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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만 손봐서는 겨울에 전기료 더 오를 수도"

본질은 요금체제 개편…대기업 '원가이하 특혜' 바로 잡아야

정지원 기자 ㅣ yuan@sisajournal-e.com | 승인 2016.08.17(Wed) 1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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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사업소에서 직원들이 전기요금 청구서를 정리하고 있다. 정부가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철(7~9월)간의 전기요금에 대해 누진제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경감한다. 이번 방안을 통해 누진제 1~6단계 모든 구간을 50kWh씩 늘리는 방식으로 2200만 가구가 4200억원의 전기료 할인혜택을 누리게 된다. 7~8월 요금은 9월 청구서 발송 시 소급해 할인 받을 수 있다. / 사진=뉴스1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1만2360명을 넘어섰다. 정치권은 앞다투어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누진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3년 한전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데다 올해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매년 더위가 꺾이면 논란이 사그러들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와중에 한전의 누적부채는 107조원까지 치솟았다. 원가 이하로 공급한 전기가 주요인이었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에 요금 인상 논란이 컸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이후 고유가 국면이 시작되기 전까지 산업용전기는 원가의 채 60%도 안되는 수준이었다”며 “그후 점차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이제야 산업용 전기료가 원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의 전체 전기 수요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기준)은 56.6%로 가정용(13.6%)의 4배 이상이다. 비중이 낮은 가정용에만 누진제를 도입해 징벌적으로 요금을 매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6단계의 누진구간과 11.7배의 누진율은 지나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누진제만 고쳐서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구조적 원인 때문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올해가 골든타임...내년엔 대선 앞두고 있어 난항

산업부는 전력대란과 경영적자 우려를 이유로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1일 돌연 입장을 바꿔 9월까지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야당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을 두고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며 전기요금을 정상화하지 않으려는 정부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본지는 전력거래소가 실제론 운영 예비전력이 부족한 수준이 아님에도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8월 9일자 기사참조 


지식경제부는 2013년 전기요금 체계개편방안을 냈다. 2013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조경태 의원이 “징벌적 제도인 누진제를 적용해 서민들에게 전기 요금 폭탄을 매기고 있다. 개선책을 내달라”고 하자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개선책을 내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TF에서 논의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이에 야당과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저유가로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한전이 국민들과 이익을 공유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실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3년도 상반기까지 한전이 적자여서 요금체계를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2013년도 하반기 흑자로 돌아섰다”며 “요금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누진제 완화시 누군가 득을보면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한다. 거기에 대해 (정부, 여당이)자신이 없으니까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누진제 개선을 미뤄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기요금 개편이 다시 미뤄지면 내년엔 대선을 앞둔 탓에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덥다고 누진제만 손대면 봄, 가을, 겨울엔 전기료 더 오를 수도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산업용은 은근슬쩍 묶어놓고 누진제만 바꾸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아닐뿐더러 한전 적자만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 상황에서 전기료를 낮췄다가 유가가 다시 오르면 다시 적자로 들어설 우려가 있다. 결국 전기요금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흑자와 적자가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론 전기 소비가 줄어야하고 합리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당장 덥다고 누진제만 손대면 전기료가 여름 한철에만 저렴하고 나머지 시기엔 오히려 인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전기료에 대해서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 약 30위에 불과한 반면, 산업용 사용량은 10위 안쪽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지금도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 올려야 한다. 요금제도 다양해 저렴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정책 당국의 입장은 산업용을 저렴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를 쓰지 않아도 될 곳에까지 사용한 기업에 대해선 저소비를 유도할 수 있도록 벌칙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기요금 개편에 앞서 선행돼야 할 논의사항과 관련, “전기소비와 생산방식에 대한 고민을 먼저해야 한다”며 “사회공공연구소는 현재 다수 의원실과 전기요금체제 개편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 의원이 따로 움직이기보단,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관계자도 “누진제를 바꾸면 장기적으로 산업용도 손볼 수 밖에 없다”며 “산업부 차관도 11일 중장기적으로 산업용도 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료 개편에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가이하로 내는 전기료만 손봐도 된다. 산업용, 대기업에 대한 원가 이하 특혜가 평균적으로 1조원 이하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이 같은 내용을 TF에서 논의해 포괄적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부 본부장은 “정상적으로 바꿔가려면 전력요금이 적절한가부터 시작해서 누진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 검토해야 한다. 누진제만 건드리면 결국 요금을 낮추는 결과만 가지고 온다.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전기요금 체계를 바꿔가야 하는지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8~9월 구체적 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관련사항을 TF에서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TF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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