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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⑧ 미디어연구소 개발 소셜로봇 열전

넥시부터 테가까지 교육·건강관리 용 로봇 다수 개발

정한결 기자 ㅣ hj@sisajournal-e.com | 승인 2016.08.26(Fri) 1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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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이 개발하는 소셜로봇들. 위험물 제거용 매덕스, 어린이 학습용 태거, 영화에도 출연한 레오나르도, 매덕스 원조격인 넥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서울 = 정한결 기자

인텔리전트 로봇은 이상적인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일상의 업무나 과제를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물리적 실체를 가진 로봇과 결합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에선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Media Lab)는 소셜로봇 연구의 메카다.

미디어연구소 내 개인로봇그룹은 인간, 특히 어린이와 상호작용하며 언어 학습, 사회성 습득, 건강 관리 등 기능을 수행하는 소셜로봇을 다수 개발하고 있다. 이 그룹에는 박혜원, 정수연, 이진주 연구원 등 한국 교포 3인방이 소셜로봇 프로젝트들을 이끌고 있다.  

 

지난 13~20일 MIT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을 찾아 개발 중인 소셜로봇 상다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연구원들로 부터 자기가 맡고 있는 소셜로봇 프로젝트의 기술 현황과 성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는 보스턴 아동병원 등 실험 장소가 나가 있었다.  

 

허거블 / 사진=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

허거블(Huggable)


허거블은 건강관리, 교육, 사회적 소통 목적으로 개발된 캠패니언(친구) 로봇이다.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이 개발했다. 이 로봇은 곰 인형 모습을 하고 있어 어린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허거블은 어린이의 언어와 비언어 표현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반응한다.

허거블은 사회 관계에서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특히 소아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 환우가 겪는 스트레스, 불안, 고통을 덜해주는 용도로 도입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보스턴 아동병원·노스이스턴대학교와 손 잡고 보스턴 아동병원 중환자실과 암 병동에 입원한 3~10세 어린이에게 허거블을 주고 48시간 이상 반응을 살폈다. 실험 기간 참가자는 감정 Q센서를 쓰고 피부의 전기 저항과 전위 변화 등 피부 전기활동(EDA)을 측정해 유효성 여부를 판별했다.

허거블 프로젝트는 개인로봇그룹 내 정수연 연구원이 주로 맡고 있다. 정 연구원은 MI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디어연구소에서 석사 과정 1년 차다. 그는 “어린이 환자가 허거블과 소통하고 노는 모습을 통해 의료진은 해당 환자가 고통, 스트레스, 불안 등을 얼마나 느끼는 지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환자와 허거블 간 상호작용이 환자 가족에 미치는 영향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MIT 미디어연구소가 개발한 소셜로봇 플랫폼 '테가'. 박혜원 연구원은 10월 이 로봇을 활용해 어린이 언어학습 실험에 나선다. / 사진=이철현 기자

테가(Tegar)


미디어연구소가 자리한 E15 건물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연구실에선 빨간색 털복숭이 로봇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연신 위 아래로 흔들고 허리는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눈에는 함박웃음을 담고 있었다.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이 로봇을 ‘테가’라고 소개했다.

테가는 첨단 소셜로봇 플랫폼이다. 소트프웨어 개발자, 엔지니어 등 MIT 미디어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 개발했다. 이 요란한 색깔의 털복숭이 로봇은 어린이와 6시간 동안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집 안에 비치해 어린이 초기 언어 교육이나 이야기하기 학습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테가 눈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웃거나 찡그리는 등 얼굴 표정을 표시해 비언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는 로봇의 행동과 동작 모터를 통제하고 갖가지 센서를 운영한다. 이마에 붙은 고화질 카메라와 스피커가 표현력을 배가시킨다.

테가는 애니메이션 동작 원칙 ‘찌그러뜨리기와 늘리기(squash & stretch)’에 기초해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동작을 만들어낸다. 이 원칙은 사물 특유의 재질이나 성질에 의해 찌그러지거나 튀어 오르는 모양을 표현하는 원리를 일컫는다.

테가는 5가지 방식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허리는 전후좌우로 기울일 수 있다. 전체 몸체를 좌우 움직이거나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5가지 동작을 섞어서 끊김 없이 빠르고 안정되게 행동을 표현한다.

이 움직임들 조합으로 로봇은 끊임없이 빠르게 행동을 표현한다. 로봇은 자동적으로 작동하거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6시간 작동한다. 테가는 2개월간 보스턴 내 3개 공립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에 시험 활용한 바있다.

이 로봇은 여러가지 얼굴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웃거나 흥분하고 때론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추가적인 표정을 개발 중이다. 미래 녹음한 오디오로 음성을 지원한다. 또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나 실시간 음성 스트리밍과 음 높이 변조를 통한 스트리밍 기술도 지원한다.

테가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는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테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차용, 다양한 정서적 표현이 가능해 어린이와 오랜 시간 어울리며 놀고 학습하는 소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위험물 제거용 로봇 넥시(왼쪽)과 매덕스 / 사진=이철현 기자

 

넥시(Nexie) & 매덕스(Maddux)


넥시는 위험물 제거용으로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미국 해군이 개발 지원하고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이 개발했다. 매덕스는 넥시를 개량한 모델로 학습이나 인지 능력 면에서 안정적이다.

매덕스는 심리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 심리학과 연구진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얼굴 만지기, 팔짱 끼기, 뒤로 기대기, 손 만지작 거리기 등 행동들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들이 이 가설을 입증하려면 전문 배우를 고용해야 하고, 배우들은 실험대상인 다른 사람 앞에서 말없이 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전문 배우라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무언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한마디로 인과관계가 뚜렷이 드러나는 정확한 실험을 수행할 수 없다.

