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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에 거는 희망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ㅣ 승인 2003.01.13(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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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세대 균열(generation divide)을 목격하고 있다. 세대간 대결이 대세를 결정지은 이번 대통령 선거는 세대 균열의 상징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요, 더불어 아날로그 세대로부터 디지털 세대 쪽으로 권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듯 21세기를 여는 한국 사회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로 세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세대 구분에 대한 합의는 물론이요 세대 개념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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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주요 활동 무대인
사이버 공동체는 일상의 민주화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장이 되고, 나아가 권력 행위를
통제하고 견제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세대에 관해서는 일찍이 19세기 독일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탁월한 분석을 전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세대란 ‘사회 변화의 역동적 과정에서 생물학과 역사가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단일 세대만 존재하는 사회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존재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발전과 역동성을 기대할 수 없기에, 세대간 충돌과 갈등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만하임의 주장이다.


세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여기서 세대와 세대를 분리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진정 동시대인이라는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둘 이상의 세대가 공존하게 마련인데, 이들 서로 다른 세대는 동시대를 살아간다 하더라도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가 끊임없이 충원된다는 사실은 ‘신선한 시각’은 물론 사회 변화의 잠재력이 제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디지털 세대 등장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세대는 자신의 모호한 정체성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 이름하여 ‘세대 본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포착되지 않고 있음은 이들의 한계일 수 있다. 물론 디지털 세대 등장 자체는 정보 과학 기술 혁명을 기반으로 한 고도 소비자본주의와 대중 매체의 합작품으로서, 실체에 앞서 개념이 먼저 ‘구성’된 측면이 있다.


일단 개념이 만들어진 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 디지털 세대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현실 세계 못지 않게 사이버 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한다는 사실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대 특징에 대한 평가는 모호하며 또한 양가적(兩價的)이다.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들은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기존 질서를 전복하려는 힘이 뛰어나며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탁월한 반면, 복제화한 개성 및 획일성이 주를 이루고 책임감이 취약하며 지속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세대의 주요 활동 무대인 사이버 공동체와 현실 세계 공동체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이버 공동체 또한 방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상징적 컨텐츠를 생산·수용하는 현실 공간의 사회구조적 관계망 및 문화적 맥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사회적 고정 관념과 편견을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에서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네트워킹에 참여한다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세대의 활동 무대인 사이버 공동체에 일정한 희망을 걸어 보련다. 앞으로 사이버 공동체는 삶의 의미를 더 적극적으로 추구해 가는 공간, 일상의 민주화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의 장이 되고, 나아가 권력 행위를 통제하고 견제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강도가 높아지는 사회에서 디지털 세대가 주축이 되어 상호 신뢰를 구축할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된다면 디지털 세대는 그 존재 의미를 충분히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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