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1년에 3백편 넘게 만들어졌던 1960년대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필름이 잘 보존되지 않아 풍문이 되다시피 했다. 과거를 기억하는 토대 위에서 한국 영화가 발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전통 드라마와 사극에서 특히 사랑을 받던 배우였다. ‘고운 누이, 헌신적인 며느리, 어진 아내’로 그 시대 여인들의 수난상을 대변한 것이다. 이미지와 달리 현실에서 그녀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다. 한국 영화 부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필름(대표 신상옥)의 안주인으로서, 신필름이 제작한 영화 100여 편 가운데 90여 편에 출연했다. 그리고 <민며느리>를 비롯해 3편을 연출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타고난 배우였다. 일흔이 넘었는데도 ‘웃으면 주름이 보인다’며 겸연쩍어했다. 이 날 행사장에는 신상옥 감독이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객석의 뒷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함께 사진 찍는 것은 한사코 거절했다. 이 날의 주인공이 오롯이 ‘최은희 감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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