보를 발표하던 날 국민은행 노조는 은행장 졸속 선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행추위원들에게 달걀 세례를 퍼부었다. 강내정자가 서울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은행 직원 4명 가운데 1명이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감원된 바 있다.

강내정자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정부와 국내 최대 은행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문제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동시에 공익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국내 최대 금융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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