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원혼' 서린 모피 코트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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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여우 등 ‘모피 동물’ 해마다 4천만 마리 희 생… ‘살육 반대 운동’ 전세계 확산
한국이 세계 최대 모피 수입국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운동연합은 11월27일 국내 모피 가공업체의 올해 매출 규모가 지난해 8천억원에서 9천억원으로 늘어나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모피 수입국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모피 가공 제품 매출액은 7천억원으로 추산되며, 미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3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주로 모피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한국 같은 주요 모피 수입국의 수요를 대기 위해 살해되는 야생 동물은 세계적으로 매년 4천만 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천만 마리는 우리에서 사육되는 동물이고 천만 마리는 덫에 잡힌 동물이다. 일본의 ‘모피 반대 기금(No Fur Fund)’ 조사에 따르면, 96년 한 해에 사육되다 살해된 동물은 △밍크 2천4백11만3천 마리 이상 △여우 4백85만3천 마리 이상이다. 그외 친칠라·토끼·어린 양도 수없이 희생되고 있다. 또 이 단체는 덫에 잡혀 살해된 야생 동물도 △코요테 30만 마리 이상 △무우통 20만 마리 이상 △너구리 3백만 마리 이상 △흰담비 6만 마리 이상이라고 밝혔다.

모피 코트 한벌을 만드는 데 푸른 여우는 11마리, 밍크는 45∼2백 마리가 필요하다. 모피를 얻는 가장 흔한 방식은 우리에서 야생 동물을 기르는 것이다. 기르는 야생 동물은 유럽의 밍크, 미국의 여우와 누트리아(쥐의 일종), 독일의 너구리, 네덜란드의 무스크랫(쥐의 일종), 프린스 에드워드 군도의 너구리와 스컹크, 캐나다의 붉은 여우 등이다.

‘모피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의 90%는 밍크 농장이다. 야생 상태의 밍크는 8㎢를 돌아다닌다. 그러나 모피 농장에서는 너비 30.5㎝, 길이 46㎝인 우리 안에 갇혀 지낸다. 반 수중 동물인 밍크는 야생에서는 하루의 65∼70%를 물속에서 지낸다. 하지만 밍크 농장에서는 마시는 물 이외에는 물을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래서 밍크들은 자해를 하고 신경질적인 행동을 보인다. 여기서 생기는 스트레스 때문에 밍크는 15% 정도가 일찍 죽는다. 물론 모피를 벗기는 순간까지 생존한 것들은 가스실에서 질식사하거나 목이 부러져 최후를 마친다.

껍질 벗겨진 주검, 사료 공장에서 으깨져

밍크 다음으로 많이 기르는 야생 동물은 여우이다. 사육되는 여우의 생활 또한 비참하기 짝이 없다. 여우 1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0.5m3이다. 야생 여우의 활동 공간과 견주면 4백만분의 1밖에 안된다. 여우 우리는 바닥·벽·천장 모두가 금속망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여우들도 이상 행동을 보인다. 예를 들면 비좁은 철망 안에서 쳇바퀴 돌 듯 계속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동족인 여우를 공격하고 심지어 잡아먹기도 한다. 이 여우들에게서는 살려는 의지와 기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불안해 할 뿐이다.

여우 농장주는 먹이를 줄 때 질이 좋은 털가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얼마나 여우를 값싸게 먹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여우 먹이란 것은 잘게 자른 내장, 물고기 찌꺼기, 전갱이, 곡물, 강화 알부민 등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먹이의 7%가 1년 전에 모피를 벗긴 같은 종의 여우라는 것이다. 사육되는 여우는 일생 동안 먹이를 약 1백10㎏ 먹는다. 이 먹이 속의 잘린 내장은 애완 동물 사료로 만들어서 팔고 남은 찌꺼기로서 피와 대장·소장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여우 농장의 여우들은 저질 음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새끼 여우들은 식중독으로 죽어간다.

여우는 7년 동안 어두운 농장에서 살다가 7년째 12월이 되면 집게에 목을 잡혀 우리 밖으로 끌려나온다. 그 뒤 입과 항문에 전깃줄이 끼워진 뒤 몸을 관통하는 전류에 죽는다. 죽은 여우는 기계에 물려 껍질이 벗겨진다. 껍질이 벗겨진 주검은 사료 공장에 실려가 새로운 여우 먹이로 쓰기 위해 으깨지고 갈린다.
동물 농장에서는 너구리도 기른다. 이 너구리들은 겨울잠을 잘 수 없어서 고통을 당한다. 강제로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은 가장 고통스런 고문 가운데 하나이다. 그 결과 너구리들은 거의 미치거나 포악해진다. 조그만 다람쥐 같은 남미산 친칠라도 농장에서 기른다. 끔찍한 사실은 완전한 길이의 털코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친칠라 백 마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덫사냥은 모피산업에서 두 번째로 흔한 동물 조달 방법이다. 강철턱을 가진 다리잡이 덫은 덫사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이다. 다리잡이 덫은 강한 스프링으로 작동되는 강철턱 2개가 동물의 다리를 강하게 문다. 그러나 피해의 대부분은 동물이 도망치려는 몸부림 때문에 생긴다. 처음 덫에 치인 뒤 30분 안에 동물들은 몸부림으로 그들의 살을 찢거나 힘줄을 끊을 수도 있다. 또 뼈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덫을 물어뜯어 이빨이 부러지기도 한다. 다리잡이 덫에 잡힌 동물들은 며칠 동안 덫에 치인 채 방치되거나 출혈과 굶주림, 탈수 또는 다른 육식 동물의 공격을 받고 죽는다. 만약 덫사냥꾼이 발견할 때까지 살아 있으면 곤봉이나 짓밟힘, 또는 총에 맞아 죽게 된다. 다리잡이덫은 너무 잔인해서 88개국이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몸잡이 덫과 줄 덫이 있다.

이같은 모피산업의 잔인함과 비윤리성 때문에 모피를 반대하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모피 무역 철폐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국제본부(CAFT)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물의 국제거래금지협약(CITES) 정신에 의거해 국가간 모피 무역을 금지하는 협정을 발효시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영국은 97년 8월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길버트 국방장관이 버킹엄 궁 왕실 근위 연대의 갈색 곰털 모자를 인조 모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유럽에서는 동물해방전선(EVR·핀란드) 등이 동물 농장을 습격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모피 동물 사육이 10년 간의 유예기를 거쳐 95년부터 금지되었다. 스위스에서는 모피 동물 사육이 허용되지 않으며, 영국에서도 여우를 사육할 수 없다. 유럽연합은 핀란드의 모피 동물 사육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모피 농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핀란드에서도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80% 가량이 모피 동물 사육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모피산업 규모가 세계 최대였던 일본에서도 모피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97년 2월18일 도쿄 도심에서는 여성들이 벌거벗고 모피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물들만이 모피를 입어야 한다’‘모피를 입느니 벗는 것이 낫다’는 것이 이 날의 구호였다. 일본에서는 모피 반대 운동 단체인 ‘모피 반대 기금’이 활동 중이다.

인간은 모피가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은 모피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래서 전세계 환경 단체들은 모피옷을 입는 것이 생명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한다. 모피 농장에서 희생된 모든 동물에 대한 범죄일 뿐더러 모피 농장으로 인한 생태 파괴 때문에 자연과 인간에 대한 범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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