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출판인의 '아름다운 고백'
  • 박성준 기자 (snype00@e-sisa.co.kr)
  • 승인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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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이라는 출판사가 있다. 지난해 '우리 시대'라는 문고판 기획으로 인문학 독서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출판사다. 이 출판사 김광식 주간(43)이 최근 국내 출판 풍토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커밍 아웃'을 선언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정기도씨가 지은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 세계〉라는 책을 '우리 시대'의 열아홉 번째 기획물로 펴낸 김광식 주간은, 최근 이 책이 다른 연구자(여명숙·미국 유학중)의 박사 학위 논문을 상당 부분 무단 표절했음을 확인했다. 김주간은 자기가 직접 검토해 펴낸 책이 표절된 책인 줄도 모르고 세상에 유통시킨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면 보통 '쉬쉬' 하며 덮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주간은 달랐다. 그는 즉각 책을 회수해 폐기 처분하고, '보도 자료' 형태로 사건의 전말과 사태 수습 과정을 낱낱이 적어 언론사에 돌렸다. 이 보도 자료에 독자에 대한 깍듯한 사과와 편집자의 반성을 빠뜨리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잘못을 공개하기는 잘한 일을 감추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고, 오히려 출판사의 공신력과 이미지에 먹칠을 할 내용을 김주간이 과감하게 공개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다시는 이같은 일이 출판계에서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앞서 사태의 전말을 공개하게 되었다"라고 김주간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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