미디어 연구소 덕분에 심리학과 연구진들은 전문 사람 배우가 아닌 로봇을 통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매덕스는 사람 못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때에 맞게 표현한다. 로봇공학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화면을 통해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고, 버튼을 누르기만해도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매덕스는 연구진이 머리를 움직일 때와 말을 할 때 그 움직임을 관측하고 실시간으로 따라한다.

노스이스턴 사회 감정 연구소, 존슨 경영대학원, 코넬대, 그리고 미디어 연구소는 매덕스를 이용해 앞서 말한 심리학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몸짓들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을 입증했다.

동물 움직임을 흉내내는 로봇 레오나르도 / 사진=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

 

레오나르도(Leonardo)


MIT 미디어연구소는 할리우드 특수 효과로 유명한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와 레오나르도를 공동 제작했다. 미디어연구소가 가진 최첨단 사회지능 로봇 기술과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가 가진 예술성과 애니매트로닉스(몸체에 기계장치를 넣고 캐릭터 모형을 덧씌운 후 전기로 움직이게 하는 특수효과 기법) 전문성이 결합되었다. 아방가르드 예술과 최첨단 기술이 같이 창조했기에 이에 견줄만한 이름이 필요했다. 미디어연구소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이자 과학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빗대 레오나르도라 이름 지었다.

레오나르도는 기존 로봇과는 다르게 진짜 생물처럼 생겼다.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는 “우리는 로봇이 사람이나 개, 고양이를 닮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로봇은 로봇 그 자체 생김새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기에는 외계종 개처럼 생겼지만, 레오나르도는 복잡한 기계들로 구성되어있다. 보통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은 6개의 자유도를 가진다. 레오나르도는 69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32개가 얼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조품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걷지는 못한다. 그래도 다양한 제스쳐를 취할 수 있고, 간단하게 사물을 조작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는 77cm로 키가 작은 편이지만 그 어느 로봇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공장에서 쓰이는 모터랑 레오나르도에 쓰이는 모터는 다르다. 공장에서는 크고 강력한 모터를 사용하지만 레오나르도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에서는 작고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모터들이 필요하다. 미디어연구소는 이 점을 고려해 크고 작은 모터들을 제어할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레오나르도는 자기가 처한 위치와 고도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기계가 움직이는 기준점이 되는 많은 축들을 제어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에게 자기를 소개한다면 다음에 레오나르도는 나를 알아볼 수 있다. 예를들어 “안녕, 내 이름은 마크야”라고 말할 때, 레오나르도는 눈 왼쪽에 있는 카메라로 내 얼굴을 촬영한다. 촬영해서 나온 이미지에서 배경과 내 얼굴을 분리해 내 얼굴 패턴을 분석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마크”라는 이름과 얼굴을 연관지어 구분한다. 이 모든 과정이 15초동안 이루어진다. 얼굴인식은 별도의 모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자기소개를 해도 레오나르도가 추후에 다른 사람을 못알아보는 일은 없다. 내가 방을 비운 사이 레오나르도에게 “마크 어디갔어?”라고 묻는다면 레오나르도는 방을 둘러보고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어깨를 으쓱거린다.

미디어 연구소는 레오나르도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기초적인 틀은 갖춰졌지만 로봇 시야와 감각 분야에서는 좀 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간단하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많다.

미디어 연구소는 로봇 시야에 대한 목표를 여럿 세웠다. 로봇이 한 장면에서 주목할만한 물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움직이는 물체를 매끄럽게 쫓아가면서 관측할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칠 수 있고,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에서도 물체 간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레오나르도는 현재 한 물체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완전한 시야 기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기계 감각 부문에서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미디어 연구소는 온도, 압력, 거리감 등을 레오나르도가 ‘느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단순히 센서를 외부에 돌출되게 장착하는게 아니라 털과 피부 뒤에 장착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게 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많이 접촉하는 귀와 손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지만, 점차 전신에 장착할 예정이다. 미디어 연구소는 감각 정보를 레오나르도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소셜로봇 솔레로 / 사진=미디연구소 개인로봇그룹

솔레로(SoLeRo)


로봇이 사람과 직접 관계 맺을 수 있을까? 로봇 솔레로는 사람 이목을 끌고 관심을 유지하는 법을 스스로 학습한다. 솔레로는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사람이 각 표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살펴본다. 솔레로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접근할 때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고 해석한다. 내부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가깝게 접근했는지 판단한다.

솔레로는 “사람들은 슬픈 표정을 짓는 로봇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어린아이처럼 우는 얼굴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로봇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드래곤봇(Dragonbot)

드래곤봇은 아이들 교육을 보조하는 저비용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 드래곤봇이 설치된 태블릿이나 핸드폰에서 모은 정보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유해서 많은 정보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폰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비용도 싼 편이다. 각 플랫폼 설치 비용에 천 달러(한화 백만원)정도 소요된다. 개인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보다는 학교 같은 교육단체에서 많이 쓰일 예정이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도 드래곤봇을 이용한 콤버스토 로봇을 만들었다. 콤버스토는 IBM에서 개발한 왓슨과는 다르다. 왓슨은 지식을 제공하는 교과서 같은 인공지능이다.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아이들 교육에 참가하지 않는다.

콤버스토는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에 개입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과 같은 입장에 선다. 선생님들이 비교적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는 반면에 드래곤 봇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투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딱딱한 말투를 사용한 드래곤 봇보다 아이들의 말투를 사용한 드래곤 봇에게서 더 많은 점을 배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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