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휘두른 주먹, 누가 맞았나
  • 강철주 편집위원 (kangc@sisapress.com)
  • 승인 2003.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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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아노브 엮음 <미국의 이라크 전쟁>
새해 벽두부터 썩 유쾌한 화제는 못되지만, 곧 감행되리라던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해를 넘겼다. 전쟁이 터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는 점에서 2003년 세계사의 화두는 아마도 이라크 전쟁이 될 성싶다.





미국은 왜 그토록 이라크 전쟁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워드 진의 말마따나 미국 내에서는 노숙자들이 얼어 죽고 있는데, 미국의 무기가 해외에서 사람들을 죽이려 드는 까닭은 무엇인가? ‘잔혹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대한 도덕적 응징이라고 여긴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대로 ‘석유 패권’ 때문이다. 매장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를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질서 속에 가두려는 세계화 구상에 이라크가 고분고분하지 않아서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주먹 없이는 결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미국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주먹을 휘두르는 격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미국이 주먹을 휘두른 결과는 또 어떤가? 1991년 페르시아 만 전쟁 때 이라크 민중은 단순한 오폭의 희생자가 아니라 표적이었다. 옹색한 방공호에서나마 이슬람 축제를 즐기려던 사람들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탄의 폭격으로 4백여 명이나 희생되었다. 전쟁의 대가로 이라크가 감수해야 했던 경제 제재도 본래 목적인 대량 살상 무기 해체를 유도하기는커녕 국가와 국민 전체의 목을 죄는 범죄가 되어버렸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하수 소독에 쓰이는 염소 수입을 금지하는 통에 전염병이 창궐하고, 심지어는 연필마저 수입 금지 폼목에 올랐다. 연필 심을 이루는 흑연이 비행기 추적을 막는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앤서니 아노브 엮음, 이수현 옮김, 북막스 펴냄)은 노엄 촘스키로 대표되는 미국의 ‘삐딱한’ 지식인들과 ‘황야의 목소리’ 같은 반미 활동가 그룹의 논설·강연·인터뷰·르포·신문 기사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그리고 장차 일으키려고 하는 이유와, 전쟁의 결과로 지금까지 지속되는 경제 제재의 참상을 분석하고 고발한다. 세계화 전략의 추악한 이면을 ‘이론적’으로 까발릴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이라크 민중의 고단한 삶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소 산만한 편집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호소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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